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플리트에서 두브르브니크로!
컨디션 난조의 효일이 늦잠을 자고 나왔을 때 효둘과 효삼은 밥을 먹고 설거지까지 다해 둔 상태였다. 효일이는 남은 토스트와 토마토로 늦은 아점을 때우고 있을 때, 효둘이 냉장고에서 케이크 두 조각을 꺼내 왔다.
전날 오후, 효일이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유럽여행기를 쓰기 위해 심사를 넣어놓고 기다리던 중이었는데 광고 메일이라 생각했던 것이 합격 메일이었던 것이다! 이 소식을 들은 효둘과 효삼은 자신의 일처럼 기뻐해주었고, 일찍 일어난 효둘은 이를 축하하기 위해 멀리 있는 가게까지 가서 케이크를 사다 주었다. 우리 자매는 케이크를 나눠 먹으며 작은 행복을 누렸다.
그리고 오늘과 내일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 일정 회의에 돌입했다. 흐바르 섬에 가 보고 싶었지만 비용, 짐 문제, 날씨 등을 고려해 결국 가지 않기로 결론을 내렸다. 스플리트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이었지만, 모두 몸 상태가 좋지 않아 과감히 쉬기로 했다. 계획이 없어서 더 완벽한 하루를 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몸을 회복하기 위해선 잘 먹어야 한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었다. 우리는 숙소에서 제공하는 홍차를 이용해 밀크티를 끓여 마시고, 남아있던 감자로 감자튀김을 해 먹었다. 햄과 버섯을 구워 먹고, 맥주 두 병까지 비웠다.
효둘이 저녁을 만들어주겠다며 나섰다. 처음엔 투움바 파스타를 해주겠다고 했는데, 남은 쌀을 다 써야 짐이 가벼워질 것 같아 투움바 리소토로 메뉴가 변경됐다.
우리는 마트 닫기 직전에 뛰어가 허겁지겁 장을 봤다. 현지에서 구매한 재료와 효둘이 한국에서 싸 온 불닭 소스를 더해 맛있는 투움바 리소토가 완성됐다. 끝이 아니었다. 남은 팬케이크 가루와 초코 비엔나 과자로 크레페 같은 디저트를 만들어 먹고 나서야 스플리트에서의 마지막 식사가 끝이 났다.
장부 정리를 하다 보니 새벽 2시였다. 6시 30분에는 일어나야 했기에 서둘러 잠에 들었다.
두브르브니크로 떠나는 날이 밝았다. 늦게 일어난 데다 효둘, 효삼의 짐을 챙기는 게 생각보다 오래 걸려 예상 출발 시간보다 늦어졌다. 설상가상으로 평소엔 20분이면 가던 길이길이 출근길 교통체증으로 막혀 예약한 두브르브니크행 버스를 놓칠 위기에 처했다.
우리의 상황을 들은 택시 기사님이 무슨 버스냐고 물었다. 효일이는 이미 버스를 못한다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큰 기대 없이 '플릭스 버스'라고만 대답했다. (국경을 넘어가는 버스 중, 가장 유명한 게 플릭스 버스다.) 여기저기 전화를 돌리던 기사님이 "'플릭스'가 버스 회사 이름이 맞냐"라고 물었다. 택시 기사님은 생각보다 더 열정적인 분이셨고, 적극적으로 우리의 문제를 해결해 주시려고 노력하셨다. 효일은 다시 버스 티켓을 보고 정확한 정보를 전달했다. 너무나 운이 좋게도 우리가 만난 택시 기사님은 인싸 중에 인싸였다. 이곳저곳 가는 내내 전화를 돌리시더니 마침내 버스 회사 직원과 연락이 닿았다! 택시 기사님은 '버스 가는 길 구석에 정차해 있을 테니 이 아이들을 좀 태워가라'라고 했다.
결국 기사님 덕분에 버스 중간 경로에서 올라탈 수 있었다. 너무 감사했다. 스포츠머리에 BOSS 티셔츠를 입고, 검은색 선글라스와 귀걸이를 착용한 멋쟁이 기사님! 우리는 그 기사님을 크로아티아 명예 할아버지로 임명하기로 했다.
기사님은 딸 다섯에 증손자 다섯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어린애들을 다루는 것이 아주 능숙한 것 같았다. 우리가 한국인이라는 말에 손흥민 선수가 유럽 최고의 선수라고 칭찬하며 기를 세워 주시다가도, 친자식처럼 버럭버럭 혼내기도 하셨다. (여행을 다니면서 자기가 탈 버스도 제대로 모르냐며 성내셨다...ㅎ) 정말 따뜻하고 멋지고, 귀여운 분이셨다. 우리는 기사님과 기사님의 가족이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길 바라며 두브로브니크행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에 탄 효둘과 효삼은 아침에 꾸물거려 미안하다며 효일에게 사과의 문자를 남겼다. 문자를 받은 효일은 금세 사르르 마음이 풀렸다. 우리 셋은 자다 깨다를 반복하며 두브르브니크에 도착했다.
두브르브니크 버스역에 도착하자 숙소에서 '니콜라'라는 친구를 보내주었다. 니콜라의 차를 타서 숙소까지 가는 택시비를 아낄 수 있었다.
숙소는 정말 아기자기하고 예뻤다. '유럽 감성'이라는 게 이런 걸 말하는 거구나 싶었다. 동네를 둘러보고 장을 보고 오자 급 방전 상태가 되어 돌아오자마자 낮잠에 빠졌다. 다섯 시쯤 잠들었는데, 열한 시 반에야 일어났다. 두브로브니크의 첫날이 그렇게 지나갔다...
이 아래는 숙소 근처를 돌아보며 찍은 소소한 사진들.
스플리트 안녕, 두브르브니크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