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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과 Nov 27. 2024

악의 없는 인종차별과
환상적인 크르카 국립공원

서로를 알아가는 효자매 여행 이야기


아침부터 작은 소동이 있었다. 택시를 타고 투어 미팅포인트로 이동했는데 자동결제가 된 줄 알고 돈을 내지 않고 내려버린 것이다. 다행히 어플로 예약한 거라 택시 기사님께 바로 연락할 수 있었다. 상황을 설명하고 돈을 꼭 드리겠다고 하니 기사님은 괜찮다고, 그럴 수도 있다며 다음에 만나게 되면 달라고 했다. 큰 금액은 아니었지만 너무 죄송스러웠다. 우리는 택시 기사님을 꼭 다시 만나 요금을 드리리라 다짐했다.



투어 버스를 타고 크르카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우리 일행은 버스를 꽉 채울 정도로 많았는데 우리를 포함해 동양인은 거의 없었다. 공원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멋있었다. 자연의 숭고한 아름다움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물과 나무가 어우러진 녹색의 풍경이 우리 마음을 기쁨과 황홀함으로 채워주었다. 조금 더 머물며 국립공원의 자연을 온전히 느끼고 싶었지만, 투어 스케줄에 따라 아쉬운 발걸음을 재촉할 수밖에 없었다.



점심으로 국립공원 안에 있는 매점 같은 곳에서 빵을 사 먹었는데, 정말 형편없는 맛이었다. 마분지 씹는 것 같은 식감에 약간의 단맛과 짠맛만 간신히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맛없는 샌드위치와 과일 도시락을 흉보며 한참 웃고 떠들고 있었다.


진짜 맛없던 샌드위치와 과일도시락


그런데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소풍 나온 아이들이 우리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시작은 한 남자아이가 “곤니찌와”와 하며 손을 흔든 것이다. 귀여운 아이의 인사에 우리는 함께 손을 들어 화답해 주었다. 그 뒤로... 그곳에 있는 십수 명의 아이들이 "곤니찌와"와 “카와이”를 외치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냥 귀여워서 같이 "아리가또"하고 대꾸를 하고 말았는데 목소리가 점점 더해지니 조금은 무서워졌다. 아이들의 마음이 순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마냥 좋아할 수 없었다.

결국 거기 있던 모든 아이들이 일본어로 인사하는 상황이 되고서야, "We are Koreans.(우리는 한국인이야.) Can you say, '안녕하세요'?(안녕하세요,라고 해줄래?)"라고 했지만 아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곤니찌와", “카와이” 합창을 이어갔다.

결국 우리는 자리를 피하는 것으로 상황을 종결했다. 악의 없는 선입견도 인종차별의 일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나중에 인터넷에 찾아보고서야 알았다. 아이들한테 처음부터 우리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밝히고, '안녕하세요'로 화답했으면 상황이 달라졌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았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크로아티아의 항구 도시인 스크라딘으로 향했다. 그곳까지는 배를 타고 가야 했는데 작은 통통배 정도를 예상했던 것과 달리 관광객으로 가득한 2층 페리였다. 자연을 감상하려 했지만 좌석이 마주 보고 있는 탓에 어색한 시선들이 교차하며 약간의 불편함이 감돌았다.

 

또 가고 싶다...


추가 금액을 내면 스크라딘 투어를 할 수 있었지만, 우리는 수영을 위해 포기했다. 물가에 있는 평평한 곳에 돗자리를 펼치고 설레는 마음으로 입수했는데, 역시나 물은 놀랍도록 차가웠다. 그래도 우리는 이겨내고 수영을 했고, 돗자리에 쪼르르 누워 체온이 떨어진 몸을 데웠다. 눈앞에서 백조도 보고 행복한 낮잠도 즐겼다.


백조는 생각보다 우람하다...


스플리트로 돌아오니 바람도 불고 추워져서 태국 음식점에 가 저녁을 먹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씻고 잠들기 전, 우린 식탁에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서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번 여행을 통해 사실 아직 서로에 대해 모르는 부분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효둘의 한마디가 효일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언니는 공간이나 시간 같은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이기심이 있어.”

효일은 효둘의 정확한 통찰에 놀랐고,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효둘과 효삼이 물질적 부분에서 욕심을 보이는 반면, 효일은 가치관이나 감정적인 부분에서 자기중심적인 모습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다시 한번, '이번 여행은 단순히 새로운 곳을 탐험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고 맞춰가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잘 알고 있다’고 믿었던 자매들에 대해 다시금 알아가는 시간. 그리고 앞으로의 관계를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들어갈 방법들을 찾아가는 시간인 것이다.


크르카 국립공원의 찬란한 풍경처럼, 우리의 관계도 조금씩 더 단단하고 깊어지길 바라며 효일은 일기에 이렇게 적고, 주의하겠노라 다짐했다.

'하지 말라'는 말, 하지 말기

좀 더 공손하고 예쁘게 말하기


크르카 공원 추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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