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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날 Apr 11. 2022

이빨 두 개가 부러지다

  갑자기 평화로움이 깨지고, 순식간에 절망감이 나를 감싸 바닥까지 내려가게 한다. 우리 꼬부기가 그렇게 나를 다룬다. 그날도 형과 티격태격하고, 아파트 로비를 뛰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형을 앞서고 싶어서 서두르고 있었다. 잘 달려가고 있었는데, 순간 넘어졌다. 

그럴 수 있지. 넘어지는 일은 자주 있지. 그런데, 꽤 아프겠다 싶게 바닥으로 온몸이 떨어진다. 무릎이 닿고 손바닥으로 짚고 그런 순서로 넘어지면 좋으련만 꼬부기는 넘어질 때 손을 사용하지 않는다. 마치 손이 없는 사람처럼 그냥 가슴과 얼굴이 바닥으로 곧장 떨어진다. 


  우는 아이를 일으켜 세우고 옷을 털어내는데 아이가 입에서 뭔가를 뱉어낸다. 하얀색 가루가 나오고, 작은 조각들을 뱉어내길래 뭔가 보는데.. 이빨 조각들이었다.

순간 비명을 지르며 짐승처럼 울부짖었다. 아랫니는 거의 빠진 듯 덜렁거리며 쓰러져 있고, 앞니 한 개도 깨져서 부서져 있다. 입에서 이빨 조각들을 털어내 주면서 고통스러워서 비명이 절로 나왔다. 아이도 나도 울부짖고 있었다. 머릿속이 하얗게 되고 아무 생각 없었다. 그러다가 순간 드는 생각이 '그래, 빠질 이빨이라서 다행이다. 내가 이렇게 놀라면 아이는 더 놀라지, 진정하자' 

그러곤 아이에게 "놀랐지? 괜찮아.. 빠질 이빨이니까 괜찮아." 

애써 침착하게 말했다. 그러자 아이도 곧 울음을 그쳤다. 

  이런 날들이 너무 자주 일어나니 내 수명이 조금씩 줄어드는 것만 같다. 제발 나에게 이런 고통이 그치기를.. 크면 괜찮으려나 하는 생각에 얼른 크기만을 기다려왔었다. 우리 꼬부기는 머리가 커서인지 넘어지면 상상을 초월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내 손을 잡고 걸어가다 넘어진 날도 시멘트 바닥에 입을 부딪힌 건지 입술을 긁힌 건지 입술에서 새빨간 피가 줄줄 흐르고 입술은 퉁퉁 부어서 1초 만에 두배 정도로 커졌다. 그런데 금세 피가 그치더니 입술의 껍찔이 벗겨진 듯 새빨갛게 모세혈관들이 보이는 듯했다. 넘어지면 머리를 늘 다쳤다. 아스팔트 위에서 뒤로 넘어지며 머리가 바닥으로 떨어진 적도 있었다. 그때 받았을 머리의 충격을 생각하면 나는 더 이상 살 수 없을 것처럼 기운이 빠지고 고통스럽다. 

  아이가 걷기 시작하면서 이런 일들이 수도 없이 일어났다. 식탁 위에 올라가서 놀곤 했는데, 식탁 위에서 바닥으로 떨어진 날도 여러 번 있었다. 한 번은 식사 중 의자에서 일어섰다가 뒤로 떨어져 버린다. 우리 집 의자는 원목의 사각 의자였는데, 사각 모서리가 꽤 뾰족하고 단단했다. 그런데 그 모서리에 머리가 떨어진 거 같다. 어떻게 거기에 떨어질 수 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이는 울어대고 나도 울부짖으며 머리를 살펴보았는데, 머리가 찍혀서 멍이 들어 있었다. 피멍. 약간 찢어진 듯 피도 맺혀 있었다. 그날 아이가 살아 있는 것 자체가 놀라웠다. 

이렇게 여러 번 천국과 지옥을 오가며 나에게는 놀람병, 놀람증이라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증상이 생겼다.

  꼬부기가 다치면 나는 비명과 함께 아이의 죽음을 마주 하는 듯한 깊은 절망의 땅으로 꺼지듯 내려간다.

나의 불안이 너무 극으로 치달아 버린다. 예전에 <불안에 대하여>라는 책을 읽었는데, 그 책에서 불안증의 사람은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와 "다녀왔습니다"라고 인사하는 순간 아이를 누윈 관이 들려 나가는 모습이 이어서 연상된다고 했다. 평온한 순간에 비극을 상상하며 불안에 떠는 신경증. 나에게도 이런 비슷한 현상이 나온다.

   며칠 전 꿈에 꼬부기를 눈앞에서 잃어버렸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아이가 보이지 않는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하고 답답하고 불안하여 아이를 찾아 헤매다 깨어나는데 옆에 곤하게 자고 있는 아이의 모습을 보고도 진정이 되지 않았다. 

  치과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어 보니 아랫니도 부러져서 뿌리만 남아 있고, 윗니 한 개도 조각조각 떨어져 부서진다. 결국 두 개의 이빨이 빠지고 뿌리만 남겨 졌다. 그래도 뿌리가 남아 있어서 다행이다 싶으면서 앞으로 이빨이 나려면 2년은 더 남았을 텐데 그동안 저렇게 지내도 될까 걱정이 된다. 부디 이빨이 너무 늦지 않게 잘 나오고 뿌리도 잘 버텨줘서 염증 없이 잘 있다가 서서히 녹아서 사라져 주길...

(영구치가 나오면서 뿌리와 닿아서 부딪히면서 뿌리가 거의 녹는단다)


   그렇게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자 운동심리상담센터를 찾아보게 되었다. 거기에서는 선생님과 1:1로 운동을 하면서 자신감을 키운다고 한다. 우리 꼬부기에게 참 필요했던 게 아닌가! 꼬부기가 몸을 사용할 줄 알게 되고, 자신감도 생기고 자존감도 올라가게 되기를 간절히 원했는데, 우리 꼬부기를 위한 센터가 아닌가 하는 생각에 바로 전화를 걸었다. 바우처를 사용할 수 있다니 얼마나 감사한가. 바우처는 8세 이전까지만 사용 가능하다니까 부지런히 사용해야겠다. "꼬북아 너는 잘할 수 있을 거야, 엄마는 그렇게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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