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새날 Apr 18. 2022

꼬부기가 특수 체육을 시작하다

  내가 국민학교 다니던 시절에는 특수반이 있었다. 지금은 뭐라고 부르나 모르겠지만 당시 특수반이었던 친구들에 대한 이미지는 부정적이었다. 

수업 중 특수반에 간다며 따로 불려 내려가곤 했는데, 당시에 큰 생각없어서 특수반 가는 친구들에 대해 수근거리는 아이들은 없었다. 굳이 그런 것으로 놀리거나 하진 않았다. 하지만 마음 속에서 저 아이들은 좀 다른가봐 하는 은연중에 하는 생각들이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특수 체육이라는 이름이 좀 조심스럽다. 우리 아이가 특수반에 가게 된다면..특수반 아이 대접을 받아야 한다면 하는 생각을 하면 너무 마음이 아프다. 우리 꼬부기 때문에 나에게 꿈이 하나 생겼다. 우리 꼬부기는 검사결과 지능면에서 경계성 지능장애가 아니었지만, 경계성 지능 장애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다가 갖게 된 꿈이 있다. 의외로 우리 주변에는 경계성 지능장애를 갖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느린 학습자라고도 불리었는데 그들은 장애도 비장애도 아닌 경계에 있기에 정부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은 직업을 구하는데도 어려움이 있고, 일을 하더라도 월급을 비장애인에 비해 적게 받는다. 그리고 사기도 많이 당한다고 한다. 남의 말도 잘 믿고 속기도 해서 그런다고 하는데 내 마음이 어찌나 아프던지.. 

  

 겉모습으로는 차이를 못 느낄 수 있으나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어려움을 갖고 있고 긴장되어 있는게 보인다. 내 꿈은 그런 아이들이 월급을 비장애인들과 동등하게 받으면서 일할 수 있는 작은 일터를 갖고 싶다. 그 아이들에게 월급 주기 위해 사업을 하고 싶다. 그리고 그 아이들이 자신감을 갖고 자존감도 높아지고 더 지적 능력도 끌어올려주어서 그들만의 장점과 강점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  암튼 허황된 꿈같지만 그런 꿈이 생겼다. 그러기 위해 뭐라도 일을 시작해야 하고 내가 잘되야 한다. 우리 꼬부기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지만, 나에게는 소망이 생겼다. 내가 사장이 되어야 할 이유.


  꼬부기가 몸을 잘 사용하고, 자신감도 갖게 될 수 있는 센터를 찾다 이곳을 발견했다. 이 곳을 설명하는 문구가 '운동을 통해 자신감을 키워준다'였는데 우리 꼬부기를 부르는 소리 같았다. 당장 전화해서 대기를 걸어 두었는데, 바우처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남들이 안하는 시간대만 있었다. 금요일 저녁 6시30분. 나에게 그 시간은 취침 준비하는 시간이었는데, 그 시간에 밖에 나가는 것을 마음 먹었다. 


  첫날 그 시간에 맞춰 나갔다가 퇴근 차량 속에 갇혀서 꼼짝못했다. 이런 예상을 못했다니.. 참, 나 답다.

첫 수업인데 10분이 늦게 도착하여 바로 수업이 시작되었다. 나는 밖에서 소리만 듣고 있는데 우리 꼬부기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소리가 들려왔다. 신나게 뛰어다니고 즐거워하는 듯 했다. 수업이 끝난 뒤 꼬부기는 잔뜩 흥분해서 "재밌었어!"라고 외쳤다. 

우리 꼬부기가 태권도 학원도 절대 안간다며 울며 거절하였고, 무용학원도 싫다하여서 운동은 형아처럼 초등학교 들어가서나 시작할 수 있으려나 했는데, 이렇게 자기도 형처럼 운동을 배우고 있다는 사실에 자신감이 생겨난 듯 보였다. 그리고 '겁냈었는데, 해보니 별거 아니네' 하고 생각하는 듯 보였다. 긴장감도 사라지고 불안도 사라져 보였다. 

특수체육을 한 번 했을 뿐인데 꼬부기는 또 한층 성장하고 달라졌다. 오늘은 달력 금요일칸에 체육선생님이라고 적고 있었다. 얼른 금요일이 되서 체육하러 가고 싶은 모양이다. 나에게도 이런 날이 오다니 너무나 기쁘면서 동시에 진즉 해줄껄 하는 생각에 또 후회도 남는다. 

"꼬부가, 네 안에는 잘할 수 있는 힘이 있어. 해낼수 있어!"

 

이전 13화 이빨 두 개가 부러지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