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상상력 불러일으키는고대사·고고학 전문박물관
■ 백제의 왕도, 한성과의 조우
한성백제박물관은 한국 역사상 처음으로 서울지역을 도읍으로 삼았던 고대국가 백제의 역사와 문화를 복원하고 조명하기 위해 2012년 개관한 고대사·고고학 전문박물관이다. 사적 제297호로 지정된 몽촌토성을 품고 올림픽공원 남서쪽에 자리 잡고 있는 박물관은 몽촌토성의 윤곽을 나타낸 외형을 갖추었다. 해양국가 한성백제를 상징하는 배 모양으로도 보이게 하여 ‘2012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과 ‘서울특별시 건축상’ 최우수상을 수상하였다. 자연지형을 잘 살려 공원이 잘 어울리는 박물관은 연간 약 70만 명이 다녀가는 서울시민의 교육공간이자 쉼터로 자리 잡고 있다.
삼국사기 등의 기록에 따르면 백제는 하남위례성에서 건국하였으며, 475년 고구려의 공격을 받아 왕도 한성이 함락될 때까지 수백 년간 지금의 서울지역을 왕조의 근거지로 삼았다. 박물관은 백제문화뿐 아니라 구석기시대부터 남북국시대까지 서울과 한강유역의 선사~고대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하였다. 제1전시실 ‘서울의 선사’에서는 한강유역과 서울에서 출토된 다양한 종류의 구석기와 신석기, 청동기 유물을 보여주며 그들의 문화를 유추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한강유역에 위치한 마을 중 세력을 키워 마한의 소국으로 성장한 백제국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제2전시실 ‘왕도 한성’은 박물관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4개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첫 번째 공간은 마한 50여 개국의 하나이던 백제국이 빠르게 세력을 키워 백제로 성장한 백제의 건국에 관해 이야기한다. 두 번째 공간은 풍납토성과 몽촌토성을 중심으로 당시 한강유역의 디오라마, 시기별 출토유물을 통해 백제가 더 큰 나라로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세 번째 공간은 백제 사람들의 삶을 의식주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네 번째 공간은 백제 사신선을 재현하여 중국과 일본의 여러 왕조와 활발히 교유하는 글로벌 백제를 보여준다.
박물관은 이외에도 300석 규모의 강당과 세 개의 강의실, 세미나실이 있으며, 박물관 관련자료와 각종 도서, 디지털 자료가 비치되어 있는 정보자료실, 일 년에 4회의 기획전시를 하는 기획전시실, 4D영상관과 체험 공간, 뮤지엄숍과 카페테리아, 옥상 하늘정원을 비롯해 지하주차장 등 시설이 잘 되어 있어 시민들이 항상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어린이들이 도심 속에서 유적지를 탐방하고 몸으로 배우는 현장 체험형 박물관인 ‘몽촌역사관’과 몽촌토성에서 발견된 백제의 육각형·사각형 집터 유구 발굴현장을 재현한 현장박물관인 ‘백제집자리 전시관’도 운영하고 있다.
■ 전사기법을 활용한 풍납토성 성벽
한성백제박물관 로비에는 사적 제11호 풍납토성의 거대한 성벽 단면이 관객들을 맞이한다. 성벽을 얇게 떼어낸 것을 ‘전사轉寫’라고 하는데 박물관을 상징하는 전시물로 풍납토성의 전사를 전시한 것이다. 풍납토성은 한강변에 흙으로 쌓은 나룻배 모양의 큰 성으로 발굴조사를 통해 원래 3중 환호를 방어시설로 사용하다가 나중에 대규모 성벽을 여러 공법으로 단단히 쌓고 보수와 증축을 확인하였다. 전사 작업은 성벽을 절개한 면에 수지 바르기-거즈 붙이기-유리섬유 붙이기-한지 붙이기-FRP 혼합 플라스틱 수지 바르기 순으로 진행한다. 수지가 마르면 거즈가 단단한 판처럼 변하고 이것을 토층에서 떼어내면 거즈에 흙이 2~3mm정도 붙어있다.
이렇게 전사한 토층을 박물관 로비에 그대로 설치해 성벽을 재현한 것이다. 이를 현재 남아있는 토성 기준으로 아랫변 43m, 윗변 13m, 높이 11m로 추정 복원하였다. 세 차례의 걸친 성벽 축조과정을 보여주기 위해 성벽을 쌓은 시기에 따라 나중에 쌓을수록 토층을 10㎝씩 뒤로 넣어 배치하였다. 하단에는 성을 쌓을 때 ‘판축법’으로 불리는 흙 다져 넣기, ‘부엽법’으로 불리는 나뭇가지 깔기 등의 건축방식을 재현해 성벽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보여주었다. 상단은 추정 복원해 토성의 모습을 추정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 전사 면을 본다면 관람자가 마치 토성 안에 있는 듯한 느낌을 가질 수 있으며, 토성의 규모와 웅장함을 한눈에 살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