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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날 Jan 06. 2022

수술 5개월 차 기록.

갑상샘 없이 5개월이 지났다. 이제는 많이 적응되었다는 생각이 드는 한편 '언제쯤 컨디션이 괜찮아질까', '언제쯤 호르몬 약에 익숙해질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잃어버린 갑상샘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 거였다면 평생 그리워할 거 같다. 

문득 내가 갑상샘과 함께 있어서 건강하고 개운한 기분을 느꼈던 게 언제였을까? 생각이 든다.

몸이 가볍고 산뜻하게 느껴지는 컨디션은 어릴 적 또는 젊은 시절에 느꼈던 듯하다. (아, 갑상선 저하증으로 약을 먹던 시기에도 약이 세져서 항진증으로 가게 되면, 새벽에 자다 깨서 그런 기분이 들곤 했었다. )

지금은 오랜 만성피로로 충분히 자고 일어나도 졸린 느낌과 개운치 않은 기분을 씻어낼 수 없다. 

이제는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다들 피곤하고 나처럼 만성피로를 느끼는 게 아닐까" 하는 혼돈이 생기기도 한다. 

나이가 들어가서 그런 거지 하는 생각을 하다가도 이렇게 나를 포기할 수 없어서 운동을 하며 체력을 끌어올리려 하고, 보양식을 먹으면서 기력을 되찾아 보려 한다.


갑상샘을 아직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외치고 싶다. 나팔을 들고, 크게 말해주고 싶다. 

"당신의 갑상샘이 있을 때 잘 지켜주세요"

어제 신문기사에서 대한민국 암 발병률 1위는 갑상샘이라는 기록을 보면서 '나도 저 기록이 나오는데 일조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까, 나와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걸어가게 될 것인가. 이것은 단지 건강과 질병에 대한 얘기만이 아니라 환경에 대한 얘기이기도 하다. 

우리의 환경은 많이 변화되었다. 오염되었다. 우리가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한 시대인 것이다. 

깨끗한 환경에서는 우리에게 인풋이 되는 것도 적어서 우리가 굳이 아웃풋을 많이 하려 노력하지 않아도 됐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많은 양의 인풋이 있어서 우리는 더 많은 아웃풋을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아웃풋을 위한 노력 아웃풋을 위한 루틴. 

인풋을 줄이기 위한 노력과 루틴 이 나의 과제이다. 


정기적으로 디톡스 하며 운동과 가공품이 아닌 자연 그대로의 섭취를 하는 문명과 최대한 멀어지려는 노력이 필요한 거 같다. 


나에게 타임머신이 생긴다면 언제로 돌아가 볼까. 

단 한 번만 돌아가 있을 수 있다면 갑상선 결절을 처음 발견했던 시기로 돌아가 보고 싶다. 그래서 꾸준히 관리하며 위험성을 인식하고 노력을 하고 있어야지. 

그러면 좀 달라져 있지 않을까. 

아니 아니 그때는 아기가 나에게 일 순위가 돼있어서 노력과 모든 게 쉽진 않을 거야 

그래도 그때만 되어도 좋을 거야


아니 아니 더 옛날로 돌아가면 어떨까. 34살에 암이 발견되려면 9세 때부터 암이 시작이 되어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9살 때의 습관이 암을 만들기 시작했다라고 신문에서 읽었다. 그러면 나의 9살로 돌아가서 인생을 다시 시작하듯 살아본다면 어떨까. 

그런데 그것도 아니다. 아마 이 한국에서 9살로 살아가며 공부해야 한다면 더 심한 병이 생길 것만 같다. 

그냥 나의 지금 이대로가 최선이었다고 생각이 든다. 나도 무수히 많은 노력을 했었다. 그리고 배우고 내 몸에 체득하기 위해 시행착오들을 하며 꿈꾸고 아프기도 했었다. 


그런데, 그 결과물이 지금의 갑상샘만 잃은 것이라면 정말 선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왜냐하면 내 몸의 대부분을 부모님께 받은 그대로 지켜내고 있으니까. 


5개월 차 지금의 나는 갑상샘을 잊어 가고 있다. 그리고, 내 생활에 집중한다. 나의 일상에서 해결책을 찾으려 한다. 


피곤하게 되는 것은 잠과 연결되어 있다는 중요하고 보편적인 진리를 발견하고, 첫째 수면을 위한 노력을 최대한 하고 있다. 

양질의 수면을 하기 위해서는 낮에 무엇을 어떻게 하며 지냈느냐가 중요하다. 

나의 낮은 밤을 만들어 낸다. 나의 밤은 낮을 기억하고 있다. 나의 무의식 속에서 낮에 했던 말과 행동 중에 거슬리는 것이 있으면 그것은 무의식적으로 내 머릿속에서 리플레이된다. 그리고 그것은 나를 불쾌하게 한다. 

'내가 또 교만했군.. 내가 또 배려하지 못했군. 실수했네.

어리석은 말을 내뱉었어. 아무것도 모른 애송이 같아'

그런 생각으로 자책하게 한다. 

그래서 낮에 겸손하고 친절하고 평안하고 사랑이 가득해야 나의 밤이 아름다울 수 있다. 


그리고, 낮에 적당량의 일을 해야 한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일정한 양의 일을 꾸준히 해야 한다.

부족하거나 많으면 밤의 수면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기 위해서 나의 삶이 어느 정도 규칙적이고, 일정한 게 필요하다. 가벼운 컨디션을 만들기 위해서 내 인생을 리폼하는 것은 호르몬 약을 꾸준히 먹는 것만큼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낮과 밤은 내일을 위해 계획적으로 소비된다. 수도승들은 자신에게 몇 가지의 제한을 주면서 일평생 자신을 낮아지게 하고, 진리를 깨닫기 위해 수행을 하는데, 나도 그런 수도승의 노력에 비할 쏘냐마는 수도승처럼 절제하고 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포기하고, 시간을 함부로 사용하지 않고, 조심스럽게 고민해가며 아껴서 사용한다. 절제와 인내와 마음의 평안을 위해 수행하는 삶이 도심의 수도승처럼 만들지 누가 알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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