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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날 Feb 13. 2023

피부 꿰매야 할 때는 피부과 아니라 성형외과로

벌써 얼굴을 두 번이나 꿰매다니 믿기지 않는다. 

오늘 아이의 비명소리가 들리자마자 나는 혼비백산하고 어쩔 줄 몰라했는데, 그런 모습을 아이에게 그대로 보여주고 말았다. 

눈썹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그저 그곳이 다쳐서 피가 흐르는 정도라 생각하고 호들갑상태는 아니었다. 

아이의 얼굴을 가까이에서 보고 상처부위를 살짝 당겼는데, 

새빨간 아이의 속 살 깊은 곳까지 드러나 보여서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우왕좌왕하고 있는 동안 아이도 같이 불안에 떨었다. 

집에 있는 밴드로 붙여놓고 나니 상처가 안 보여서 마음이 좀 진정되었다. 

그래도 아까 본 게 믿기지 않고 내가 잘못 봤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지난번처럼 꿰매야겠지?' 하고 생각은 하고 있었다. 

내가 진정되니 아이도 진정되었다. 아이는 그래도 슬픈 목소리로 "이게 꿈이라면 좋겠어"라고 연신 말했다. 

나도 이게 꿈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방학이라 아이들은 다툼도 많아졌고, 집 안에서 노는 시간이 많아서 다칠 수 있는 요소가 많았었다.

큰 아이가 동생을 밀면서 그 위로 넘어졌는데, 바닥에 떨어지면서 화분에 머리를 바로 부딪혔다. 

아무리 생각해도 화분에 머리가 부딪혔는데 이렇게 깊게 찢어질 수 있을까 싶었다. 방안에 화분을 놔둔 나 자신이 미워졌다. 앞으로 몇 달 뒤면 이사 갈 거라서 집안을 뒤집어 놓진 않았었는데, 애꿎은 화분이 미워서 남편에게 화분을 베란다로 내보내자고 했다. 


처음 꿰맸던 때는 아이가 걷기 전에 물건을 짚고 일어서기만 하던 시기였다. 다른 아이들은 이미 걷는 시기였지만 우리 꼬부기는 걷기가 늦어져서 일어서기만 가능했었다. 

그렇게 일어서 있다가 갑자기 주저앉았는데, 그만 식탁 모서리에 부딪히며 눈가가 찢어졌었다. 그때가 명절이어서 이모집에 가있었는데, 부랴부랴 응급실로 달려갔다. 

응급실 두 군데를 돌며 성형외과의사가 있는 곳으로 가서 마취도 없이 생으로 꿰맸었다. 

작은 아이를 꽁꽁 묶어둔 채 몇 바늘 꿰맸는데, 

묶인 채 울었던 작은 아이의 얼굴과 눈빛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그때도 피부 속 깊이 새빨갛게 보였었다. 

오늘은 남편도 없고 나 혼자 아이를 데리고 병원을 가는데 월요일 오전이니 동네 피부과를 향했다. 피부과에서 아이 피부가 찢어졌다고 하자 봉합수술은 하지 않는다며 돌려보냈다. 몇 군데를 갔지만, 모두 보지도 않고, 피부과 진료는 하지 않는다고 했다. 피부과에서 피부과진료를 하지 않아서 의아해하면서 피부과가 뭐 하는 곳이었던가 생각을 했다. 그런 중 생각난 병원 한 곳이 있었다. 이 의사 선생님은 할머니 선생님이셨는데, 보훈병원에서 오랜 시간 피부과진료를 보시다가 병원을 차리셨다. 꼬부기 발바닥에 티눈이 생겼을 때 레이저 치료 해주시고, 몸 안쪽에 갑자기 점이 많이 생겨서 물어보러 가기도 했었다. 그곳에도 전화하니 봉합은 피부과가 아니라 성형외과로 가야 한다 하셨다. 그래도 가서 확인하고 가야지 생각으로 갔는데, 선생님은 보자마자 많이 찢어져서 꿰매야 한다며 여기서는 진료가 어렵다고 하셨다. 

그렇게 인근 성형외과에 전화를 돌려 한 곳을 찾아냈다. 대부분 성형외과는 피부봉합을 하지만, 수술일정이 많이 잡혀 있어서 지금은 안된다고 했다. 수요일에 오라고 했는데, 그게 말인가 방귀인가

다행히 한 곳에서 와도 좋다고 했다. 단 조건이 붙었다. 수면마취는 하지 않기 때문에 부분마취만 할 것이고, 아이가 협조하지 않는다면 중단될 수 있다고 하셨다. 


휴, 아이 설득하기를 여러 번. 응급실로 가서 해도 동일한 상황이니 아이에게 이건 무조건 해야 하는 상황이니 참아내야 한다고 했다. 다행히 마취주사를 맞고 나면 아프지 않을 거라고 하셨다. 단 마취주사가 아플 거라고 했다. 

아이가 움직이면 안 되기 때문에 내가 같이 들어가서 아이 손을 붙잡기로 했다. 

꼬부기는 마스크를 썼는데,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숨죽여 우는 소리가 구슬프게 들려서 간호사가 눈물을 계속 닦아주며 위로해줬다. 


젊은 의사 선생님이 들어오셔서 꿰매기 시작했다. 깊게 찢어져서 피부 겉면만이 아니라 안쪽과 근육까지 찢어졌다고 하셨다. 근육을 꿰매고, 그 안쪽을 꿰매고 그다음에 겉면을 한다고 하셨다.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아주 오랜 시간 꿰매고 또 꿰맸다. 

아이는 낚시 바늘 같은 바늘이 들어갈 때마다 아픈지 소리를 내서 울었다. 아프다는 말을 하기 부끄러웠는지 덥다고 말하며 울었다. 온몸에 땀이 나고 있었다. 양말도 벗기고 남방도 벗기고 마스크도 벗겼다. 그래도 바늘이 들어갈 때마다 덥다며 울어댔다. 

정말 길고 긴 시간이 흘렀다. 다 끝났다는 말을 열 번도 더 한 뒤에 이제 마지막이다라는 말을 다섯 번도 더 한 뒤에도 이제 진짜 마지막이다라는 말을 하면서 한 번 더 꿰맨 뒤에야 끝났다.


끝난 뒤에는 아이는 이렇게 잘 참아낸 아이는 없다며 1등이라는 칭호를 듣고 아주 기분 좋게 나왔다. 바깥에서 기다리던 큰 아이는 잠들어 있었다. 우리 모두 힘든 시간을 보냈고, 잘 이겨냈다. 큰일을 마쳤다는 사실에 긴장이 풀리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의사 선생님께 정말 감사해서 고개를 숙여 인사를 연거푸 했다. 

아이는 오늘도 하나 배웠을 것이다. 넘어질 때 손을 짚지 않으면 얼굴을 다친다는 것을. 벌써 여러 번 다쳤는데 오늘로써 다시 각인했겠지. 그리고 나는 피부 꿰맬 때는 피부과가 아니라 성형외과나 외과로 가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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