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살이 되자 꼬부기를 마냥 아이처럼 보지 않게 되었다. 그동안 내 눈에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막둥이라 부르면서 큰 아이에 비해 마냥 좋게 봐준 부분이 있었다.
큰애에 비해서 화내기 전까지 기다려 주는 시간도 달랐다. 큰애에게는 엄격하고 곧장 큰소리가 나갔지만, 꼬부기에게는 덜했다.
꼬부기가 느리고 부족하다는 생각에 이해해주려는 마음이 생기는 거다. 반면 큰아이에게는 왜 이렇게 엄해지는지. 이것도 문제다. 큰아이 입장에서는 얼마나 억울할까 이 시간 글 쓰면서 반성해본다.
꼬부기가 7살이 되면서부터 내년에는 학교에 간다는 사실을 자주 얘기한다. 부정적으로 얘기하는데,
늘 "나는 학교 안 가!", "학교 안 가면 엄마 잡혀가?", "학교 안 가고 집에 있을 거야!" 이런 류의 말을 주로 한다.
학교가 겁이 나는 모양이다. 나도 겁이 나고 긴장되기 시작하는데 우리 꼬부기는 얼마나 긴장될까..
아이에게 도움을 주고 싶고 바람막이가 되어 주고 싶고, 학교안 보내고 살아도 된다면 그냥 데리고 있고 싶은 마음이다.
'대안학교도 있고, 홈스쿨링도 있으니..' 하고 나도 피할 길을 만들어 놓고 '여유 있게 생각해 보자'라고 마음먹는다.
꼬부기는 6살에 올라가고 얼마 안 되어서 한글을 읽기 시작했다. 한글의 원리를 설명해 주었더니 금세 깨우쳤다. 그리고선 읽기 시작했다! 느렸던 아이이기에 얼마나 안심이 되었는가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고맙고 감사했다. 그래서 더 마음 편하게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그런데 아이의 짜증과 떼쓰기와 폭력은 점점 더 심해지는 듯하고, 물어보면 늘 돌아오는 대답이 "몰라" 였기에 걱정을 하고 있었다
늦되긴 하지만, 아직은 표현하기 힘들어서 그런 것 같으니 기다려주자. 시간이 지나면 차이가 안 날 만큼 또래 친구들을 따라잡게 될 거야라고 늘 긍정적 기대를 하고 있었던 듯하다.
그런데, 갑자기 나의 마음에 돌멩이가 던져진 것처럼 불안의 파동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시작은 아이에게 퀴즈를 내면서부터다. 덧셈을 물어보기도 하고, 숫자 쓰기를 시켜보기도 했다. 숫자는 아직 잘 쓰지 못했다. 왼손잡이 인 탓도 있겠지만 거꾸로 쓰거나 아직 모양을 그려내는 수준이었다.
한 번은 정육면체가 블록처럼 쌓여 있는 그림이 있어서 이 그림 안에 도형이 몇 개 들어 있을까? 질문해 보았다. 아이는 눈에 보이는 것만 세었고, 아래에 숨어 있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
이것을 이해시키기 위해 블록을 들고 와서 설명해 주며 간신히 넘어갔다.
그다음에는 요일에 관해서 질문해 보았다. 매일 같이 자신에게 퀴즈를 내는 게 싫었던 것일까? 아무리 설명해도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다.
"꼬부기가 어린이집 가는 요일은 무슨 요일이야? " 질문에
"일요일", "목요일"
틀린 답을 내놓는다. 형아가 옆에서 힌트를 주고 있는데도 이해가 안 되는지 대답도 못한다.
"꼬부기 교회 가는 날은 무슨 요일이지?"
"월요일"
"월요일? 땡!"
"일요일",
"맞아, 일요일이지? 일요일은 교회 가고 어린이집 안 가잖아"
"어린이집 가는 요일은 무슨 요일이지?", "음... 일요일"
이런 대화를 계속 오가면서 다시 설명하고 반복했지만, 아이는 계속 틀린 답만 말했다.
그날 밤에 너무나 충격이 커서 당장 검사를 받으러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지? 왜 설명해도 이해를 못 하지? 맞아 이해력이 떨어지는 것 같아. 인지가 떨어지는 것 같아. 경계성 인지장애인 걸까?
그러면 어떡하지? 느린 것은 기다려주면 되는데 이것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모든 고민이 연상되며 이어져 갔다.
그날 밤 잠들기 전에 꼬부기와 눈물바다가 되었었다.
꼬부기가 "엄마, 내가 할아버지 되어서 할아버지, 할머니 댁에 가면 무슨 말 하실까?" 질문했다.
다른 때 같으면 좀 더 부드럽게 대답했을 수도 있는데, 그날은 이미 퀴즈로 심각해져 있었기에 "네가 할아버지 되었을 때는 할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안 계셔"라고 냉정하게 말했다.
"그럼 엄마는?", "엄마도 없어. 네가 할아버지 되었을 때는"
꼬부기는 눈물을 흘리며 "안돼!, 엄마 없으면 안 돼.." 계속 눈물을 닦으며 울었다.
나도 어둠 속에서 같이 울었다. 아이는 그 사실을 처음 알았다는 듯이 충격에 울음이 그치지 않았다. 전에도 얘기했던 것 같은데 오늘에서야 왜 그럴까 싶어서 내 마음이 심란해졌다.
꼬부기가 엄마 없이 잘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슬픔이 밀려왔다. 갑자기 비극적인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것처럼 한없이 슬퍼졌다.
아이를 재우고 나와서 눈물이 쏟아졌다. 이런 슬픈 일이 생기지 않도록 제발 도와달라는 기도가 나왔다.
학교에 들어갈 준비를 하려니 내 마음도 빠짝 군기가 든 것처럼 긴장된다. 아이가 학교라는 제도에서 잘 적응하고 학업을 해 나갈 수 있을지 정말 미리 확인해보고 싶다.
결국 풀 배터리 검사, 종합심리검사를 받기 위해 예약을 했다. 풀 배터리 검사라고 불리는데, 이 안에 지능검사도 들어가 있고, 그 외의 다양한 검사가 들어가 있다. 검사하고 나면 뭔가 갈피가 잡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