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글자 에세이쓰기 7

by 따시

흙 마당이 예뻤던 작은 초가집에서 살았다. 방보다 더 큰 부엌과 기역자 모양으로 외양간이 달린 집. 겨울이면 부엌에 있는 물동이가 꽝꽝 얼어 깨졌다. 비탈진 산이 뒤란이었고 삼면은 감자밭이었다. 창호지 문에 들꽃으로 압화를 만들어 넣고, 깨진 유리를 끼워 밖과 소통했다. 부엌과 방 사이 벽을 뚫고 그곳에 작은 등잔불을 두었다. 붉을 밝힌 것이 아니라 어둠을 아주 조금 밀어낸 것이다. 매일 밤, 잠들 때까지 엄마의 옛날이야기가 이어졌다. 더러 화로에 묻었던 감자를 잊기도 하고. 칼집을 내지 않고 묻어둔 알밤이 튀어 올라 온 방 안에 화산재를 뿌리기도 했다. 나의 어린애가 살던 가난했고 행복했던 우리집이었다.

우리집을 떠나온 것은 10살 무렵, 처음 당도한 곳은 구멍가게가 달린 방이었다. 엄마는 그곳에서 10원에 10개짜리 풀빵을 팔았다. 그 후 시멘트 브로크 공장 방, 영찬이네 건넌 방, 귀로 가게 옆방에 살았다. 내가 문명 세계에 눈을 뜬 도시였지만 우리집은 없었다. 방이 있을 뿐이었다. 유목민처럼 다른 도시로 옮겨갔다. 언덕을 따라 획일화된 집들이 계단처럼 있는 도시였다. 주영이네 문간방에 세 들었다. 다섯 식구가 쪼그려야 잠드는 방이었지만 그럭저럭 살만했다. 우리는 자주 방을 옮겼다. 그중 현수네 집에 가장 오래 살았다. 작은 다락이 있었는데 나는 가끔 쥐들과 함께 그곳에서 잠들었다. 사춘기를 보낸 다락방이었다. 신혼부부는 볕이 없는 다가구 주택 월세방에서 시작했다. 예쁜 감나무가 있던 이층집은 전세방이었다.

아이들을 낳고 몇 년 후 도시 외곽으로 나왔다. 우리집이었다. 고향집을 떠나온 지 삼십 년 만이다. 처음 이사했던 날 식구 모두 한방에서 잤다. 그 후엔 각자의 방에서 살았다. 방과 방이 모여 집이 된다. 집에서는 아이들이 컸고 모두 독립했다. 나는 밤에만 돌아오던 집에서 낮에도 나가지 않는다. 집과 함께 늙어가는 중이다. 집도 사람도 가꾸지 않으면 상한다. 비어서 방치된 방들을 정리한다. 잘 정돈된 책장 앞에 앉아 책을 읽는다. 나와 집을 함께 가꾸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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