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근수근 May 24. 2024

근대라는 껍데기를 깨고 현대로

박노자의 《우리가 몰랐던 동아시아》를 읽고

 얼마 전 책을 읽다가 ‘Modern Dance’를 ‘현대무용’라고 번역된 것을 보았다. ‘Modern Dance’를 직역 하자면 ‘근대무용’이라고 생각했지만 왜 현대무용으로 번역하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아마도 무용에서는 아직 근대와 현대의 정의 혹은 그 경계가 불분명하기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근대, 혹은 현대를 어떻게 규정할 수 있을까? ‘현대’는 여러 학자들이 다양하게 정의하고 있다. 탈근대(포스트모더니즘), 냉전 혹은 탈냉전, 세계화 등 다양한 의견이 있다. 이는 역사학계를 비롯해 사회, 정치, 경제, 문화 예술 등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며, 아직도 많은 논의가 펼쳐지고 있다. 하지만 아마도 그 답은 지금 이시기를 지나가서야 규정지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대와 분리하여 현대를 어떻게 규정 지으려는 논의는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이는 근대가 가지고 있는 속성을 거울에 비추어 계승하여야 할 부분과 계승하지 않아야 할 부분은 현대에는 명확히 하고 앞으로 나아가 방향을 제시하기 위함이다. 

 박노자의 《우리가 몰랐던 동아시아》는 이러한 고민 속에서 저자가 어떻게 근대라는 것을 규정짓고 현대로 나아가는 방향이 드러나 있는 책이다. 저자는 ‘근대 망령으로부터의 탈주, 동아시아의 멋진 반란을 위해’라는 부제처럼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가 어떻게 근대의 틀에 묶여 있는지 그리고 그러한 근대를 벗어나서 현대세계로 나아가기 위한 모습을 보이는 지를 말하고 있다.

 저자는 근대라는 것을 국가주의, 제국주의 같은 인간중심이 아닌 국가중심의 사회이며, 인본주의를 내세우고 있지만 오히려 인간소외형상이 나타나는 사회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어떠한 인간을 보거나, 사회를 볼 때 획일적인 시각을 강요하고 다각도로 살펴보지 못하는 사회라고 본다. 즉 군사주의, 국가주의, 인종주의 등 비인간성의 사회가 근대가 가지고 있는 속성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속성이 현대사회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이를 벗어나고자 했던 시도와 선각자들의 모습을 살펴며, 우리에게 현대의 방향성을 깨닳게 해주고 있다. 

 이 책은 신문연재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편 한편은 길이가 길지 않으며, 쉽게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어 속도감 있게 읽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낮은 공력으로는 쉬이 쓸 수 없는 글이다. 저자는 러시아 국적으로 냉전시대에 힘의 논리로 움직이는 사회를 목격하였으며 사회주의를 공부하고 진보적인 사상을 체득하였다. 여기에 한·중·일 동아시아를 아우르는 깊은 공부와 사색 등을 통해 객관적이고 새로운 시각을 제기하고 있다. 그동안 나온 저작들이 그러하였으며, 《우리가 몰랐던 동아시아》역시 이러한 시각에서 나온 저작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동아시아에 대해 근대에 묶여있다는 독설만 하는 것이 아닌 긍정적인 미래를 지향하는 글쓰기를 하고 있다. 다만 어떤 뚜렷한 미래에 대한 제안이 없다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휴머니즘을 기반으로 세계화된 사회’를 지향하는 것은 알겠지만 이상향과 현실의 괴리는 안타깝다. 좀 더 구체적인 사회의 모습을 제시하고 그렇게 가기 위한 사회의 걸음걸이를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오늘날 동아시아 사회는 치열한 갈등을 갖고 있다. 사회, 정치, 경제, 문화, 역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갈등은 근대와 전혀 다른 이념을 가진 세력사이의 갈등이 아니다. 이러한 갈등을 벗어나고 새로운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자기성찰의 문제이며,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우리들의 몫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작가의 이전글 디테일에 대한 단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