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글자 에세이쓰기 4
존경이라는 말은 언어를 사용하게 된 때로부터 지금까지 늘 들어오던 말이다. 과연 나는 이 단어에 익숙해져 있는가. 잘 알고 있는가. 존경하는 인물이 있는가? 존경받고 있는가? 오래된 어떤 설문지에는 꼭 ‘존경하는 인물’을 쓰는 칸이 있었다. 이순신 장군이나 세종대왕이 정답인. 오래전 내게 존경은 그렇게 높이 있는 단어였다.
누군가 내게 존경한다고 말했었던 적이 있다. 나는 그 말이 참이 아닌 인사치레라는 생각을 했다. 적어도 존경이라는 말의 범주에 들려면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고, 생각하지 않는 것을 생각하고, 누군가는 그 삶을 따라 살고 싶은 그런 범주라야 되는 것 아닌가. 그런 것들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는데 불쑥 들려온 존경한다는 말은 받잡기 민망하고 황송한 말이었다.
언어가 가벼워지면서 존경이라는 말도 가벼워졌다. 역사의 위인이나 지덕을 겸비한 어르신에게 돌아가던 존경이라는 언어가 품격을 낮추고 지상으로 내려왔다. “존경합니다”라는 말은 “존경한다”라는 말로 쓰이기도 한다. 친구 간에도 아랫사람에게도 사용되는 말이 되었다. “참으로 존경스럽다.” 농담처럼 사용되기도 한다.
나는 언제 누구를 존경한다고 말한 적이 있었나? ‘존경하는 재판장님’이라고 준비서면을 썼던 일이 생각난다. 정말 존경해서는 아니었다. 존경이라는 단어는 말로 사용하기에 민망하다. 아마도 익숙하게 쓰지 않아서 그런가보다. 눈앞에서 ‘존경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왜 쑥스러운지. 언어도 자주 사용하여 입에 붙여야 한다. 연습 없이 하려면 손발이 오글거린다.
내가 하지 못하는 일,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잘하는 사람을 보면 존경스럽다. 그 앞에서는 저절로 마음이 숙어진다. 어려운 일을 잘 해결해 낸 자신에게도 들려주고 싶은 말이다. ‘너 참 존경스럽다’라는 말로 위로하면 마치 내가 무엇이라도 된 것처럼 우쭐해진다. 이제쯤 내게 “존경합니다”라고 누군가 말해 준다면 나는 “고맙습니다”라며 흐뭇하게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존경은 삶 전체가 아닌 일부에 표해지기도 하는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