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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날 Mar 09. 2023

초등학교 1학년 3월 초 일상기록

지금은 누구나 이렇게 지내고 있어서 관심이 없지만, 

문득 30년 뒤에 이 글을 본다면 

그때는 이랬다니 신기하네 생각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100년 뒤에 남겨진 디지털 기록을 읽고 

100년 전 초등학교와 주부의 일상을 연구할지도..


1학년은

늦어도 9시까지 교실에 도착해야 한다. 

처음에는 8시 55분까지 오라고 했는데, 늦는 학생들이 있어서인지 9시라고 늦춰주셨다. 

그래도 그전에 가야 한다.


교실에 책상과 의자가 띄엄띄엄 놓여 있다. 

일렬로 줄을 맞춰 쭈욱 있다. 

교실은 문이 두 개로 앞문과 뒷문이 있고.

앞문은 선생님이 다니는 문,

아이들을 뒷문으로 다녀야 한단다. (이건 꼬부기 말)

교실에 들어간 아이를 보고 싶으나 복도 쪽에 있는 창문으로 보기가 좀 어렵다. 

키 170 정도 되어서 까치발을 해야 간신히 보인다. 

나도 키 168에 5센티 굽의 신발을 신고 까치발을 해서 

아이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아이가 복도 쪽 책상이어서 보기가 어려웠다. 

그리고 창문으로 보지 못하게 무언가로 가려놓아서 보기 어렵다. 보려 하면 안 된다. 수업시간에 누가 빼꼼 보고 있으면 수업 방해되니까.


교실 뒤 사물함 앞에 선생님이 계시면서 들어오는 아이들의 짐을 넣어주셨다. 꼬부기도 가자마자 들고 간 짐을 선생님께 드리니 선생님이 넣어주셨다. 

1학년 첫 시작 때 가져가야 할 짐이 꽤 많다. 개인 비품으로 두루마리 휴지, 물티슈가 있고, 지우개 똥을 치우는 작은 쓰레받기와 빗자루도 가져가야 한다. 

그리고, 작은 사각형 모양의 바구니와 책을 세워둘 수 있는 플라스틱 L자파일도 하나 가져가야 한다. 

노트와 색연필, 사인펜, 크레파스도 물론이다. 


그렇게 준비물 목록을 보며 하나씩 지워가며 챙겨 보내는데도 뭔가가 빠져서 보충해 줄게 생긴다. 

빨간펜도 필통에 넣어서 보내라고 해서 추가하고, 노트도 열 칸 노트, 보조선 없는 열 칸 노트를 추가했다. 

문구점 가서 직접 눈으로 보면서 찾아야 무슨 소리인지 정확하게 알 수 있다. 노트도 다양하기에. 

지우개 달린 보드마카, 검정 네임펜, 연필 세 개, 지우개, 필통.


이 모든 것에 이름을 다 붙여야 한다. 크레파스, 사인펜에도 하나씩 모두. 

딱풀은 뚜껑에도 이름을 써오라고 하신다. 뚜껑을 잃어버려서 찾는 아이들이 많나 보다. 

1학년이니 엄마가 다 해줘야 할 일들이다. 이렇듯 1학년 엄마는 처음부터 준비물을 준비하느라 바쁘다. 문구점에는 이 모든 물건이 다 있어서 구하는 것은 쉽다. 


아침에 7시 30분에 일어나서 세수하고 옷 입고 간단하게 밥을 먹는다. 

김과 밥, 시리얼과 우유, 밥과 간단한 반찬, 밥과 국 

이렇게 간단하게 먹이는데, 점심식사가 3교시 이후인 11시 몇 분인가에 먹기 때문에 굳이 열심히 많이 먹일 필요가 없고, 안 먹고 가면 배가 고플 수 있기에 가볍게 먹인다. 

아무리 그래도 점심을 11시에 먹다니 그건 좀 바뀌어야 할 듯하다. 이건 코로나 이후로 거리 두기를 하면서 학년별로 시간대가 달라서 그렇다. 돌아가면서 시간이 바뀐다고 한다. 


교문 앞까지 아이와 가다 보면 수많은 1학년들이 보호자와 함께 학교로 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횡단보도 앞에서 갑자기 사람들이 몰려와서 인파에 휩싸인다. 

교문 앞에는 교장선생님이 인사를 하며 맞이해 주신다. 한 명 한 명에게 인사하고 웃어주시는데, 교장선생님 직업이 참 힘드시겠다 싶다. 

그렇게 교문 앞에서 헤어져야 하는데, 초기 며칠은 교실 앞까지 데려다주는 사람이 꽤 있다. 

나도 한 번은 뒤따라가봤다. 

교문 앞에서 헤어지고 나면 책가방을 매고 아장아장 걸어가는 듯 보이는 꼬맹이들의 뒷모습을 엄마들이 대견한 듯, 안타까운 듯 쳐다보며 핸드폰으로 촬영한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멋진 장관도 아닌데 내 아이가 혼자 학교를 향하는 모습에 뭉클해지고 감동이 되고 이 순간을 영원히 기억하고 싶어서 촬영한다. 별것 아닌 장면인데 나중에도 이렇게 감동적이려나..

나도 찍어두었다. 대부분 엄마들은 비슷한 마음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보낸 뒤 집으로 얼른 가서 청소하고 할 일 하고 나서 12시 50분까지 교문으로 가야 한다. 

점심을 급하게 챙겨 먹고 뛰어서 교문으로 시간 맞춰 나가면, 

대부분 여성으로 이루어진 군중들이 학교 쪽을 바라보며 교문 근처에 서 있다. 

그곳에서 보이는 남성들은 모두 태권도 학원 선생님들이다. 가끔 아빠가 오기도 한다. 

그렇게 아이들은 선생님 인솔하에 교문으로 와서 엄마를 찾는다. 

처음에는 아이가 엄마를 못 찾을까 봐 긴장했는데, 장소를 정해서 그곳에 서있겠다고 했더니 이제는 잘 찾아온다. 아이들은 작고 엄마들은 커서 찾기가 어렵다. 


그렇게 아이를 만나고 나서부터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한다. 너무 긴 시간이어서 학원을 보내거나 방과 후 수업을 신청해서 시키는데, 방과 후 수업은 3월 넷째 주부터 시작이어서 2주 정도는 아이와 데이트하거나 놀이터에서 놀게 하며 시간을 보낸다. 

아이는 학교 수업이 끝났다는 것에 기분이 좋고 엄마와 함께니 기분이 좋아서 무언가를 하고 싶어 하는데, 나이 많은 엄마는 지쳐있고, 에너지가 별로 없다. 


여기까지가 2023년 3월 개학 7일 차 풍경이다. 

몇 주가 지나면 이 풍경은 바뀌게 될 것이다. 대부분 학원을 가게 되고 방과 후 수업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때는 하교 시간이 좀 더 늦춰진다. 그만큼 엄마의 시간도 늘어나게 된다. 놀이터도 비게 된다. 교문 앞도 엄마들이 사라질 것이다. 아이들이 혼자서 학교에 가게 되니 변화가 된다. 3월에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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