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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날 Jan 19. 2022

식탐

'저리 좀 가 식탐 너'

갑상샘 암 수술로 갑상샘이 모두 제거되었음에도 아직도 진행형인 질병이 있다. 바로 자가면역질환이다. 

갑상선염을 발생시켰던 자가면역질환. 바로 그 문제를 일으켰던 나의 면역 오작동 시스템이라고 불러야 할지 

나의 몸속 염증 제조 시스템이라고 해야 할지 모를 그 문제는 아직 있다. 

주범이 내 몸 안에 있다. 주범은 갑상선을 공격했었으나 현재 갑상선이 없어져서 당황하고 있을 것이다. 

아니면, 이제 갑상선이 사라져서 맘 편해하고 있을까. 

헛소리 같지만, 갑자기 그런 생각들이 든다. 


갑상선 암 수술을 몇 달 앞둔 시점에서 갑상샘 암 치료를 위한 노력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의  자가면역질환의 치료가 더 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갑상선을 자꾸만 적으로 오인해서 공격하여 염증을 일으켜서 염증이 장기화되면서 암으로 변화되도록 했던 나의 면역체계. 이 면역체계는 갑상샘이 없어져도 여전히 갑상샘과 비슷한 구조의 장기에게 또 공격하고 있을게다. 


나의 면역체계가 오인했던 이유를 책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범인은 두 가지인데, 첫째는 장누수/새는 장증후군이 있기 때문이고, 둘째는 소화되지 못한 단백질, 글루텐과 유제품의 단백질 때문이다. 


이 두 가지가 필요충분조건이다. 이 두 가지가 모두 있어야 자가면역질환이 생길 수 있다. 

우리가 먹는 밀가루의 글루텐 성분은 소화가 어려워서 장에서 소화되지 못하고 오랫동안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장누수가 있는 사람/새는 장증후군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소화되지 못한 글루텐/단백질의 독성 이 얇아진 장의 세포막 사이를 통과하여 혈액으로 바로 들어가게 된다. 

그렇게 영양소만 들어가야 할 혈액 속에 소화되지 못한 단백질/ 글루텐/ 다른 성분의 물질들이 들어가면 혈액 속에서 독성을 내뿜으며 온 몸을 돌아다니기에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뿐만 아니라 우리의 면역체계 백혈구와 면역체계는 이 혈액 속 글루텐 성분을 공격하며 처리하느라 예민하고 과로하여 지쳐있게 된다. 

그리하여 글루텐과 비슷한 분자구조를 가진 갑상선 조직에게도 착각하여 공격을 가하게 된다. 

치즈와 유제품의 단백질 구조 또한 유사한 분자구조라고 한다. 그러니 자가면역질환이 있는 사람은 밀가루 음식, 유제품 등을 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저는 가끔씩만 먹어요'라고 위안을 삼고자 했으나 < 자가면역질환 다스리기> 책에서는 가끔씩이라도 밀가루를 먹는 것이 면역체계에 긴장감을 주어서 똑같은 상황을 만드는 것이니 이를 멀리하라고 경고한다. 


현재 나는 내가 좋아하는 빵과 과자, 크림 들어간 요리 들로 인해 나의 소중한 갑상선을 잃었다. 맞바꾼 셈이다. 

수술로 갑상샘 전체를 잃을 수 있다고 했지만, 내 맘 속에서 그래도 떡볶이랑 크림 스파게티 먹을 수 있으니 괜찮아 라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수술이 끝난 뒤로 나의 식탐은 폭주를 하는 듯하다. 그동안 제어하고 있었던 고삐를 놓쳐버린 것처럼 나의 식탐이 고개를 들고 날뛰는 듯하다. 

전에는 가공식품을 끊고, 자연식을 위주로 먹으며 최소한의 조리된 채소와 소금간이 전부인 음식을 먹다가 

다양한 향신료와 자극적인 맛과 단맛이 주는 즐거움에 빠져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때는 가래떡만 구워 먹어도 맛있었다. 

양배추와 당근을 채 썰어서 소금 간 하며 물에 볶은 후, 마지막에 올리브유를 듬뿍 뿌려서 섞어 먹으면 그 맛이 꽤 만족감을 줬다. '수술 한 뒤에도 이 음식은 매일 먹을 거야' 라며 다짐했었는데. 실제 수술 이후에는 몇 번 해 먹지 못했다. 

야채수프를 만들어 먹으면서 자주 만들어 먹어야겠다. 라며 다짐했건만 수술 이후에는 한 번도 만들지 못했다. 바빠서가 아니라 그동안 절제했던 식탐이 고개를 들고 일어섰기 때문이다. 


현대인들에게 이런 유혹은 쉬지 않고 우리 가까이에 다가오고 있다. 나에게 이 유혹을 끊어야 할 이유가 명백함에도 절제를 하기 힘들 때가 많다. 이렇게 매일 찾아오는 식탐이라는 불을 무엇으로 끌 수 있을까. 

티브이에서 나오는 수많은 요리프로와 먹방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이제 그만 해달라'라고 정색하며 말하고 싶다 아니 간절히 부탁하고 싶다.  


그냥 조용해지고 싶다. 내 욕구의 강이 고요해져서 아무 식탐도 생기지 않기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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