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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날 Oct 21. 2021

저와 제 갑상선을 소개합니다

 


9세, 7세 아들 둘을 키우고 있다. 주부가 본업이지만, 자칭 연구자이자 예술가다. 대학에서 10년간 공부를 하며, 영화와 영상이론을 전공하였다. 영화를 만들 수도 있지만, 분석하고 글쓰기를 더 잘한다. 자칭 연구자이기에 북한 영화를 통해 북한 사회를 연구한 논문을 책으로 출간하기도 했다. 그리고 학교에서 영화 제작, 영상제작 수업이라는 타이틀로 수업을 했었다. 


 결혼한 뒤 임신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결혼은 서른 살에 했는데, 몇 번의 유산을 경험하고 6년 만에 어렵게 아기를 품에 안았다. 갑상샘이 안 좋았던 것과 관련이 있지 않았을까? 갑상샘 저하증이 온 것은 첫 아이를 임신한 지 7개월 때부터다. 그때부터 시작해서 갑상샘 호르몬 약을 지금까지 9년째 복용 중이다. 갑상샘이 안 좋으면 임신도 어려운데, 아들 둘을 낳을 수 있었으니, 얼마나 감사하고 갑상샘에게 고마운지 모른다.


  원래 잠들면 깨지 않고 둔감했으나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아이의 작은 신음에도 눈이 번쩍 떠졌다. 조금씩 예민한 감각이 생기기 시작했던 거 같다. 예민 정도를 1부터 10까지로 레벨이 있다고 하면 첫 아이를 낳고, 조금씩 발동이 걸려서 5 정도가 되었던 거 같고, 둘째를 키우면서 8까지 가게 되었다. 


둘째가 대두증 의심 진단을 받게 되면서 생후 6개월부터 대학병원을 오가며 수많은 검사를 하고, 무서운 얘기를 듣곤 했다. 병원에서는 간질 약을 먹이자 했는데, 도저히 믿기지 않아 먹이지 않았다. 아차 하면 먹여야 하니 항상 아기 머리둘레를 재면서 지냈다. 


당시가 가장 어둡고 힘들었던 시기 같다. 약 두 돌 때까지 매일 걱정하고, 자료 찾아보고 하다 보니 세상 모든 게 다 의심스러웠다. 내가 임신 중 먹은 갑상샘 호르몬 약 때문에 아이 머리가 이렇게 되었나(담당의사 선생님이 늘 이 약을 먹으면 아이 아이큐 7 정도가 더 높아진다는 연구결과 논문을 보여주곤 했기에). 첫째 아이 이유식 만든다고 만삭 때까지 인덕션 앞에서 오랜 시간 서 있었는데 전자파 때문인가, 아니면, 방사능 때문인가, (아이에게 왜 이런 문제가 생기느냐는 질문 했더니 의사 선생님은 농담처럼 방사능 애기를 하셔서 나의 책 읽기가 시작되었다) 아기 70일 때 침대에서 떨어졌는데 그것 때문인가, 아니면 유전 문제인가? 


그러던 중 의사 선생님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던진 얘기에 책을 찾아보기 시작해서 방사능, 전자파, 환경오염, 식품첨가물, 영양과 건강과 질병에 관련된 책을 (셀 수 없지만) 최소 100권 이상 찾아보면서 예민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갑상샘 저하증과 하시모토 갑상샘염 자가면역질환이 있다는 것을 알았음에도 건강을 돌보지 못했고, 오로지 아이들을 돌보기 바빴고, 둘째 아이 걱정하며 스트레스 속에서 하루하루 살아왔다. 


 감사히도 두 돌이 지나고 대천문(보통은 돌이 지나면 닫힌다)이 닫힌 뒤로 머리 둘레 커지는 속도가 느려진 편이고, 서울의 유명한 큰 병원을 두 군데 방문했더니 일단은 그냥 내버려 두라는 얘기를 듣고 나서부터 나의 걱정은 멈추게 되었다. 


  이제는 마음 놓여서 행복하고 바쁜 일상을 보내던 중이었던 거 같은데, 건강검진에서 갑상샘 암 진단을 받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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