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글자 에세이쓰기 6

by 따시

당신은 어떤 사람일까? 당신을 분석해 보기로 한다. 우선 거울 앞에 당신을 세운다. 후줄근한 옷 속에 적당히 늘어진 몸. 제법 큰 키다. 통통한 뱃살을 교묘히 숨기면 사람들은 당신이 날씬하다고 믿는다. 화장기 없는 얼굴엔 흑점이 수두룩하다. 눈 밑이 살짝 쳐지기 시작했고, 노화된 피부는 광택을 잃은 지 오래다. 희끗희끗해진 머리카락은 염색할 주기가 되었음을 알려준다. 쉰 살이 되었을 때부터 당신은 미용실에 갔고 이후로 쭉 짧은 커트 머리 파마를 했다. 개당 5천 원쯤 하는 염색약을 사서 셀프 염색을 하다가 궁상스러워 보인다며 미장원에 가기도 한다. 서너 달에 한 번씩 염색과 파마를 하지만 최대한 주기를 늦추어 간다. 미장원 가는 돈은 아깝다.

당신의 몸을 벗겨본다. 예수도 아니면서 옆구리에 창 자국 같은 진한 흉터가 있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 돌팔이 의사 때문에 치료 시기를 놓쳐 생긴 흉터다. 조금 아래로 내려가 보자. 한쪽 엉덩관절 부위가 움푹 팼다. 흉하게 찍어 달린 모습이다. 사람이 뼈가 부러지는 아픔이 어떤 것인지 당신은 처음 경험했다. 평생을 살아낸 몸에 흉터 하나쯤 없이 사는 사람이 어디 흔하겠는가. 보이는 흉터는 이미 치료된 것이다.

당신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보자. 불혹의 나이가 되었을 때 당신은 깨달았다. ‘나는 세상의 중심이다. 내가 없는 세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때부터 당신의 자기애가 시작되었다. 자기애는 곧 가족을 사랑하는 것이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다. 당신은 최대한 행복해 지기로 노력하지만, 세상은 녹녹지 않다. 당신은 지혜로운 자가 되고 싶다. 화내기를 더디 하는 자가 되고 싶다. 책을 읽고 글을 쓰지만 아직은 풋내기다. 어느덧 생의 가을에 당도해 있지만 모르는 것이 많다. 식물 키우기를 좋아하지 않았으나 어쩌다 보니 식집사가 되어있다. 삶은 결코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거울을 덮고 시선을 당신에게서 옮겨온다. 이제 나는 의도적으로 말하고 의도적으로 쓰기로 작정한다. 자가최면이다.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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