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_ 우간다에서
원래는 굉장히 피곤하고 귀찮음 덩어리인 월요일 저녁 준비 시간.
남편의 상사가 반차를 내는 바람에 남편이 기분 좋게 칼퇴를 했고, 그 기분 좋은 기운에서 저녁이 시작되었다.
마침 심심했던 찰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회사 동료가 알려줬다는 천 원짜리 사주를 해보고 서로의 결과를 읽어본다. 기대 이상으로 너무 잘 맞아서 신기해하며 한참 웃었다. 그러다 마늘을 까고, 새로 사 본 과일의 즙으로 샐러드드레싱을 만들고, 새우와 마늘을 넣어 알리오올리오도 만들었다.
아이들의 방해를 피해 주방 사각지대에 쭈그려 앉아 핸드폰을 보던 남편에게 파스타 타이머 심부름을 시킨 덕에 면이 아주 알맞게 익었다.
파스타를 잘 안 좋아하는 첫째는 소스까지 핥아먹고, 파스타를 좋아하는 둘째도, 파스타를 안 좋아하는 아빠도 잘 먹는다.
엄마는 당연히 1등이다.
샐러드드레싱도 새롭고 맛있다.
그릇을 다 비워내고 보니 거실 전등이 켜 있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그런데 왜 오히려 눈이 부셔서 먹기 힘들었는지 생각해 보니, 테라스의 하얀 커튼을 뚫고 들어오는 노을빛이 우리의 식탁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랬다. 사실 둘째 아이의 “해님이 이제 집에 가나 봐.”라는 말을 듣고서야 우리가 불을 켜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았다.
남편이 운을 띄운다.
“지금 온도 좋다. 에어컨 바람도 적당히 시원하고, 채도도 예쁘고.”
내가 받아 대답한다.
“그러게… 유럽 같다.”
코스타노바에서 봤던 소박하고 약간 어두운 작은 식탁이 생각난다고 신나서 이야기하는 아내의 틀린 단어들을 조용히 수정하는 남편. 그리고 엄마 아빠의 대화를 알아듣고 끼어들고 싶어 귀를 쫑긋 세우는 토끼들의 귀가 귀엽다.
노을빛이 사라질 즈음 우리는 과자를 들고 꼭 오늘이 주말인 것처럼 TV 앞 소파에 앉아 과자를 먹는다
그리고 나는, 노을 같은 이 순간을 잊지 않기 위해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