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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날 Oct 12. 2022

부모 성적표

내가 자녀 양육을 잘하고 있는지 지금은 확인할 수 없지만, 언젠가 자녀가 성인이 되었을 때 

스스로 독립할 수 있고, 꿈을 위해 도전하고 노력하며, 사람들을 배려하고 존중할 줄 아는 사람이 된다면 

정말 잘 해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그것만으로 성적을 매기기 어려운 게, 자녀와 부모의 관계가 안좋으면서 이 모든 것을 이루고 잘 살아가고 있다면 학업성적만 높고 인성은 별로인 사람이 된 것과 일반이니 정말 좋은 성적을 받은 우등 부모를 찾겠다면 자녀와 부모의 관계까지 살펴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부모와 자녀의 관계가 더 중요한 것 같다. 자녀가 부모의 사랑의 확신하고, 신뢰하여서 중요한 의사를 결정할 때 부모의 조언이 듣고 싶고, 힘들 때 부모에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격려받을 수 있다면 훗날 부모가 이 세상을 먼저 떠나더라도 인생길을 잘 걸어갈 수 있으리라. 


우리 첫째 아들 첫둥이는 학교 내 생활을 모범적으로 잘하고 있고, 교우 관계도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두루 잘 어울리며 트러블 없이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 최근 주변 사람들이 이야기를 통해서 잘 지내고 있음을 확인하게 되었다. 


아이는 자기가 잘한 것에 대해 한 두 가지 자랑하곤 했다. 아이가 수업시간에 적극적이고 선생님 말씀에 집중하며 수업을 즐거워하고, 선생님을 돕고 친구들을 도우며 배려하고 존중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아이가 받아 온 상이나 선생님의 이야기를 통해 알게 된 부분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동안 받아온 여러 개의 퍼즐 조각들과 함께 아이의 전체 그림을 대략적으로 보게 되었는데, 아주 멋진 그림이었고, 칭찬받을만했다. 


오늘 같은 반 엄마들을 만나 담소를 나누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그들은 자신의 자녀가 말한 첫둥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씩 전해줬다. 다른 엄마들의 입을 통해 들려진 첫둥이에 대한 이야기들이 놀라울 정도로 칭찬들로 가득 차 있어서 나는 몸 둘 바를 몰랐다. 아이가 잘한 것이고 내가 잘한 것이 아닌데, 마치 내가 잘해서 아이가 잘 자란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고, 우리 아이가 뛰어나서 그렇다는 생각에 아이의 뛰어남이 나의 뛰어남을 대변해주는 듯해서 우쭐함과 민망함이 번갈아 교차했다.  

이래서 자녀의 성적이 좋고,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좋은 기업에 들어가서 돈을 잘 벌고 결혼생활도 성공적으로 해내고 있다고 하면 부모들이 그토록 자식 자랑하고 싶어하는지 알 것 같았다. 

나는 우리 첫둥이가 행여나 실수하고 남에게 피해를 줄까 늘 걱정하였는데, 기대 이상으로 잘하고 있다고 하니 그동안의 모든 수고에 대한 보상을 오늘 다 받는 듯했다. 

하지만, 그건 진실이 아니다. 반쪽짜리 진실이다. 나는 우리 아이와 관계가 어떠한지를 살펴보았을 때 좋은 성적표를 받을 수 없다. 진짜 성적표는 자녀가 사춘기가 되었을 때 나온다고 누군가 그랬다. 모두가 겪어야 하는 질풍노도의 시기에도 부모를 신뢰할 수 있으며, 부모를 벗어나고- 부모를 뛰어넘어-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는 성장을 하려는 시기에도 부모를 향한 신뢰와 지지를 받으면서 부모를 벗어나서 독립하게 된다면 자녀 스스로도 자신이 자랑스럽고 부모도 기뻐 마지하지 않을까. 

나중에 받을 사춘기 때 성적표가 나쁘지 않기 위해 지금부터 씨를 뿌리며 밭을 일구려고 한다. 아들과의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이 좋은 성적을 내는 길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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