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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날 May 30. 2022

꼬부기가 자라고 있다.

  요즘 부쩍 마음이 편해졌다. 이유인즉슨 꼬부기가 몇 개월 전과 비교하여 눈에 띄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갑자기 변화가 오면서 나도 헷갈린다. 그동안 힘들었던 게 다 거짓말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내가 오버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렇게 순식간에 아이 걱정이 줄어들다니. 


 그나저나 나의 가장 큰 걱정거리였던 아이의 사회성이 좋아진 이유가 뭘까? 아이에게 매일 3가지 칭찬을 해서일까? 칭찬으로 아이의 자존감 탱크가 차오른다고 했는데. 그렇게 탱크가 차올라서인지 친구들에게도 먼저 다가가고, 어린이집에서 키가 제일 큰 남자 친구에게도 다가가서 처음으로 같이 놀았다.  

아니면 내가 소리 지를 않아서 일까. 소리 지르지 않기를 한 지 3개월이 되었는데, 뇌과학자의 말대로 이제는 소리지르기가 잘 안 된다. 3개월 동안 소리지르기를 안 하면 우리 뇌에서 사용하지 않는 뇌세포에 대해 퇴화시켜서 없애기 때문에 점점 하는 방법을 모르게 되거나 안 하게 된다고 한다. 

 예전에 많이 지르던 때와 비교하면 거의 안 한다고 봐야 하고, 3개월 전과 비교하면 60퍼센트 정도로 줄어들었다고 생각된다. 어디까지나 내 입장에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고 아이들은 엄마가 지금도 소리 지른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예전에 소리 지를 때의 나는 마법을 부린 것처럼 소리를 지름과 동시에 아이들이 얼음이 된 상태에서 상황이 종료가 되니 가장 쉬운 사건 해결 방법이라 생각하며 힘들 때마다 사용하였다. 이건 정말 나의 잘못된 양육과 훈육이었다. 실패였고, 그것을 되돌리기 위해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고, 멀고 먼 길로 돌아서 왔다. 아이들이 나의 버럭을 따라 하게 되었고, 형제 다툼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소리지르기도 그쳤다지만, 놀이치료 다닌 지 6개월가량 되었는데 그 효과인가?

아니면, 최근에 시작한 특수체육 덕분인가? 놀이치료는 다닌 지 오래되었는데도 전혀 효과가 없는 듯했었는데 최근 특수체육을 다니면서 아이가 많이 달라진 것도 같다. 운동을 통해 자존감을 올려준다고 했었는데, 그 효과인가??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아이는 이전보다 마음이 한결 편하고 자신감이 생겼다. 친구들에게 얘기도 자연스럽게 꺼내고 친구들과 몰려 앉아서 개미를 잡으며 놀거나 딱지치기하면서 놀기도 한다. 그리고, 싫은 행동에 대해서 친구에게 "하지 마"라고 말하기도 했단다. 이것은 어린이집 선생님이 얘기해주셨다. 내가 가정 걱정했던 부분이 이것이었는데, 의사표현을 정확히 하고, 싫은 것도 싫다고 말하고, 하지 말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되지 않아서 어려움을 겪는 게 걱정이었는데 해결의 실마리가 보였다. 


꼬부기 포함 사내아이들 3명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서 딱지를 가지고 놀고 있다. 얼마나 자연스러운 모습인가. 이 풍경을 얼마나 오래도록 기다려왔었는지 모른다.  

친구들과 놀고 싶어 좋아하던 특수체육 수업도 가기 싫어하는 아이를 보면서 

원래 아이가 그랬던 것처럼 마치 이전에 걱정이 신기루였던 것처럼 순식간에 잊혀졌다. 

이전에 힘들었고 속상해했던 게 전부 언제 그랬냐는 듯 남일 말하듯 그렇게 변하였다. 

아무튼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아직 몇 주 안되었지만, 날마다 아이는 친구들과 놀면서 즐겁다. 

오히려 놀이치료와 운동치료 가길 거부한다. 

친구들과 노는 게 가장 좋은 배움이고 치료이니 수업을 끊고 친구들과 놀 수 있게 할까 하는 생각도 잠시 흔들렸었다. 

그래도 8세 이전까지 스스로 완전히 설 수 있을 때까지 도와주고 싶다. 좀 더 참아보자. 


늦게 피는 꽃이 있고 

일찍 피는 꽃이 있듯 

늦게 피는 아이가 있다더라

그 아이가 내 아이일지 

알 수 없어서 엄마는 불안하다

꽃이든 아이든 무조건 한 번은 피는 거라면 

그 사실을 붙들고 기다릴 수 있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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