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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날 Jan 11. 2023

야뇨증 완치훈련 시작~

이제 꼬부기는 8살이 되었다. 

예비 초등생이고, 곧 초등학교 1학년이 될 것이다. 

불안한 마음으로 준비하며 기다려왔는데, 어느 순간부터 아이는 확 자라서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수준이 되었다. 꼬부기가 학교에 가서 잘할 수 있을까 끊임없이 걱정했었는데, 이제는 그런 걱정을 하지 않는다. 

어린이집에서 친구들과도 제법 재미있게 놀고, 하고 싶은 얘기도 잘하는 듯하기 때문이다. 

한 번은 "지은이가, 너는 말을 못 했는데, 갑자기 말을 잘하네?라고 했어" 라며 얘기해 준다. 

아무렇지 않은 듯, 본인은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있다는 듯 무심하게 내뱉는데, 듣자마자 마음에 저장됐다. '이제 됐다 휴'

선택적 함구증처럼 오랜 시간 말을 하지 않고 지냈고, 그 이후로 필요한 말은 하긴 했지만 말수 없는 아이로 통했던 꼬부기가 말을 많이 하고 있다니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겠나? 

학교 들어가서 어려운 상황이 되었을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게 안되어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7살 때 교실에서 바지에 응가해 버리고는 엉덩이가 찝찝하니 말도 못 하고 엉금엉금 기어 다니고 있던 적도 있다. 다행히 선생님이 기지를 발휘해 아무도 모르게 처리해 주셨다. 


매일 아침마다 응가를 두 번씩 하기 전에는 어린이집 가지 않으려 해서 매일 지각하다시피 하며 1년을 다녔었다. 응가가 나오지도 않는데, 변기에 앉아서 힘을 주거나 어린이집 가는 길에 반드시 화장실에 들려서 한번 앉았다가 가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없어졌다. 

정말 이제는 살만해졌다. 다만 아직 야뇨증은 그대로 있어서 매일 빨랫감이 생기고 있다.


학교 들어가기 전에 야뇨증 완치를 위해 아이와 완치 훈련을 하기로 했다. 약물치료는 일시적이고 약을 끊은 뒤에 다시 원상태로 돌아가기에 최대한 훈련을 통해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했다. 

소변경보기를 사용하는 것도 있지만 그것은 최후의 보루로 미뤄두고, 야뇨증 완치훈련에 대해 배운 뒤 아이에게 앞으로 할 일을 설명했다. 

1. 7시 이후로 물 마시지 않기. 저녁시간에는 과일, 유제품, 카페인등도 먹지 않기

2. 소변으로 젖은 빨랫감 치우는 과정 돕도록 시키기

3. 낮에 물을 많이 섭취하기 (방광 늘리기)

4. 방광크기를 늘리기 위해 소변이 마려울 때, 5분~10분씩 늘려가며 참았다가 누기

5. 야뇨증에 대해 타인에게도 말할 수 있게 하기(비밀로 하는 것보다 자신의 병을 커밍아웃할 수 있어야 한단다)

6. 자기 전에 소변누기

야뇨증은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나아지는 병이다. 밤에 소변양이 적게 만들어지는 호르몬이 배출이 되고, 방광의 크기도 커지면 야뇨증이 사라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리고, 수면 중 각성 훈련이 있어야 한다. 소변이 마렵거나 소변이 나올 때 뇌가 깨어나서 감각을 알아야 한다. 대부분 깊이 수면에 들어서 느끼지 못하는데, 뇌가 깨어나서 감각을 느끼는 훈련을 하도록 돕는 것이 소변경보기를 부착하여 알람이 울릴 때 깨워서 화장실을 데려가는 것이다. 이 훈련을 하면서 새벽에 소변이 나오는 감각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다. 뇌훈련이기도 하다. 


이렇게 노력하다 보니 매일 쉬를 하는 건 여전하지만, 쉬를 안 하고 넘어간 날도 생겼다. 그리고, 하룻밤 사이에 두 번에서 세 번까지 쉬를 한 날도 있었지만, 요즘은 한 번으로 그친다. 

이것만으로도 큰 성과다. 

꼬부기에게 야뇨증은 자존감이 떨어지게 하는 가장 큰 요소이기에 학교 들어가기 전에 치료하는 것이 좋다. 당장 큰 효과가 안 나오더라도 이렇게 꾸준히 하다 보면 수개월 안에 횟수가 줄어들고, 사라질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그래도 야뇨완치 훈련을 시작하고 난 뒤로는 내 마음도 편해졌다. 반드시 완치될 수 있으니 확신을 가지라는 의사샘 말에 이미 마음이 놓였다. 초등 6학년까지도 야뇨로 고생했다는 얘길 들었었기에 야뇨증에서 벗어날 수 있는 날을 당길 수 있다는 것은 freedom 자유로 느껴지게 한다. (쇼생크 탈출)

그렇게 아이들도 독립해 나가고, 나도 자유를 얻을 날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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