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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수 Jul 03. 2024

도전하는 삶『소쉬르, 몽블랑에 오르다』

소쉬르, 몽블랑에 오르다(피에르 장지위스)

소쉬르, 몽블랑에 오르다

L’ascension de Saussure     

글/그림 피에르 장지위스

옮김 나선희

책빛

2018.07.30

2018 볼로냐 라가치상 오페라 프리마 부문


빨간 재킷, 하얀 가발을 쓰고 징이 박힌 높은 구두를 신은 남자가 앞장섭니다. 그의 뒤는 갖가지 물건을 나르는 사람들이 따르고 있어요. 앞에 선 이는 스위스의 과학자인 오라스 베네딕트 드 소쉬르. 그는 자신의 명함에 알프스 탐험가라는 직함을 덧붙이는 중입니다. 소쉬르 일행은 몽블랑 정상을 향해 갑니다. 산과 들이 뒤섞인 저지대를 거쳐 협곡에 다다릅니다. 통나무를 쓰러뜨려 다리삼아 협곡을 건넙니다. 소쉬르는 망원경으로 몽블랑 정상을 바라봅니다. 거대한 빙하는 우지끈 소리를 내며 천천히 떠내려오고, 화가는 아름다운 빙하를 화폭에 담아요. 일행은 빙하 사이를 지나며 저 깊은 곳에서 빙하가 낮게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듣습니다. 소복이 쌓인 눈은 사람들의 발을 자신의 품 안에 가두려 합니다. 가파른 빙하 절벽에 사다리를 놓고 올라가는 사람들은 신께 기도합니다. 짙은 안개가 산봉우리를 에워쌉니다. 온통 하얀색뿐인 풍경에 또 뿌연 안개가 더해져 주변은 온통 하얗습니다. 

일행은 서로를 밀어주고 끌어주며 가파른 산을 오릅니다. 절벽에 가까운 산의 입면은 거칠고 발 디딜 곳이 없습니다. 안개는 산과 하늘의 경계를 없애버렸고 계곡 사이로 흐르는 빙하와, 누군가 손으로 잡아서 쭉 끌어올린 것 같은 아찔한 고깔은 사람의 손길을 거부하는 것 같습니다. 일행은 추위와 어둠 속에서 계속 전진합니다. 빙벽을 올라갈 때는 곡괭이를 찍어 몸을 끌어올리고, 밧줄로 서로 의지합니다. 숨도 쉴 수 없습니다. 몽블랑은 쉽사리 품을 내어주지 않습니다. 어느새 발밑이 점점 평평해지고 일행은 눈 덮인 둥근 지붕 같은 산꼭대기에 도착합니다. 그들은 만세를 부릅니다. 서로 얼싸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립니다. 소쉬르는 몽블랑 정상에서 별을 바라봅니다. 밤하늘은 별이 연주하는 환상적인 멜로디가 흘러나오고 소쉬르는 자연과 하나가 되어 앞으로 그가 나아가야 할 길을 깨닫습니다. 

『소쉬르, 몽블랑에 오르다』는 프랑스의 영화 기획자와 무대연출가로 활동 중인 피에르 장지위스의 그림책입니다. 그는 여러 편의 애니메이션 영화를 제작했을 뿐만 아니라 그림책 작가로도 활동하여 『소쉬르, 몽블랑에 오르다』로 2018년 볼로냐 라가치상 오페라 프리마 부문 우수상을 받았습니다. 페이지를 가득 채운 산은 위엄과 우아함이 공존합니다. 높은 봉우리는 하늘을 찌를 듯이 위로 솟구쳐있고, 얼어붙은 눈과 얼음이 화려한 광채를 뽐냅니다. 천하를 압도하는 산과 빙벽이 우리의 눈을 사로잡습니다. 책은 산에 오르는 소쉬르 일행을 멀리서 조망합니다. 시간의 흐름을 초월한 거대한 산에 비해, 산을 오르는 인간은 어지러운 작은 존재로 그려 인간의 한계를 극명하게 드러냅니다. 

  이 이야기는 소쉬르가 알프스를 탐험했던 이야기를 담은 『몽블랑 등정 일기』와 『알프스 여행기』에서 영감을 얻어 자유롭게 쓴 글입니다. 1787년, 스위스 자연과학자 오르사 베네딕트 드 소쉬르는 47세의 나이로 몽블랑에 올랐습니다. 몽블랑은 알프스산 중 가장 높은 봉우리죠. 하얀 산이라는 뜻을 가진 몽블랑은 그 이름만큼이나 아름답지만 동시에 절대적인 위엄과 냉철함을 지녔습니다. 지금처럼 등산로가 개척되어 있지도 않고, 등산장비와 물품이 고도화되어 있지 않은 시대에 소쉬르는 미지의 영역에 도전하기로 합니다. 그는 산의 아름다움에 깊이 빠져 산의 부름에 기꺼이 응답합니다. 그는 불확실함이 이어지는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담대한 결단력으로 어려움을 극복합니다. 그의 탐험 이전에는 높은 산은 두려움의 대상이었습니다. 산에는 악마와 용이 산다고 믿었고 아무도 오르려 하지 않았지요. 소쉬르의 탐험 이후 산은 두려움의 대상에서 탐험과 관찰의 대상으로 변해갑니다. 소쉬르는 천신만고 끝에 몽블랑 정상에 도달하지만 이게 끝은 아니죠. 아직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이해질문     

· 왜 소쉬르는 몽블랑에 오르기로 했을까?

· 소쉬르가 몽블랑에 오른다는 소식을 들은 당시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했을까?

· 일행은 빙벽을 오르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 너는 산에 올라가 본 적 있어? 그때 어땠어? 힘들었어?

· 네가 소쉬르라면 높은 산에 올라갈 결심을 했을까?

· 너도 소쉬르처럼 무엇인가 용감하게 도전해본 적이 있었어? 

· 높은 산에 올라 구름 한가운데 있으면 어떤 기분이 들까?

· 너도 도전과 실패를 반복해본 적 있어? 그때 어떤 생각을 했어?

· 계속 산에 오르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 그 사람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들어?

· 소쉬르와 너와의 비슷한 점이 있을까?

               

생각질문     

· 옛날 사람들은 왜 산을 무서워했을까?

· 저지대에서 고지대로 갈수록 산의 모습이 변하는데 그 모습을 한번 이야기해볼까?

· 왜 산의 저지대에는 나무가 많고 고지대에는 눈과 빙벽만 있을까?

· 실패로부터 배우는 것은 무엇일까?

· 몽블랑 정상에 오르고 나서 소쉬르에게 일어난 변화는 무엇일까?

· 소쉬르는 여러 번 몽블랑 등반에 도전했었는데 무엇이 그를 포기하지 않게 만들었을까?

· 우리 삶에 도전은 꼭 필요할까?

· 왜 사람들은 어려운 것에 도전할까?

· 도전을 계속하는 사람들에게는 어떤 특징이 있을까?

·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도전을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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