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시작했더니
학원도 시작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이전에는 학원에 다녀보자 말해도 안간다고 단호박이던 녀석이었는데,
학교 다닌지 3일 째에
슬그머니 "내일은 친구가 있는 미술학원 가볼꺼야." 말했다.
다른때 같으면 '절대 안가' 라고 했을 텐데
이번엔 아무 대답이 없다. 간다는 의미다.
1학년은 수업이 4교시고, 점심식사까지 하고 끝나면 12시 50분이다.
첫날은 아이도 긴장 나도 긴장한 터라 아무 생각없이 집에서 쉬었다.
둘째날은 나오자마자 학교 놀이터로 곧장 향해서 한참을 놀았다. 그곳에서 같은 반 친구를 만나서 잠깐 말도 섞고 시소도 같이 탔다.
모르는 친구와 모래놀이도 한참이나 했다.
정말 재미있게 잘 놀고 있는 모습을 오랜만에 봐서 몇시간을 거기에 서 있었는지 모르겠다. 뒤쪽에 의자가 있었지만, 이미 만석이어서 앉을 곳이 없었다. 2시간 넘게 서있었는데, 꼬부기가 잘 놀아서 가자는 얘기도 안하고 그냥 한없이 보고 있었다.
문득 내 뒤편에 앉아서 보고 있는 엄마들 무리가 의식되어 나중에는 계속 서있기 힘들어졌다. 그제서야 아이에게 가자고 얘기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이틀 학교 간 뒤, 주말을 맞으니 아이는 아주 신나고 승리감에 도취되어 있었다. 목소리도 커지고 표정도 밝아지고 자신감도 넘쳐 보였다.
그러다 일요일이 되니 다시 어두워졌다. 자신은 일요일이 제일 싫다고 하며 학교에 안가고 싶다고 한다.
방학이 언제냐고 묻는데 그 마음이 너무나 공감이 되었다.
월요일을 잘 보내보자는 생각에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시키고 보냈는데,
어떻게 지냈는지 알 수 없으나
일단 학교를 다녀왔다는 것에 이미 승리였다.
끝나자마자 놀이터에서 놀기 시작하는데, 그곳에서 같은 반 아이를 만나서 어울려 한참을 놀았다.
술래잡기를 할 때 꼬부기가 술래가 되니 표정이 매우 긴장되 보였다. 친구를 잡으러 뛰어가는 표정이 즐거워 보이지 않고 힘든 일을 하는 표정이었다. 긴장되고, 친구를 잡으려 안간힘을 쓰는 모습.
게다가 목소리도 앙칼졌다. "아니야"
뭐가 아닌건지 알수 없으나 친구와 어울려 뛰어다니고 시소도 타는 모습이 전에는 보지 못했던 모습이라서 너무나 기뻤다.
그리고 모래놀이까지 3시간 가까이 놀이터에서 놀다가 집으로 향했다. 신발은 모래먼지로 하얘졌고, 나도 눈이 먼지에 뻑뻑했다. 가문 날씨에 모래도 바싹 말라져서 바람에 뿌옇게 날렸다.
아이들은 모래를 미끄럼틀에도 시소에도 그네에도 뿌리면서 놀았다.
아파트 놀이터는 우레탄인데 반해 학교 놀이터는 모래가 있으니 그게 참 낯설었나 보다.
모래가 좋은 장난감이 되어줬다.
매일 이렇게 놀이터 앞에서 3시간씩 있을 순 없고, 앞으로 1달도 안되어서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도 점차 사라질테니 얼른 학원을 잡아야 겠다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면 학원 자리도 없어서 못들어갈테니
그렇게 오늘 처음으로 미술학원으로 향했다.
미술학원에 낯익은 친구가 있어서 인지 안으로 잘 들어가고 엄마랑 떨어져 있으면서도 잘 있었다.
끝나고 물어보니 재밌었다며 계속 다니겠단다.
뭐 이리 술술 잘 풀리는지 나도 의아하면서 아, 이제 아이가 많이 컸구나. 이제 갈 때가 되어서 쉽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 일찍 와봤었다면 어땠을까? 그런데, 지금이 딱 좋은 시기였다는 것을 확인한다.
전에 갔더라면 가는 길에도 울었을 테고 학원에 엄마랑 떨어져 들어가기 싫다며 문앞에서도 울었을텐데
지금은 새로운 도전이 연이어 지면서 얼떨결에 시작하는 것도 있고
본인도 자신이 초등학생이 되어 컸다는 것을 자각하는 듯했다.
아이들은 계속 성장한다는 변수가 있어서 늘 새롭다. 어제 안되던게 오늘은 갑자기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