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비밀

토막글

by smilemail

익숙한 현관 비밀번호 소리, 고양이들이 날 반겨준다. 이제는 내 집 같은 그의 공간을 둘러본다.

곧 퇴근 시간인데, 피곤해할 그의 얼굴이 떠올라 작은 도움이 될까 싶어 이것저것 정리를 해본다.

세상에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은 없다.

나와 잘 맞느냐 아니냐의 차이이다.

참 이상하게, 나와 지독하게 악연이라 여기고 치를 떨던 사람도

다른 사람과는 하늘이 맺어준 인연인가 싶을 정도로 무탈한 경우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결혼을 했다는 그의 과거는 큰 걸림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예전부터 정리했으면 했던 먼지 쌓인 책들을 발견한 것이 실수였을까

작은 창고에 넣으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이 실수였을까

창고를 열어 공간을 만들어보려 했던 것이 실수였을까


창고 아주 깊은 곳, 손이 닿지 않아 먼지가 뽀얗게 쌓인 작은 상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스 로마 신화의 판도라가 된 것처럼 상자를 열었을 때, 내 마음속 깊은 그림자가 몸을 드러냈다.

그의 짐은 아님이 분명하다. 예쁜 다이어리에 꽂혀있는 딸을 향한 정성스러운 편지가 외동아들인 그에게 왔을 리는 없을 테니까.


그때, 나는 생각했다.


웨딩드레스를 입은 친구를 향한 부러움

전애인이 준 생일선물로 티격태격하던 커플의 사랑싸움

정말 이런 남자 없다며 당장 결혼하라며 그에 대해 칭찬하는 지인들의 말


왜 그것들에 나는 어색한 표정으로 웃고만 있었을까?

나 스스로에게 솔직하지 못했나 보다 어쩌면 나는 그의 결혼이 괜찮지 않았던 것 같다.

얄궂게도 나는 마음 넓은 사람이 아닌가 보다 지난 과거가 그에게도 상처였기 때문에 나에게 몰려오는 깊은 슬픔을 차마 그에게 표현하지 못한다. 마음과 함께 상자도 덮어 다시 깊은 곳으로 넣어두었다.


그에게 메시지 하나를 남긴다.



"추가 업무가 생겨서 오늘 저녁은 같이 못 먹을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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