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어머니

무너져도 무너지지 않는 사람

by 지숙수담

3화. 무너져도 무너지지 않는 사람


남편이 그렇게 다짐하던 그 시절,

어머님은 이미 수많은 무너짐을 겪으신 분이었다.

사람이 살아가다 보면 한 번쯤은, 아니 몇 번이고 무너질 수 있다.

하지만 어머님은 그때마다 다시 일어나셨다.


큰아이를 잃었을 때도,

살림을 일군 집에 시댁 식구들이 다시 모여 살게 되었을 때도,

믿었던 사람에게서 외면을 느꼈을 때도,

어머님은 울음을 삼키고 다음 날 아침 밥상을 차리셨다.


그런 모습이 어린 남편의 눈에는

마치 거대한 바위처럼 보였을 것이다.

감정은 숨기고, 고단함은 말하지 않은 채,

조용히 제 자리를 지키는 사람.

그게 남편이 기억하는 어머니의 첫 번째 모습이었다.


어머님은 자녀를 반듯하게 키우고 싶어 하셨다.

크게 말씀하신 적은 없지만,

그분이 살아온 방식 자체가 자식들에게는 ‘가르침’이 되었다.


남편은 늘 진중한 사람이다.

겉으로 드러내기보단 속으로 책임을 다하는 사람.

아버님께선 보여주지 못했던 자상함과 섬세함,

어머님이 삶으로 보여주셨던 부지런함과 곧은 마음을 그대로 닮았다.

가족을 아끼고, 부모를 공경할 줄 알고,

말보다 행동으로 사랑을 전하는 사람.

누가 봐도 ‘제대로 배운 사람’이라 말할 만큼

남편은 어머님의 삶을 삶으로 이어받아 살아가고 있다.


남편의 누나이자 어머님의 장녀인 고모 역시

믿음 안에서 곱게 자라났다.

시부모님을 공경하며 남을 돕는 일에 앞장서고,

어디를 가든 “참 바르게 컸다”는 말을 듣는 사람이다.

어머님은 종종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가 가장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우리 딸이야.”

그 말속에는 자랑과 안도감,

그리고 말동무가 되어 주는 고마움이 함께 담겨 있었다.


고모는 한때 유치원교사로 일했다.

그러다 어머님이 요양원에 들어가신 뒤,

늘 마음이 쓰여 결국 새로운 길을 선택했다.

요양보호사 자격을 따고,

어머님이 계신 그 요양원에서 일하게 된 것이다.

남들이 보면 우연이라 할 수도 있지만,

사실은 오랜 고민 끝에 내린 결심이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어머님의 안부를 확인하고,

작은 변화에도 먼저 눈치챌 수 있는 자리.

그건 고모만이 할 수 있는,

가장 든든하고 따뜻한 돌봄이었다.


어머님은 표현이 적으셨지만,

자식 앞에서는 늘 단정하고 흔들림 없었다.

그 모습은 말보다 깊은 교육이 되었고,

그 자식들은 어머님의 마음을 배워

저마다의 삶에서 뿌리처럼 단단하게 서 있다.


사람들은 그랬다.

“그 자식들, 참 잘 컸다. 잘 배웠다.”

그 말 안에 어머님의 수고와 삶이 오롯이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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