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글자 에세이쓰기 9
‘글’이라고 써 놓고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글씨가 움직인다. ㄹ자가 바퀴가 되어 앞으로 굴러간다. 글은 움직이는 것이다. 마음을 움직인다. 단단하게 혹은 말랑말랑하게.
순자 씨와 대립각을 세우고 살던 날이 있었다. 언어폭력을 하소연할 곳을 찾다가 노트에 글로 썼다. 말과 글은 달라서 흡족하지 않았지만, 숨통은 트였다. 하고 싶었던 말을 손목 아프게 글로 쓰고 나면 속이 후련했다. 첫 딸을 낳고 키울 때의 기억을 오래 간직하고 싶어 육아일기도 썼다. 고등학생 때 숙제로 썼던 일기장은 아직도 가지고 있다.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했다기보다는 작문처럼 쓴 글이었다. 친구를 대신해 연애편지를 써 주던 때도 있었다. 블로그가 한창 유행일 때 사진에 감상을 붙여 게시판에 매달아 놓기도 했다. 모르는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댓글을 달아주는 것이 좋았다. 이 맛에 글을 쓰는구나 싶었다. 그럼에도 본격적으로 글쓰기 하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컴퓨터가 꺼져있는 것이 일상인 삶으로 돌아와 우연히 발견한 것은 한 문장 일기 쓰기 노트였다. 책상 위에 놓고 일상 중 한 부분만을 기록했다. 일기장이긴 하지만 일기를 쓰는 느낌이 안 드는 신기한 체험이었다. 하루에 한 문장씩 꾸준히 쓰는 연습이 되었다. 그때 세계의 타이탄들은 아침에 글쓰기를 한다는 책을 읽었다. 신선했다. 따라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커피를 내려 책상에 앉는다. 뭔가를 쓴다. 시간은 정해놓지 않았다. 잠에서 깨어나 가장 먼저 하면 되는 것이다. 이렇게 시작한 것이 모닝 페이지 글쓰기다. 무슨 일이든 30일을 하면 습관이 된다고 해서 30일은 넘겨보기로 했다. 오늘 아침 720번째 글을 썼다. 그렇게 매일 아침은 30분 글쓰기로 시작한다. 주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책상에 앉을 때까지 무엇을 쓸까, 생각하지 않는다. 노트를 펴고 만년필 뚜껑을 열면 뭔가 써진다. 쓴 글을 읽어보고 고치지 않는다. 그날의 명상이고 깨달음이기 때문이다. 글은 매일 아침 나를 이끌고 간다. 덕분에 어떤 글쓰기는 어렵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