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첫 출근, 작은 손들이 건넨 인사
아침, 해가 막 올라오는 시간.
당직일엔 7시 무렵 어린이집에 도착하지만,
오늘은 당직이 아닌 날이라 8시쯤 출근했다.
그렇다고 여유로운 건 아니다.
현관 앞에는 이미 몇 명의 아이들이 도착해 있었고,
엄마 손을 붙잡은 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첫 출근, 첫 적응, 첫 친구, 첫 선생님.
어른이 된 나에겐 설렘과 긴장이 섞인 하루였지만,
아이들에게 “첫”이라는 단어는 낯설고, 힘들고,
어쩌면 조금 무서운 글자일 것이다.
처음 만난 교실, 처음 보는 아이들,
처음 맡아보는 낯선 냄새와 소리.
그 모든 ‘처음’이 아이들의 어깨를 조용히 움츠리게 한다.
적응기간은 대개 일주일에서 길게는 2주.
그 시간 동안 아이들은 울고 웃고,
붙잡고 매달리고, 또 서서히 놓아주기를 반복한다.
저마다 애착인형, 애착 손수건, 오래 입어 낡아진 애착 옷을 꼭 쥐고,
혹은 집에서 가져온 작은 물건을 놓지 않는다.
그건 단순한 장난감이 아니라,
익숙한 냄새와 촉감으로 스스로를 달래는 작은 안식처다.
나도 그 마음을 안다.
경험자이자 교사인 나조차, 새로운 환경에선 여전히 긴장하니까.
그래서 아이들이 내 품으로 기어들어 올 때,
나는 그 순간을 참 좋아한다.
그건 단순한 포옹이 아니다.
그 공간에서 나를 찾아온다는 건,
나를 의지하고 믿는다는 뜻이니까.
그 손길을 나는 누구보다 꼭 잡아주고 싶다.
어쩔 땐 무릎 위에 한 명, 양팔에 한 명,
등에는 또 한 명이 매달려 울고 있다.
품 안에서, 어깨너머에서, 그리고 내 등에 업힌 울음이
서로 얽혀 교실을 가득 채운다.
눈물, 콧물, 침이 범벅이 된 작은 얼굴들이
내 옷소매를 꼭 잡고 있다.
그 울음을 달래느라 땀이 송골송골 맺히지만,
그 순간만큼은 내가 이 아이들의 전부라는 걸 안다.
이 아이들이 처음 왔을 땐,
엄마 등 뒤에 숨어 바지와 옷자락에 매달려
떼어낼 수 없을 만큼 울던 아이들이었다.
지쳐서 내 팔에 안길 때까지 이어지던 아침.
그러다 조금씩 나를 알아보고, 내 품에 안기며 안도해 가는 과정은
매해 반복되지만,
늘 처음 같고, 늘 새롭다.
그 변화의 순간이 나를 이 자리로 부른다.
하지만 그날의 수업 준비는
이미 안드로메다로 날아가 버린 지 오래다.
아이들이 떠난 교실에는
장난감이 뒹굴고, 종이가 찢겨 나뒹구는 난장판이 남았다.
그 한가운데, 멘털이 탈탈 털린 채
헝클어진 머리로 앉아 있는 나만 덩그러니 남았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웃음이 났다.
오늘 내가 붙잡았던 그 작은 손들이
모든 걸 보상해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아이들의 첫 번째에 내가 있었다는 것이 참 고맙다.
그리고 그 첫 번째의 기억이
아이들 마음속에서 오래도록 따뜻하게 남아 있기를 바란다.
그 첫 만남의 기억이,
내가 보육 현장에 있는 동안 언제든 초심으로 되살아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