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의 추억 속으로
하하 호호, 호호할머니가 되는 그날까지
1984년, 네 살이던 나는
아빠 무릎 위가 세상에서 제일 따뜻한 자리였다.
아빠는 늘 집에 계셨고,
나는 그 품에서 하루 종일 쪼잘쪼잘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아빠는 내 말을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처럼
“그래, 그래” 하고 웃어주셨다.
그 웃음 속에서 나는 안전했고, 마음은 언제나 고요했다.
저녁 무렵이 되면,
부엌에서는 아빠가 만들어주는 반찬 냄새가 났다.
구수하게 끓는 찌개와 내가 좋아하는 야채를 듬뿍 넣은 계란말이.
아빠는 계란말이를 예쁘게 잘라
꼭 끝자락을 후후 불어 내 입에 넣어주셨다.
그 따뜻하고 부드러운 맛은
세상 그 어떤 간식보다 달콤했다.
그리고 TV 앞에 앉으면
노란 앞치마를 두른 ‘호호아줌마’가 나타났다.
화면이 환해지고, 경쾌한 노래가 흘러나왔다.
방글방글 아줌마, 투덜투덜 아저씨
아줌마가 펼치는 꿈속 같은 이야기
꼬마 친구 숲 속 친구 모두모두 즐거워…
그 노래가 시작되면 나는 저절로 입술을 따라 움직였다.
아빠 무릎 위에서 TV를 보며
‘하하 호호’ 웃음이 터져 나오던 그 순간이 참 좋았다.
작은 우리 거실은 웃음소리로 가득했고,
그 웃음은 하루를 마무리하는 종소리처럼 따뜻했다.
세월이 흘러 나도 이제 ‘아줌마’가 되었지만
그때의 기억은 여전히 선명하다.
키가 작고 웃으면 반달이 되는 눈은 그대로인데,
아이들은 가끔 이렇게 말한다.
“선생님, 눈이 커서 조금 무서워요.”
그러면 나는 장난스럽게 대답한다.
“그럼 오늘은 살짝만 뜰까?”
그 순간 터져 나오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어릴 적 내 웃음과 포개진다.
나는 오래전부터 작은 소망을 품고 있다.
하하 호호 웃는 얼굴로 곱게 늙어,
언젠가는 ‘호호할머니’가 되는 것.
아빠 무릎 위에서 들었던 그 웃음처럼,
누군가의 하루를 편안하게 만드는 웃음을 가진 사람.
그리고 언젠가, 노래 속 장면처럼
아이들과 함께 이렇게 웃고 싶다.
오늘은 오늘은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하하 호호 아줌마, 우리 호호 아줌마
꼬마 친구 숲 속 친구 모두모두 즐거워…
세상은 많이 변했지만
웃음이 주는 힘은 변하지 않았다.
아빠가 내게 주었던 웃음,
호호아줌마가 보여주었던 웃음.
그 웃음으로 나는 오늘도 하루를 채운다.
그리고 그 웃음이 내 주름 속에 가득 새겨지는 날,
나는 분명 호호할머니가 되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