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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과 Nov 13. 2024

다시 가고픈 효일의 최애 여행지,
크로아티아 스플리트

'황제의 도시' 닉값하는 스플리트

다시 가고 싶은 여행지... 스플리트!


예상보다 더 허름하고 너절한 자그레브 숙소 탓에 우리는 외출복을 입고 잠자리에 들었다. 불편하게 잠들어서 알람이 울리자마자 깼다. 새벽 다섯 시였다. 일어나는 것은 어렵지 않았지만, 피곤하고 몸이 무거웠다. 몸만 한 캐리어를 들고 긴 계단을 내려오자 해가 뜨지 않아 컴컴한 밖이 보였다. 거리는 오고 가는 사람들도, 차도 하나 없이 고요했다. 택시를 잡을 수 있을까, 싶었지만 효둘의 어플 덕분에 예상외로 수월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우리가 탄 버스 (휴게소에 정차 중인 사진)


구글맵에서 자그레브 버스터미널의 평점은 거의 바닥이었다. 소매치기가 많은 데다 직원들은 불친절하고 시설도 형편없다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우리는 잔뜩 긴장한 상태로 버스터미널에 들어섰다. 새벽이라 그런지 사람이 거의 없었다.


버스 티켓을 키오스크로 발권할 수 있었다. 직접 표를 끊었기 때문에 불친절도, 그로 인해 불쾌할 일도 없었다. 혹시 모를 소매치기를 경계하며 한 명이 티켓을 발권하는 동안 두 사람이 보초를 서기로 했지만 근처엔 아무도 없었다.


휴게소에서 군것질


모든 것이 계획대로 착착 진행되었고 무사히 오전 6시 출발 버스를 탈 수 있었다. 이동 시간이 6시간이나 되어서 자다 깨서 바깥 풍경을 구경하고, 휴게소 들려서 간식 사 먹고 다시 잠들고의 반복이었다.


신난 뒷모습


그리고 마침내 스플리트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우리는 환호성을 질렀다. 맑고 푸른 바다가 끝없이 펼쳐져 있었고, 약간의 소금기를 머금은 바람이 기분 좋게 불어왔다. 물이 맑아 수면 아래의 물고기 떼도 볼 수 있었다. 우리는 스플리트에서 좋은 시간을 보낼 것이라는 걸 직감하고 한창 들떴다.


물고기가 보이는 맑은 바다와 깨끗한 하늘


스플리트는 로마의 황제, 디오클레티아누스가 만든 도시라서 '황제의 도시'라고 불린다고 한다. 크로아티아 제2의 도시이자 최대의 항구도시라 역사적 가치뿐만 아니라, 지중해의 매력도 한껏 담고 있는 곳이다. 크로아티아를 여행한다면 스플리트는 꼭 방문해야 할 도시라고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


너무나 만족스러웠던 식당


스플리트에 도착한 기념으로 맛있는 음식점을 찾아 양껏 시켜 먹었다. 음식도 맛있고, 뷰도 좋고, 직원 분도 너무 친절해 정말 만족스러운 식사를 했다. 점심을 먹고 길가에 늘어서 있는 플리마켓 매대들을 구경했다. 대체로 예술 작품이나 공예품이었다. 스플리트의 고즈넉한 분위기와 바다의 풍경이 예술적 영감을 불러일으킬 만한 환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당이 있는 집이라니...!


우리는 에어비앤비를 이용해 숙소를 구해둔 상태였다. 우리 숙소는 항구가 있는 메인 스트리트와는 조금 떨어진 한적한 동네에 위치해 있었다. 가격이 저렴했지만 마당도 있고 쾌적한, 완벽한 숙소였다. 호스트가 위층에 살아서 필요한 것들을 바로바로 가져다주는 것도 장점이었다.



방이 두 개여서 누군가는 방을 같이 써야 했다. 우리는 게임을 통해 방을 정하기로 했다. 노란색 아이템들로 이뤄진 1번 방은 큰 방이었고, 초록색 아이템으로 꾸며진 2번 방은 조금 작은 방이었다. 각자 어디서 묵고 싶은 지 적은 후, 한 번에 밝히기로 했다. 세 사람 모두 같은 방을 쓰면 그 방에서 함께 자기로 했다.

엄청난 눈치 싸움이었다. 결국 효일이는 1번 방을, 효둘과 효삼은 2번 방을 선택했기에 효일이가 큰 방을 독차지하게 되었다. 효일은 크게 기뻐했고, 효둘과 효삼은 왜 2번 방을 썼냐며 가볍게 투닥거렸다.


큰 방에서 혼자 자게 된 효일이와 작은 방에서 둘이 자게된 효둘, 효삼이


효둘이는 감기 기운으로 몸이 안 좋아 좀 쉬겠다고 했다. 효일과 효삼은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바닷가로 산책을 나갔다. 크로아티아는 지중해성 기후로, 한국에서 보기 힘든 동식물들이 많았다. 해변으로 가던 중, 길가에 탐스럽게 열린 레몬 나무를 발견했다. 두 사람은 레몬을 하나 따서 향을 나눠 맡았다. 샛노란 레몬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효일과 효삼은 레몬을 들고 해변을 걸었다. 밀려왔다 밀려나가는 파도와 뛰어노는 아이들을 구경하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풍성하게 열린 레몬 나무


효둘도 잠에서 깨고, 우리는 각자 할 일을 나눠 함께 저녁을 만들었다. 이전 숙소에서부터 챙겨 온 재료로 스파게티를 만들었는데 맛이 좋았다. 따온 레몬을 썰어 물에 넣으니 보기도 예쁘고 맛과 향도 좋았다. 우리는 '스플리트에서도 싸우지 말고, 다치지 말고, 무탈하게 좋은 시간을 보내자'며 레몬물로 건배했다. 스플리트의 첫날밤이 그렇게 지나갔다.


숙소 근처 해변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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