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귀찮고 사랑스러운
쌔~빙한 에어컨의 반전
최신형 에어컨을 샀습니다.
예쁩니다.
드디어 가동을 시작했습니다.
아끼느라,
가족들 있을 때만 풀가동합니다.
우리 집에서 가장 쌔~빙한 요 녀석.
그. 런. 데…
아무리 틀어도
찬바람이 나오지 않습니다.
회사 에어컨은 10년이 지나도
윙— 소리와 함께 충직하게 바람을 뿜어대는데,
우리 집 에어컨은 제습기처럼
뜨-뜻한 바람만 내뿜습니다.
에어컨을 들여다보고,
애들 숙제도 들여다보고,
문이 열렸나 확인해 보고,
간식으로 만두도 찌고,
껐다가 다시 켜보고,
싸우는 애들 뜯어말리고,
에어컨 상품평도 훑어보고,
건조기에서 꽉 찬 빨래까지 개고…
“고장이겠지…”라는 불안 속에
몸도 바쁘고,
머리는 더 바쁩니다.
다음 날에도,
그다음 날에도,
에어컨은 아무리 봐도… 고장입니다.
그래서—
남편에게 말했더니,
“에어컨 말고, 네 몸이 이상한 거 아니야?”
……
어디서 많이 듣던 말인데?
아!
겨울에도 더워서 문 열고 다닐 때,
남편이 했던 말,
“추워, 문 좀 닫아.
네 몸 이상하다. 병원 가봐.”
계절을 거스르는
독보적인 내 몸이,
이번 여름에도 문제였구나.
가족들과만 있으면
찜질방 풀가동 모드로 변신하는 이 몸뚱이.
에어컨은 멀쩡했고,
고장 난 건—
내 체온 조절 시스템?
혹은…
폐경 예비군?
회사에선 서늘한데,
집에만 오면 열이 나는 그 진실.
그랬구나.
집에 오면 뜨거워지는 건,
내 숙명이었구나.
몸도 마음도
계절보다 먼저 끓어오르는 요즘.
에어컨은 결국 아무 잘못 없었고,
나는 조금 더
나를 이해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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