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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날 Dec 02. 2022

귀신이 무서운 나이

 꼬부기가 요즘 부쩍 무서움을 많이 느낀다.

전에는 안그랬던거 같은데, 7살 후반 부터 

갑자기 집에 함께 있는데도 무섭다 하고, 장난감 가지러 갈 때도 같이 가달라고 한다. 

빨래통에 빨래 넣으러 갈 때도 같이 가자고 하고, 

샤워 후 옷장에서 옷을 꺼내려 할 때도 같이가달라고 한다. 


우리집은 24평이고, 

나는 항상 거실에 있거나 주방에 있으며, 모든 방이나 공간은 거실이나 주방과 연결되어 있으니 무서울래야 무서울 수 없는 구조다. 

다시 말해 같은 공간에 있는데도 무서우니 같이 가달라고 하니 일이 더 늘어났다. 처음에는 불을 켜고 가라고 했는데, 불을 켜고 가도 무섭단다. 캄캄한 곳이 무서울 수도 있으나 환하게 불이 켜진 곳에 같이 거실에 있으면서 쓰레기를 버리러 가는 동안 무섭다고 한다. 기가막힐 노릇이다. 


우리 집은 9시에 안방에 형과 둘이서 먼저 들어가서 잠이 들고, 몇 시간 뒤에 엄마 아빠가 들어가서 모두 한 공간에서 잔다. 얼마전 부터 안방에서 문을 조금만 열어 둬도 되냐하길래 그러라고 했고, 자다가 불러서 가보면 무섭다며 눈물을 글썽이며 울고 있다. 

꼬부기가 안방에서 무서워 하는 것은 장롱에 있는 못자국이었다. 

수년전 내가 장롱 한쪽 편에 옷을 걸 수 있는 못을 하나 사서 박았다가 뗀 적이 있다. 못 두개를 박아서 옷고리가 생기는 아주 작은 고리형 못이었는데, 그것을 떼냈기에 스크류 나사못이 빠져나온 구멍 두개가 남아 있다. 구멍 두개는 나란히 붙어 있어서 눈처럼 보인다. 그리고,이사할 때 그 못이 어딘가에 부딪혔던지 구멍 아래로 약간 나무가 깨져서 입처럼 보이는 공간도 생겨났다. 그러고 보니 얼굴처럼 보이기도 하다. 

저 얼굴이 자기를 보고있는것 같아서 무섭다고 한다. 

나중에는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어 버리고 잠을 자고 있었다. 왜그러나 이유를 몰랐다가 모든 이유가 저 못자국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못자국이 있는 곳에 테이프로 붙여서 안보이게 가려뒀다. 꼬부기가 보기 전에 몰래 가려두고 선물 처럼 짜잔 보여줬는데, 테이프로 붙여도 무섭단다. 

그러고 보니 테이프로 붙여도 못 자국의 형태는 희미하게 보였다. 마치 얼굴을 붕대로 슬쩍 가려둔 느낌으로. 

그래서 예전의 고리를 다시 달아 뒀다. 

그래도 무섭단다. 

그래서 그 고리에 꼬부기가 만들어온 크리스마스 리스를 걸어 두었다. 그래도 여전히 무섭단다. 


또 하나 더, 천장에 있는 구멍을 가리키며 저기에서 귀신 나오면 어떻게 하냐고 물어본다. 

"저기로 누가 볼 것 같아. 뭔가가 튀어 나올꺼 같아."

우리 집은 오래된 아파트로 고장 난 곳이 많이 있다. 

주방 천장의 구멍은 아마도 소방시스템인 스프링쿨러인거 같은데, 작동하는지 모르겠다. 말그래도 제 자리를 이탈해서 덜렁거리며 걸쳐져 있고, 까맣게 천장의 빈 공간이 보인다. 

이 집에 이사 온지 벌써 3년차인데, 갑자기 이제서야 저게 무섭기 시작했다. 


매일 무섭다고 함께 가자고, 같이 한 공간에 있어도 무섭다는 얘기를 자주 해서, 뭐가 무서운지 물었더니 

"귀신"이란다. 

우리는 교회를 다니고 있기에 나는 성경의 원리를 들어서 무서워 할 필요가 없음을 설명해 주었다. 귀신이 우리에게 물리적으로 공격하거나 강제로 무언가를 할 수 없다. 다만 우리를 속이고 있고, 우리가 귀신에게 속아서 귀신을 따르기 시작하면 귀신이 우리에게 힘을 행사하게 된다고.  

7살 꼬부기가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귀신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다. 성경의 원리와 교회를 다니면서 배우고 봐왔던 귀신에 대해서 더 깊이 나누었다. 


나도 어릴적 귀신이 무척 무서웠다. 3형제가 한 방에 모여서 자고, 엄마 아빠는 다른 방에서 주무셨는데,

나도 꼬부기처럼 엄마방의 문을 열어 달라고 부탁했었다. 문이 열려 있으면 한 공간에 있는 것처럼 느껴져서 덜 무서웠기 때문이다. 옆에 언니도 동생도 같이 누워 있었지만, 무서움은 사라지지 않았다. 

내가 귀신을 안무서워하게 된 것은 교회를 나가면서 부터다. 24살 이후로 교회를 다니고, 하나님을 믿고 난 뒤로는 귀신이 무섭지 않게 되었고, 혼자서도 잠을 잘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 전까지는 혼자서 잠을 자면서 귀신이 무서워서 잠을 설쳤었다. 

친정 엄마도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부터는 혼자서 잠을 못주신다.  자다가 깨면 무서워서 잠이 달아나는데 그게 가장 힘들다고 하셨다.  

그런데, 언니도 똑같이 그런다. 이제 40대 후반인데도 아직도 혼자 못자서 고등학생인 딸을 꼭 데리고 잔다. 

어른들도 그러는데, 꼬부기야 뭐 더 그러겠지 싶으면서도 안그러던 아이가 갑자기 얼마전부터 그러기 시작하니 새삼 궁금해진다. 갑자기 왜 귀신이 무서워졌을까. 

귀신 컨텐츠가 나오는 게임을 하는 것을 보기도 했고 놀이동산의 귀신(유령)의 집에도 가보고, 몇달 전 런닝맨과 1박2일에서 귀신특집을 보기도 했었다. "저거 가짜야, 사람이 분장하고 하는 거야" 라고 설명해주면서 봤었는데, 아이는 그 때 심각하게 무서웠던것 같다. 


그러고 보니 나도 어릴 적 '전설의 고향'을 보면서 끔찍하게도 무서웠던 기억들이 있다. '전설의 고향'을 보고 나서 무서움에 한동안 화장실이나 혼자 어딘가를 갈 때마다 무서워서 후다닥 뛰어서 돌아오곤 했었다. 아이들을 보니 나의 어린 시절이 새삼 많이 기억난다. 

참, 누가 그러는데 저 나이에 상상력이 발달하면서 보이지 않는 것도 상상하여 무서워 하기 시작한단다. 정상적인 발달로 나오는 현상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위로해줬다. 그래도 아직 꼬부기의 무서움은 진행중이어서 

어찌 도와야 할지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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