알파 세대도 주식, 아니 코인을 한다.말랑이를 곁들여서

말랑이 온라인이 성공한 이유 5가지

by 장나니

https://brunch.co.kr/@61b040ed7831456/8

흥미롭게도 지난 번 글의 소재가 된 '말랑이 온라인'이 국내 게임의 역사를 쓰고있다.


당시,... 라고 하기엔 3주 전인데.., 그 때만해도 틱톡에 검색하면 #말랑이온라인 해시태그 조회수가 500K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15.5M이다. 무려 30배의 성장. 단위가 확 달라져버렸다. 완전히 바이럴되었다. 최근 몇 달간 이 정도로 성공한 게임, 아니다 성공했다기엔 수익모델이 없으니까, 이렇게 오랫동안 앱스토어 인기 게임 순위 5위 이내를 유지하고 있는 게임은 없었다.

틱톡 말랑이 온라인 검색.001.png

말랑이 온라인은 추석 연휴 내내 앱스토어 순위 1위를 지켜내고, 연휴가 끝나고도 1주일 간 3위-4위를 유지하고 있다. 참고로 원래 게임 업계는 마케팅비를 얼마나 쓰느냐에 따라 순위 변동이 급작스러워서 오랫동안 높은 순위권에 있기가 힘들다. 하지만 말랑이 온라인은 그 어려운 걸 해내고 있다.


신기한 점은 앱이 처음 나왔을 때와 별 다른 기능이 추가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특별히 업데이트도 없고 기능도 말랑이 거래와 뽑기 두 가지 밖에 없다. 심지어 푸시도 없다. 새로운 말랑이가 나왔다든지, 오늘 들어와보라든지 같은 흔한 메세지 조차 오지 않는다.


그런데 말랑이 온라인이 바이럴 되기 시작한 틱톡 뿐만 아니라 유튜브, 네이버 블로그, 트위터에 올라온 컨텐츠를 보면 그야말로 '말랑이 앓이' 중이다. 추석 때 사촌 동생이 하쟤서 같이 했다가 빠져버린 사람도 있고, 귀여운 일러스트에 반해 들어왔다가 중독되어서 새벽 내내 거래만 했다는 사람도 있다.

말랑이 온라인 검색결과 네이버 트위터.001.png

도대체 이 앱은 어떻게 수 만 명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말랑이 온라인의 성공 요인 1. 거래가 재미있다.

솔직히 처음 말랑이 거래라는 단어를 봤을 때 뭔가 싶었다. 말랑이가 뭔지도 모르겠는데, 말랑이를 거래한다고? 평소에 거래라는 단어를 자주 쓰는 것도 아니니까 더 혼란스러웠다.


그런데 말랑이를 주식이라고 생각해보자. 확실히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


내가 네이버 주식(392,500원)을 가지고 있다. 거래소에서 다른 사람과 삼성전자 주식(76,300원) 5개와 바꾼다. 11,000원 손해다. 그 다음 사람과의 거래에서 삼성전자 주식 5개를 제시했더니 현대모비스 주식(253,000원) 2개로 바꿔준다고 한다.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한다.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어! 그렇게 거래가 성사되고 내 온 몸에는 쾌락 호르몬인 도파민이 흐른다. 이렇게 두 번의 거래를 마치면 랜덤하게 주식을 한 주 얻을 수 있는 기회도 생긴다. 그렇게 말랑이 거래에 빨려 들어간다. 거래 과정의 긴장감과 얻고 싶은 것을 얻었을 때의 쾌감이 말랑이 거래에서 가장 큰 재미를 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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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랑이 온라인의 성공 요인 2. 갖고 싶다.

말랑이 온라인의 말랑이는 현실의 말랑이와는 조금 다르다. 그냥 일러스트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런데 하나같이 귀엽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아이템도 많다. 그래서 더 재미있고, 모으고 싶다.


말랑이는 두 종류로, 말랑이 온라인 팀에서 만든 오리지널 말랑이와 사용자에게 메일로 신청을 받아 만들어주는 사용자 제작 말랑이가 있다.


초반에는 실제로 판매되는 푸시팝을 닮은 아이템이나 과일처럼 단순한 사물이 많았다. 후에 공룡이나 유니콘 같은 것도 추가되더니, 어느 순간 강쥐꼬순내나 짱구아빠양말, 파국 같은 위트있는 아이템도 추가되었다. 갤럭시 Z플립3를 닮은 접는 폰과 우주 탭, 노트북 같이 현실에서 갖고 싶은 IT 기기 아이템들은 어른인 나 또한 엄청난 욕망에 휩싸이게 만들었다.


말랑이 온라인 아이템.png


말랑이 하나 하나에는 다 그럴 듯한 스토리가 있는데, 사용자 제작 말랑이에도 흥미로운 스토리가 포함되어있다. 다른 말랑이의 스토리도 재미있지만, 특히 짱구아빠양말 아이템에 붙어있는 스토리를 보고는 '이 앱은 찐이구나' 싶었다.

고약한 냄새가 나는 양말입니다. 잃어버린 기억을 다시 되찾게 해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 글을 보고 가슴이 시큰 뭉클해진 사람이라면 짱구 극장판 '어른 제국의 역습'에서 짱구 아빠가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이 떠오를 테다. 짱구 명장면으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바로 그 장면 말이다. 이 회상 장면은 짱구가 짱구 아빠에게 냄새나는 신발을 코에 갖다대면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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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싸게 팔리는 IT 기기류 중에서도 재미있는 것들이 많은데, 최근에 나온 고먐미폰은 무려 고양이랑 대화가 가능하고, 아기 강아지 번역기는 아기 강아지의 옹알이를 번역할 수 있다고 한다. 말랑이 온라인 세계에서 상상력의 끝은 어디인지 더 기대될 따름이다.

고먐미폰.. 강아지 옹알이 번역기 ㄱㅇㅇ..


말랑이 온라인의 성공 요인 3. 광고가 없다

모바일 게임은 광고로 돈 번다는게 수익 모델의 국룰, 아니 글룰(글로벌 룰) 아니었던가? 무슨 게임이라도 할라치면 한 판 끝나고 광고 보고, 중간에 죽으면 광고 본 후에 부활시켜 준다고 하고. 게임을 하려고 했던 건지 광고를 보려고 했던건지.. 도무지 게임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덕지덕지 붙어있는 광고 때문에 창닫기 버튼을 기다리는 동안 삭제한 앱만 수십개였다.


그런데, 광고가 아예 없다니? 도대체 어떻게 돈을 벌 생각일까. 아니, 내가 뭐라고 감히 이 앱을 가늠할까. 그저 말랑이 온라인의 행보가 기대될 뿐...

생각해보면 틱톡에서 바이럴 된 데는 광고가 없던 것도 아주 큰 몫을 하는 듯하다. 만약 게임 플레잉 영상 중간에 광고가 있었다면? 거래가 빨리 빨리 되는 재미도 없고, 편집하는 리소스가 많이 들어가니까 당연히 틱톡에 올리고 싶지 않았을 테다.


광고가 없다고 말랑이 온라인이 망할 것 같지도 않고, 오히려 이 기세라면 알파 세대와 Z세대를 대상으로 하는 마케터들이 발빠르게 움직여서 제휴를 해야될 판이다. 요즘 SNS에서 바이럴 되지 않는 제페토보다 훨씬 훨씬 더 가성비가 좋을 듯 하다.


말랑이 온라인의 성공 요인 4. 앱이 간단하다

말랑이 온라인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딱 두 가지. 말랑이 거래와 말랑이 뽑기이다. UX/UI도 아주 단순하게 만들어졌다. 오히려 이 단순한 UI 디자인이 게임보다는 소셜 앱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말랑이 온라인 UI.png


그리고 말랑이 거래 게임판으로 들어가면, 실제 말랑이 거래판과 똑같이 생겼다. 틱톡에서 학생들이 집에서 만든 거래판과 디자인이 완전히 똑같다. 말랑이 거래라는 것을 아예 모른다면 무슨 앱인지 전혀 모르겠지만, 말랑이 거래를 한 번이라도 해봤다면 어떻게 게임이 작동하는지 자연스럽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말랑이 온라인이 얼마나 간단하냐를 보여주는 지표는 바로 앱 용량이다. 앱스토어 피셜 21.2MB의 크기를 가지고 있다. 이 게 얼마나 작냐면, 지금 실시간으로 게임 인기 차트 1위를 차지한 포켓몬 유나이트는 799.5MB, 2위를 차지한 피카는 111.3MB 이다. 1년 정도 유행했던 게임 '원신'은 앱 다운로드에 3GB, 앱 다운 후에 별도 리소스 다운로드에 11GB(...)를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도대체 이 앱은.. 어떻게 개발했길래 이 정도 밖에 안되는 걸까?


어린 학생들은 용량이 적은 폰을 쓰고 사진은 많이 찍다보니, 어플을 다운받을 때 용량을 무조건 확인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타겟이 좋아할 만한 게임을 만드는 것으로 모자라 이런 디테일까지 챙기다니. 제작자에게서 아무래도 고수의 느낌이 난다.


말랑이 온라인의 성공 요인 5. 소통할 거리가 많다.

이게 뭐라고 이 것 가지고 그렇게 떠들고 있다. 진작 생긴 카카오톡 오픈 채팅에서는 내가 이 거래를 했는데 잘 한 건지, 혹시나 손해 본 것은 아닌지 확인 받는 것이 꼭 주식 단톡방과 양상이 같다.


틱톡에서도 아주 다양한 컨텐츠가 나오고 있다. 초반에는 가지고 있는 말랑이를 자랑하기만 하더니, 말랑이를 직접 그려서 제작하는 영상도 올라왔다. 말랑이를 무지막지하게 기부해주는 컨텐츠도 유행을 탔는데, 너도나도 말랑이 온라인 플레잉용 계정을 만들고 기부해주는 영상을 '틱톡에 박제'해주기도 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서 '기부 몰카'를 진행하는 크리에이터도 있었다. 기부를 요청하는 척 방을 만들고, '천사' 사용자가 기부를 많이 해주면 역으로 더 많은 말랑이를 보답으로 주는 것이다.


하나의 게임으로 수많은 컨텐츠가 제작되는데 마치 그 모습이 우리가 평소에 보던 유튜버들이 돈으로, 재능으로 만들어내던 컨텐츠와 비슷했다. 주식 차트처럼 시세표가 생기기도 하고, 나중에 비싸질 아이템은 뭔지 예언하기도 한다. 유튜브 광고 수익금을 단체에 기부하는 모습과 말랑이 온라인에서 오늘 처음 시작한 사용자를 도와 아이템을 기부하는 모습이 닮아있지 않은가?

SNS 컨텐츠.png

말랑이 온라인은 앞으로 어떻게 성장할까

말랑이 온라인은 이번 달에 시작했다. 그런데 광고 없이 바이럴로만 10만 다운로드 이상의 성과를 냈다. 코인판을 방불케하는 뜨거움이었다. 기능 추가 없이도 이 기세가 한 달은 더 갈 것 같다. 매일 말랑이 아이템이 추가되는 걸 보면 사용자의 관심이 유지되고 있는 것 처럼 보인다.


현실에서 하던 말랑이 거래가 온라인으로 옮겨진 것 자체로 말랑이 온라인은 메타버스라는 큰 흐름을 타고 있다. 게다가 말랑이라는 디지털 재화가 알파세대의 NFT가 될 수도 있어보인다. 뭐가 되었든 한국을 넘어 글로벌로 진출해서 더 재미있는 게임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지금 나의 심정은 약간 주책스럽다. 나만 알고 싶은 인디 가수를 발견했는데 차트 1위까지 찍은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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