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목적지가 아니라, 그곳의 공기와 계절, 그리고 머무는 속도가 여행을 결정할 때가 있다.
바쁘게 살던 어느 날, 우연히 스크롤을 내리다 멈춘 한 장의 사진 속에서
나는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초록 숲이 층층히 쌓이고, 그 위로 아침 햇살이 얇은 막처럼 내려앉아 있었다.
그곳은 오크밸리였다.
여행을 떠날 땐 늘 바쁘다.
짐을 챙기고, 체크인을 확인하고, 동선을 짜고, 예약을 마친다.
하지만 오크밸리를 찾는 사람들은
조금 다른 표정을 하고 있었다.
"목적이 없어도 괜찮은 곳이에요."
"그냥 머물렀어요."
후기를 읽으며
나는 그 말이 낯설지 않게 느껴졌다.
때로는 관광지도, 유명한 카페도, 화려한 액티비티도
여행의 중심이 아니어도 괜찮다.
그냥 천천히 풍경과 함께 숨 쉬는 것.
그게 여행일 수도 있으니까.
봄엔 연둣빛이 올라오고, 여름엔 숲이 짙어진다.
가을의 오크밸리는 카메라를 들지 않고는 걸을 수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단풍이 산 능선을 붉게 칠한다.
그리고 겨울.
스키장과 설경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다른 계절과는 또 다른 감성을 품는다.
사계절이 그대로 머물고, 그 계절을 통해 사람의 속도도 조금씩 변해간다.
오크밸리의 객실은 과하게 꾸미지 않은 공간이다.
유행하는 디자인을 따라가기보다 조용히 제 기능을 지키는 모습이 닮았다.
넓은 창 너머 풍경이 객실의 가장 큰 인테리어가 된다.
그 창 앞에서, 커피 한 잔 놓고 아무 말 없이 풍경을 바라보는 시간.
그 시간이 여행의 하이라이트가 된다.
여행은 끝나도 공기는 남는다.
가끔 일상 속에서 숨이 조금 벅찰 때, 우리는 가본 곳 중 하나를 떠올린다.
숲이 깊고, 공기가 선명하고, 조용히 머물 수 있었던 장소.
그런 곳이 하나 있다는 건 살면서 꽤 큰 위안이다.
오크밸리는 딱 그런 이름이었다.
"다음엔 가을에 가볼까."
"이번엔 부모님과 함께 가봐도 좋겠다."
"겨울 스키 시즌에 다시 가자."
그렇게 사람들은 한 번 다녀온 뒤에도
계절을 나누며 다시 돌아온다.
아마 그건 그곳이 ‘완성된 여행지’라서가 아니라,
‘비워둘 공간이 있는 여행지’이기 때문일 것이다.
여행지가 줄 수 있는 경험은 많다.
그러나 마음을 쉬게 해주는 곳은 많지 않다.
오크밸리가 그런 곳이라면, 그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가볼 이유가 된다.
천천히 가까워지는 계절 속에서, 당신의 다음 여행이 어딘가 따뜻한 방향을 향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