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과 광고

혹은 책 세일즈맨과 소설가

by 명희진

지난 주에 소설 인쇄가 들어갔고(이보다 한 주 앞서 들어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나는 이 소설(토성의 계절에 그 아이들은) 홍보를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 호들갑을 여기저기 좀 떨었지만, 홍보라고 할 것 없는 정말 말 그대로 호들갑이라 부끄럽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하다. 홍보란 걸 할 수 있는 상황이 안 되기에, 나는 나의 브런치와 인스타, 스레드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서른 권 정도의 책을 서평으로 나눔을 할까, 하는 고민도 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도 어떻게 누구에게 할 것인지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

출판사에서 하는 건 아니고 개인적으로 하면 출판사에서 책을 배송해 주기로 했다. 괜히 일을 만드는 건 아닌가 싶은 소심한 생각도 들면서 그냥 다 그만두고 아무것도 하지 않을까, 싶은 얄궂은 마음이 일기도 한다. 일단 써야 하는 장편(누가 쓰라고 떠민 건 아니지만, 2월 말까지 내고 싶은 곳이 있다)이 있는데 아직 시작도 못 하고 있다. 사실 한 장과 약간의 서사 라인을 잡았지만 내내 다른 책을 읽으며 글을 쓸 수 있는, 그러니까 글이 내게로 오면 머리채를 잡으려고 기다리고 있다. 근데 뭘 읽어도 좀처럼 오지를 않고 이것저것 읽고 생각하고 보고 듣고 뭐 이런 잡스러운 일을 열심히,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


가만히 또 생각해 보면, 난 이 책으로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

그냥 집에 한 권을 꽂아두고 싶었던 걸까?

내가 쓴 이야기를 엮어, 그냥 책이라는 물성의 어떤 것을 갖고 싶었던 걸까?

밤의 소네트에 [셰어]도 마찬가지다. 출간이 됐고 막연히 누군가에게 읽히고 있지 않을까, 같은 생각을 할 뿐이다. 책 하나 출간됐다고 호들갑은... 뭐 이런 소리를 들을까 봐, 또 책의 평이 좋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내 주변에 책을 내기 전부터 나처럼 호들갑을 떠는 작가를 본 적이 없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


아는 분이 문화상품권이 생겨 [밤의 소네트]를 사러 종로 교보에 갔는데, 살 수 없는 책이라고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분이 십만 원 정도가 있어서 선물하려고 열 권을 가져다 달라고 하니까, 직원이 그 책은 자기네가 취급하지 않는다고 했다고. 나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 물었다. 나라고 알 턱이 있나.

연세가 있는 분이라 온라인으로 살 줄을 몰라 그냥 포기했다는 말을 들었다. 나는 차라리 잘됐다고 생각했다. 엄마도 [셰어]는 어렵다고 했다. 말이 어렵다지 영어가 많고 꿈과 현실이 오락가락하니 이해하기 쉽지 않았을 거다. 어르신들이 읽고 이해할 내용은 아니라 엄마에게도 읽지 말라고 했는데, 내 책이 나왔다니까 그분이 도움을 주고 싶으셨던 모양이다. 그래서 [밤의 소네트]가 교보에 안 들어가는 걸 알았고 책의 유통에 대해 조금 찾아봤다. 글을 쓰는 게 다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복잡한 출간 후의 세계가 나를 낙담시키려 기다리고 있었다. 인생 쫄깃쫄깃하네.


어떤 태도로 책을 홍보해야 하는지 정말 모르겠다. 나는 작가야, 작가는 책 팔이를 하지 않아, 뭐 이딴 꼰대 같은 생각이 오랫동안 내 뇌를 지배하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근데, 또 작가란 세일즈맨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고 있었다. 이야기를 내놓기까지 작가는 독자를 간절히 원하니까. 누군가 내 이야기를 읽었다면 귀가 트이고 눈이 밝아지니까. 그가 내 이야기를 어떻게 읽었는지 궁금한 것도 사실이다.


[팅커스]를 쓴 폴 하딩은 아주 작은 출판사에서 책을 출판했다. 그마저도 자신의 서랍에서 삼 년을 기다린 후였다. 당연히 출판사는 광고 같은 걸 할 형편이 안 됐다. 근데 이 이야기를 찾아보면 이 책을 파는데, 세일즈맨이 적극적이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2009년도에도 미국에는 책 세일즈맨이 있었다는 이야기일까? 폴 하딩은 가정에서 하는 북 토크에도 다 다녔다고 한다. 자신의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누는 곳이 있으면 그게 어디든 다녔다고. 정말 멋진 자세다. 근데 출간한 지 1년 만에 이미 7000부를 넘겼으니, 이게 미국이라 가능했던 거겠지. 한국에 있다면 나도 폴 하딩처럼 나와 내 소설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면, 나도 누군가의 집 현관문 앞에 설 수 있었을까? 그럴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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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팅커스] 정말 재밌다. 이렇게 재미있고 감동적인 소설도 출판사에서 내내 거절당했다. 그가 극적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하기 전까지 그는 자신의 책을 팔러 타인의 거실을 드나드는 무명작가에 불과했다. 그는 [This Other Eden]으로 2023년에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그러니까 퓰리처상을 받고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른 폴 하딩의 소설은 대단한 광고로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다. 이 소설은 누군가의 거실에서 세상에 나왔다. 그러니까 내가 뭐라고 이런 고민을 하나. 그냥 일단 뭐든 알릴 수 있는 걸 해봐야지. 소설을 썼을 때처럼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밖에.


그럼에도 소설이 꺼지지 않고 자신의 빛을 낼 수 있게 나는 또 무엇을 해야 할까.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기는 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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