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가진 정원(브라이언 라이스)
The Rough Patch
브라이언 라이스
옮김 이상희, 밝은미래
2020.01.02.
2019 칼데콧 명예상
에번과 멍멍이는 뭐든지 함께 했어요. 함께 뛰어놀고, 달콤한 것도 함께 나눠 먹었습니다. 함께 음악도 듣고 모험도 같이했지요. 에번은 멍멍이와 정원을 가꿀 때가 제일 좋았어요. 그는 매일 멍멍이와 함께 나무를 다듬고, 잔디를 깎았습니다. 잡초를 뽑고, 비닐하우스에서 각종 채소를 길렀습니다. 멍멍이의 죽음은 갑자기 찾아왔습니다. 에번은 멍멍이를 정원 한구석에 묻었어요. 그 후 집 안에 틀어박혔습니다. 얼마나 오랫동안 웅크리고 있었을까. 어느 날 아침, 에번은 화를 내며 정원을 무참히 망가뜨립니다. 자신과 멍멍이가 함께 가꾸었던 소중한 정원을 부숴버립니다. 말끔했던 정원은 엉망이 되고 잡초가 자라기 시작합니다. 아름답고 풍요로웠던 정원은 금세 가장 쓸쓸한 곳이 되고 말았어요.
에번은 멍멍이와의 이별을 겪고 큰 상심을 합니다. 이별은 상실로 다가옵니다. 그에게 닥친 상실은 마치 교통사고와 같은 것이었어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왔으니까요. 상실이 가져온 슬픔은 그의 몸과 마음을 통째로 흔들었습니다. 에번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죠. 에번은 점차 화가 나기 시작합니다. 멍멍이와 함께했던 추억이 서린 정원을 망가뜨리며 원망을 쏟아냅니다. 에번을 다시 일으킨 것은 울타리 밑으로 기어들어온 호박 덩굴이었습니다. 에번은 호박넝쿨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자르지 않기로 하지요. 오히려 호박넝쿨을 돌보아줍니다. 넝쿨에는 큼지막한 호박이 자라고 에번은 차츰 가슴이 뜁니다. 호박은 품평회에서 3등을 차지합니다. 그에게 상으로 주어진 것은 10달러 또는 아기 동물이 든 상자였지요. 그는 무엇을 선택했을까요? 마지막 페이지는 집으로 되돌아가는 에번의 뒷모습입니다. 차의 창문 너머로 에번과 아기동물의 실루엣이 보여요.
『망가진 정원』은 2019년 칼데콧 아너 상 수상작으로 브라이언 라이스의 그림책입니다. 브라이언 라이스는 정교한 데셍을 바탕으로 선명하고 또렷한 색감의 아크릴화 작업으로 책을 완성했습니다. 작가가 가장 공들인 부분은 빛의 연출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작가는 그림이 완성되면 순서대로 벽에 붙여놓고 조명과 빛에 따라 미묘하게 달라지는 명암과 채도를 표현했다고 합니다. 빛 온도가 변함에 따라 달라지는 사물의 색깔, 시간의 흐름이 따라 밝아지는 부분과 어두워지는 부분을 세심하게 조정하여 그림을 완성하였습니다.
우리는 살면서 수없이 많은 이별을 합니다. 사람이나 동물 뿐만 아니라 나이가 들면서 자신의 젊음과 이별하고, 건강했던 몸과도 멀어지죠. 아끼던 물건은 점점 낡고 사라집니다. 아무리 왕성한 활동을 했던 사람이라도 세월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은퇴를 맞이하게 되며, 품 안의 자식은 자신의 인생을 찾아 부모를 떠납니다. 아무리 소중한 것이라 해도 영원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의 삶의 여정에는 수없이 많은 이별이 기다리고 있는 거예요. 멍멍이를 잃은 후 에번은 새로운 강아지를 만나 자신을 치유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작가는 이별로 인한 상실의 문제에서 새로운 관계를 만나는 것이 정답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오히려 자신을 일으켜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정원을 망가뜨린 후 우연히 만나게 된 호박 넝쿨은 그에게 어떤 의미였을까요? 그는 호박 넝쿨을 보살피면서 새로운 나를 만나게 됩니다. 상처가 낫는 데에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듯, 천천히 호박을 보살피며 점차 과거의 상실을 놓아주는 연습을 하는 거죠. 에번은 호박품평회에 가서 오랜만에 여러 사람과 어울립니다. 맛있는 음식을 사 먹고, 이웃들과 어울려 즐거운 시간을 보내죠. 상실의 슬픔에서 나오기 위해 애쓰고 있는 거예요. 다시 자신의 삶으로 들어가기 위해서요. 에번은 마지막으로 용기를 내어 아기 동물이 든 상자를 선택합니다. 그는 가슴 아픈 상실에도 다시 누군가를 사랑할 준비를 합니다. 망가진 정원에서 다시 호박넝쿨이 자라듯, 깊은 어둠 속에서도 희망은 자랍니다. 에번은 다시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한 작은 한 발을 내딛습니다.
· 에번과 멍멍이가 함께 가꾼 정원은 에번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얼마나 소중했을까?
· 에번은 호박넝쿨을 왜 돌보아주었을까?
· 에번은 왜 아기동물이 든 상자를 선택했을까? 에번은 멍멍이를 잊은 것일까?
· 에번이 아기동물이 든 상자를 선택하는 데에는 얼마나 많은 용기가 필요했을까?
· 에번은 아기동물이 든 상자를 선택하면서 또다시 찾아올 이별이 걱정되지는 않았을까?
· 너에게 소중한 사람은 누구야?
· 만약 네가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면 얼마나 슬플까? 슬픔이 없어질 때까지 얼마나 걸릴까?
· 네 주위에 이별의 슬픔에 빠진 사람이 있다면 어떤 위로를 해 주고 싶어?
· 만약 에번이 계속 슬픔에 빠져 집안에 틀어박혀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 네가 죽고 난 후를 상상해 본 적 있니?
생각질문
· 죽음에 관한 내용인데 비해 그림을 밝고 예쁘게 그린 이유가 있을까?
· 그림책에서 빛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은 어디일까?
· 무엇이 에번을 다시 집 밖으로 나오게 하였을까?
· 둘도 없는 친구란 무엇일까?
· 에번은 멍멍이가 죽은 후 왜 바로 다른 애완동물을 들이지 않았을까?
· 슬픔에서 빠져나오는 데에는 얼만큼의 시간이 필요할까?
· 이별의 슬픔에 빠진 사람도 다시 행복해 질 수 있을까?
· 예정된 이별과 갑자기 찾아온 이별 중 어떤 게 더 힘들까?
· 사람마다 슬픔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은 다를까? 어떻게 다를까?
· 어떻게 보내는 게 아름다운 이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