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글자 에세이쓰기 11
지금, 바로, 여기는 내가 좋아하는 단어들이다. 삶의 모든 순간이 지금, 바로, 여기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과거의 기억들도 모두 지금이었고, 미래의 모든 순간도 지금이 만들어 내는 시간이다. 풍성한 미래를 위해 지금을 희생한다는 생각을 지양한다.
불혹이 되면서 나를 찾기 시작했다. 나는 삶에 치이며 살았다. 소가 쟁기를 끌고 가듯 삶이 나를 끌고 갔다. 눈을 뜨면 출근했고, 치열하게 일했고, 퇴근하면 육아했다. 사건들은 왜 그리 많은지. 하루를 지나면 다른 하루의 지친 삶이 나를 기다렸다. 어떤 날은 내일 아침 눈을 뜨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렇게 서른아홉 수를 넘길 때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나 자신을 찾아야 했다. ‘늙은 나를 위해 젊은 나를 희생‘하는 것은 제대로 된 삶이 아니다. 가족들의 삶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의 어린 시절은 다만 크기 위해 거쳐 가는 한 부분이 아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모든 삶의 순간들이 소중하지 않을 수 없다. 남편과 타협했다. 미래를 위해서 지금 허리띠를 격하게 졸라매지 말자. 지금 할 수 있는 일들을 미루지 말자. 아이들이 성장할 때 돈벌이 때문에 곁에 없는 부모는 되지 말자.
이제 젊은 나는 나를 떠났고 지금은 늙은 나가 있다. 지나온 삶의 모든 날이 지금이었듯이 지금의 삶도 지금이다. 작게 꿈꾸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지금 운동하고, 지금 책을 읽고, 지금 글을 쓴다. 지금 하지 않으면 미래에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지금 하지 않으면 영영 하지 못할 수도 있다. 지금을 살아야 하는 이유는 남은 삶의 시간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먼 미래의 어느날 세상과 이별 할 것으로 생각하며 살지만 내일이나 모레가 될 수도 있다.
수많은 지금을 평행으로 배열해 본다. 글을 쓰고, 잠을 자고, 누군가를 돌보고, 울고, 웃고, 걷고, 뛰고, 소파 위에서 뒹굴거리고 그 모든 지금이 결국 나다. 지금을 행복하게 살자. 지금이 행복해야 과거도, 미래도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