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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날 Apr 08. 2022

야뇨증의 그림자

  인지검사에서 비교적 높은 점수가 나왔더라도 꼬부기는 그대로 꼬부기였다. 어리숙하고 느린 상태였다. 다만 아이의 자신감이 좀 더 나아져서 표현을 좀 더 하기도 하지만.

늘 이렇게 검사하고 돌아오면 꼬부기는 자신감이 더 생겼다. 나도 꼬부기를 보는 태도가 달라졌다. 나의 관점이 바뀌었고, 나는 늘 사과를 했다. 그리고 나의 잘못된 언행을 바로잡았다. 그래서인지 조금씩 변화를 보여주었다. 

  요즘 나의 노력은 이러하다. 

먼저, 꼬부기의 자존감 하락에 큰 영향을 주었던 야뇨증을 고치기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하였다. 우리 꼬부기는 야뇨증으로 매일 자다가 쉬를 하고 있었다. 매일 쉬하다 보니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렸다. 이틀 연속으로 이불 빨래를 하던 어느 날 '더 이상은 못하겠다'라는 생각을 한적도 있었다. 이렇게 매일 이불빨래를 해야하느니 그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그날은 참 우울했던 날이었나 보다. 그런데, 이것은 내가 안 하겠다고 안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래도 그나마 나은 것은 7시 이후부터는 물을 안 먹이면서 소변 양이 조금 줄어들어서 기저귀 정도만 적시고 이불은 건재한 날이 많아진 덕분이다. 엎드려 자다 쉬하지만 않는다면..

   이제는 잘 참으며 살고 있었는데, 병원에서 야뇨증을 고치기 위해 약을 두 알 처방해줬다. 하나가 항우울제였는데, 의사 선생님도 약사 선생님도 항 우울제라 쓰여있지만 야뇨증 치료에 쓰인다며 안심시켜주셨다. 

그래도 조심스러워서 고민되었지만, 의사 선생님을 믿고 한 번 해보자는 마음에서 약을 받아왔다. 약을 받으면서 꼬부기에게 "이 약은 쉬를 안 나오게 하는 약 이래"라고 말해주자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꼬부기는 약을 꺼내서 손에 쥐고 집에 도착할 때까지 놓칠 않았다.

 "이거 먹으면 쉬 안 싼대?",

 "응" 

지하철 안에서도 버스 안에서도 약을 꼬옥 쥐고 있었다.  그리고, 도착해서 현관문을 열면서 "형, 이 약 먹으면 쉬 안 나온대!"라고 소리치며 뛰어 들어갔다. 그토록 쉬를 안 하고 싶었었나 보다. 


  꼬부기가 쉬를 하는 문제로 스트레스를 주거나 하진 않았던 거 같다. 옛날에는 이불에 자꾸 쉬하면 수치심을 느끼도록 옆집에 가서 소금을 얻어오게 해서 이웃집 어른들에게 꾸지람을 듣게 하고, 각성시켜 고치려 하지 않았나. 문득 그렇게 해결되리라 생각했던 어른들이 참 무지하다 생각된다. 아마 세탁기도 없이 매일 빨래할수도 없고, 방수패드도 없었을 시절이니 그랬으리라 이해는 된다.

 

그에 비하면 나는 스트레스를 주지도 않고, 혼내지도 않았다. 아이의 의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고, 남편도 초등학생 때까지 야뇨증이 있었다는 얘기에 '유전이구나' 하고 '기다려 줘야겠다'고만 생각했던 탓이다. 그래도 제 딴에 스트레스를 받았을 테지만, 생각해보면 "이제 7살이니까 일어나서 쉬해야 해" 식의 얘기들을 가끔씩 했었고, 형도 "너 이제 7살인데 왜 계속 쉬해?", "엄마, 꼬부기 왜 지금도 기저귀 차?" 질문들을 하곤 해서 자존심이 상하긴 했었다.


 하지만, 꼬부기의 태도에서 자신이 밤마다 쉬 한 걸로 인해 속상해하거나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처럼 느꼈었다. 기저귀를 찰 때면 장난치면서 자신의 사타구니 부위를 간지럽혀달라고 장난치며 웃곤 했다. 그랬기에 꼬부기가 이걸로 인해 자존감이 낮아지고 자신감이 없어졌으리라는 생각을 못했었다. 내가 그토록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있었나하는 반성이 되었다. 


 그런데,  꼬부기가 약을 먹는 그날 새벽부터 잠에서 깨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이 오지 않아서 뒤척거리다가 울기 시작했다. "엄마, 언제 아침 돼?" 

새벽마다 나를 깨웠고, 본인은 잠이 안 오니 다시 잠든 나를 두 번씩 깨웠다. 

나에게 잠은 얼마나 중요한지 말하면 입이 아플 정도다. 갑상선 전절제로 갑상선을 잃었고, 호르몬 약으로 살아가는데 저하 증상으로 늘 힘에 부친다. 그나마 잠이라도 잘 자야 낮에 살아갈 수 있다. 그런데 꼬부기가 약을 먹기 시작하면서부터 나의 수면 패턴도 꼬이고 잠을 자지 못해 피로가 쌓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결국 5일째 되는 날 약을 중단했다. 


 "꼬북아, 엄마는 꼬부기가 쉬하는 것으로 속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어떤 사람은 키가 크고, 어떤 사람은 키가 작은 것처럼 쉬를 일찍 안 하는 사람이 있고, 어떤 사람은 쉬를 늦게 까지 해. 쉬를 한다고 문제가 있는 건 아니야. 너도 더 크면 저절로 쉬를 안 하게 될 거야. 그러니까 우리 약을 먹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너는 어떻게 생각해?"

"그래도 오랫동안 먹고 싶어"

"약을 먹으면 새벽에 자꾸 깨는데도 괜찮아?"

"아니.."

새벽마다 깨서 울던 녀석이 그래도 오랫동안 이 약을 먹고 싶다고 하니 내 가슴이 쓰라렸다. 

가엾은 우리 꼬부기. 


  의사 선생님을 찾아가 뵙고 이런 부작용이 있어서 약을 중단했고 얘기했다. 선생님은 잠이 오는 약을 추가로 처방해주겠다고 하셨다. 신경과 약을 더 추가하는 것은 거부감이 든데다가 지금 상황에서 다른 대안도 없다 하셔서 약을 받지 않고 그냥 병원을 나섰다. 선생님은 아이가 학교 들어가기 전에 야뇨증을 고치는 게 좋겠다고 하셨다. 쉬도 조절 못하는 자신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힘들 것이며, 매일 밤 기저귀를 차면서 '나는 아직도 아기 같아'라는 생각을 하게 될 거라 하셨다. 그럼에도 약을 먹이지 않기로 하고 진료실 문을 나서자 의사선생님이 한숨을 푹 쉬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떤 부모들은 약을 끝까지 먹이며 적응할 때까지 노력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그 반대였다. 문득 옳은 선택이었을까 궁금해진다. 다시 내 발로 병원에 찾아 갈 날이 올 수도 있다.  


 약은 안 먹지만 야뇨증을 치료하기 위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1. 저녁 7시 이후로 물 안마시기. 

2. 자기 직전에 쉬하고 자기. 

3. 자다가 깨워서 쉿 통에 쉬 누이기. (3번이 도움이 될는지 모르겠지만)


매일 쉬하는 시간을 체크하고 쉬의 양도 체크하고 물 마시는 시간도 체크해서 관리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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