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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날 Dec 10. 2022

7살 무서움 극복 훈련

날씨가 추워지니 움츠러들게 되고, 더욱 집안으로 파고들게 된다. 

베란다에만 나가도 추우니 후다닥 들어오고, 베란다 정리도 뒷전으로 하고, 안으로만 피신한다. 

겨울이 그토록 힘든 계절이었었나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된다. 

아이들을 낳고 난 뒤로 겨울이 힘든 계절이 되었다. 겨울만이 아니라 쌀쌀한 날씨는 다 힘들다. 20대 때 엄마가 여름 빼고 3 계절 내복을 입으시는 것을 보고 부끄럽게 생각했었는데, 지금의 내가 딱 그러고 있다. 

찬 바람이 불면, 산후 풍으로 발목이 시리고, 뒷목부터 소름 돋듯 오싹한 느낌이 온몸을 훑으며 내려간다. 

이번 겨울만 잘 참고 버텨보자며 나에게 위로한다. 내년이면 이사 가게 되는데, 그곳은 단열이 잘 되는 곳이라 생각하며 하루하루 버티고 있다. 

나의 사랑 족욕기가 없었다면 수족냉증으로 얼어붙은 손발을 살려낼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족욕기와 건조기와 식세기. 

내가 육아를 하며 힘들 때마다 나를 위로하며 도와주는 사람만큼 큰 역할을 해주는 가전들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이제야 이해되고 공감되는 것들이 생겨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좋은 점이 이런 것이다.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는 것. 


꼬부기는 아직도 천장의 무늬나 구멍들을 살피며 무서워하고 있어서, 나는 그런 꼬부기를 훈련시키고 있다. 

예전 <불안에 대하여>라는 책에서 읽었었는데, 

불안과 강박, 두려움에 대한 치료를 할 때, 환자가 무서워하고, 강박을 갖고 있는 부분에 매일 노출시키면서 

그 상황이 되어도 본인에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매일 경험하도록 할 때 치료가 된다고 했다. 


예를 들면, 새로운 치약을 쓰는 것에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는 사람이 있다. 새로운 치약의 뚜껑을 열 때 화학 가스가 나와서 자신의 생명에 위협이 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기에 치약 뚜껑을 열지 못한다. 

그 환자에게 의사는 1회용 미니 치약을 대량으로 구입해서 매일 하나씩 뚜껑을 열어서 쓰도록 지시했다. 그것이 환자를 위한 치료 방법이었다. 그는 매일 치약 뚜껑을 열면서 자신이 생각했던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다. 그러면서 치약에 대한 불안증에서 서서히 벗어나게 된다. 


이것을 적용하여 우리 꼬부기가 무서워서 화장실에 같이 가달라고 하거나 뒷베란다에 같이 가자고 부탁할 때, 스스로 다녀오도록 권면한다. 

엄마가 여기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한 번 다녀와 보자.라고 반복해서 얘기해주고 기다린다. 

아이는 베란다 문 앞에까지 갔다가 돌아오기를 수차례 하며 울음을 터뜨리며 무섭다고 호소하지만, 

그래도 한 번 다녀와 볼 것을 지속적으로 말했다. 왜 이렇게 해야 하는지를 설명해 주었다. 

아이는 뒷 베란다에 괴물이 숨어 있을 것 같다고 한다. 그래서 자신을 놀래킬 거 같단다. 

누군가 숨어 있지 않다는 것을 그리고, 너를 놀래키려 하지도 않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도 혼자 다녀오도록 인내심을 갖고 말해주었다. 


결국 아이는 혼자 다녀왔고, 울음을 터뜨렸지만 자신이 해냈다는 사실에 기뻐했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다. 다음 날은 지난밤보다는 수월하게 다녀왔다. 그래도 여전히 무섭다며 호소하긴 했다. 하지만, 전날에 비하면 20%로는 공포감이 줄어들어 있는 듯했고, 스스로 해내는 시간도 빨라졌다. 

아이를 키우면서 나를 돌아보게 되고, 어릴 적 나와 마주하게 된다. 잊고 있었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러면서 그때의 나를 돌아보고 지금의 성인의 내가 어린 나에게 '괜찮아, 잘 해냈어'라고 토닥여주게 된다. 그러면서 나도 꼬부기와 함께 자라고 있는 느낌이 든다. 아이들을 통해서 나도 같이 성장하고 어린 나를 돌아보며 그때 돌보지 못했던 나의 마음도 돌봐준다. 그러고 나면 아이들의 마음도 이해가 되고, 내 마음도 편안해진다. '무서웠었지?, 이제는 괜찮아.' 

"아들아, 갑자기 귀신이 무서워져서 집 안에서도 공포를 느껴야 하니 얼마나 불편해?, 오늘 혼자 뒷베란다도 다녀오고, 화장실도 다녀오는 네 뒷모습을 엄마가 계속 보고 있었어. 네 뒤에 엄마가 있었어. 오늘처럼 앞으로 생기는 두려움도 잘 극복해 나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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