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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과 Nov 06. 2024

마지막까지 좌충우돌 부다페스트

헝가리(부다페스트)에서 크로아티아(자그레브)로, 고난의 연속


헝가리에서 크로아티아로 이동하는 날이었기 때문에 출발 전, 든든히 먹어두어야 했다. 우리는 힘을 합쳐 아침을 만들었다. 달걀프라이와 양파볶음, 노릇하게 구운 햄을 식빵에 올려 먹었다. 후식으로 바나나까지 야무지게 챙겨 먹고 체크아웃을 했다.


부다페스트에서의 마지막 식사


우리가 묵은 에어비앤비 숙소는 수화물 보관 서비스를 제공했다. 번화가 근처에 투숙객 전용 짐 보관 창고가 있어 그곳에 캐리어를 맡기고 부다페스트를 조금 더 둘러보았다.

효일과 효삼은 옷 몇 벌을 샀고, 괜찮은 향수를 꼭 하나 장만하리라 다짐하던 효둘은 향긋한 라벤더 퍼퓸을 하나 집어 들었다. 한국에 있는 가족들 선물도 샀다. 가게마다 가격이 조금씩 달랐기 때문에 거리에 있는 상점을 거의 다 돌아다니며 발품을 팔았다. 결국, 포장은 좀 엉성하지만 원래 사려고 했던 향긋한 비누와 앙증맞은 욕조 모양의 받침대를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었다.


참 유용하고 예쁜 기념품인 것 같다!


효삼이 젤라토를 먹고 싶다고 했다. 1,150 포린트였는데 사장님께서 잔돈이 없다며 1,000 포린트만 받으셨다. 그렇게 큰 금액은 아니었지만, 작은 행운이 너무나 감사하고 행복하게 느껴졌다.


큰 축제가 열리고 있는 듯했다.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았고, 거리는 활기로 가득했다. 하지만 축제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 무슨 축제인지 물어봐도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하지만 무슨 축제인지 아무도 몰랐다. "이 축제 뭐예요?"라고 물어봐도 다들 어깨만 으쓱할 뿐이었다. 그래도 환호하며 거리를 행진하는 사람들의 에너지에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오늘 하루 좋은 일만 생길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예기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캐리어를 찾아 트램을 타고 기차역으로 가고 있는 중이었다. 같이 타고 있던 검표원이 갑자기 우리 셋 모두 내리라고 했다. 당황한 우리는 검표원이 시키는 대로 낑낑거리며 캐리어를 들고 길 한복판에 내렸다. 표를 보여달래서 유레일 패스를 보여주었더니 기다렸다는 듯, 자기네 회사는 유레일과 파트너사가 아니라며 무임승차로 벌금을 부과하겠다고 했다!

우리는 유레일에 버스, 트램, 기차 모두 이용할 수 있다고 쓰여 있어서 가능한 줄 알았다고, 정말 몰랐다며 항변해 보았지만 그들은 냉랭한 표정으로 안 된다는 말만 반복했다. 어이가 없었지만, 꼼짝없이 벌금을 낼 수밖에 없었다. 한 명당 1만 2000 포린트(약 5만 원 정도) 벌금이었다. 가족들 선물을 조금이나마 싸게 사보려고 그렇게 발품을 팔아 겨우 겨우 1,000 포린트를 아꼈는데, 애썼던 노력이 허무하게 느껴졌다.

결국 택시를 타고 기차역으로 향했다. 다행히 기차는 놓치지 않았다. 생각할수록 억울하고 화가 났지만 '액땜했다' 생각하며 겨우 마음을 진정시켰다. 더 이상의 나쁜 일은 없을 줄 알았는데 산 너머 산이었다.


무려 7시간 대장정


기차에서는 불쾌한 일도 있었다. 복도 맞은편 좌석에 수염이 거뭇거뭇한 10대로 보이는 남자애 두 명이 탔다. 신발을 신은 채로 앞 좌석에 발을 올리고 시끄럽게 떠들어서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효일과 효삼은 그들과 몇 번 눈이 마주치긴 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하지만 나중에 효둘에게 들어보니 그들의 핸드폰 카메라가 우리 쪽을 향해 있었다고 했다. 아무래도 자신을 찍고 있는 것 같아서 그들과 그들의 카메라를 빤히 쳐다보니 아닌 척 핸드폰을 내리고는 자기들끼리 낄낄거렸다고 했다. 기분이 나빴다.



자그레브 중앙역에 도착했지만,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가 없었다. 무거운 캐리어를 들고 계단을 오르내리느라 너무 힘들었다.

간신히 숙소를 찾아갔는데, 폐가 같았다. 불이 다 꺼져 있고 건물이 너무 낡아서 마치 버려진 건물 같았다. 드나드는 사람도 없었다. 데이터도 잘 터지지 않아 체크인 방법도 알 수 없었기에 효일은 동생들을 대신해 핸드폰 손전등을 켜고 내부를 살펴보았다. 무서울 정도로 컴컴하고 음침한 공간이었다. 중간에 지나가던 젊은 남자분이 친절하게 도와주셨지만 여전히 체크인을 할 수 없었다. 한참만에 담당자가 우리를 발견하고 숙소 문을 열어주었다.

숙소는 생각보다 훨씬 낡고 지저분했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것은 물론이고, 어둡고 퀴퀴해서 쥐나 벌레가 있을 것만 같았다. 다행히 담당자분이 우리 캐리어를 직접 옮겨주셔서 수고를 덜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ㅠ)


숙소에 도착한 후, 굶주린 우리는 역에서 산 빵을 허겁지겁 나눠 먹었다. 그리곤 양치와 세수만 하고 자리에 누웠다. 침구가 청결하지 않은 것 같아 외출복을 입고 그대로 누웠다. 생각보다 형편없는 숙소 때문에 계획보다 더 일찍, 첫차를 타고 출발하기로 했다. 자그레브 버스터미널은 소매치기가 많다고 악명 높은 곳이라 걱정이 되었다. ‘이렇게 힘들게 가는 스플리트인데, 제발 아무 일도 없기를...’ 우리는 서로를 토닥이며 다시 한번 파이팅을 외쳤다.


역시 여행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 이 날의 경험은 여행이 항상 즐겁지만은 않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 주었다. 예상치 못한 일들이 발생하고, 때로는 불쾌한 경험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속에서 끈끈해지기도 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기도 한다. 스플리트에서는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앞으로 펼쳐질 새로운 일들에 대한 긴장과 기대감 속에 잠이 들었다.


마음이 진정되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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