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혹

천글자 에세이쓰기 3

by 따시

불쌍하다. 내가 불쌍하게 생각된다. 아무리 생각해도 삶에서 유혹당했던 기억이 없다. 사람이 얼마나 변변치 않으면 유혹을 당하지도 유혹에 빠지지도 않고 살았을까. 또한 누군가를 유혹해 보지도 못하는 삶을 살았을까. 나이 들고 보니 한 번쯤 유혹에 빠졌던 시절이 있었다면 좋은 경험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어불성설이다.

유혹이라는 말이 갑자기 매혹적으로 느껴진다. 정말 살면서 유혹에 빠진 적이 없었을까? 언제부턴가 모든 생활이 인터넷 검색으로 시작된다. 오프라인 쇼핑몰보다 온라인쇼핑이 훨씬 편하다. 우선 살지 말지 고민하는데 점원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이것저것 입어보고 그냥 나오면서 뒤통수에 따가운 눈총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 그럼에도 방송을 보며 조급하게 물건을 사는 이유는 쇼호스트의 유혹 때문이다. “어렵게 런칭, 곧 매진” 혹은 “오늘 방송 이후 추가 런칭 불확실” 같은 멘트는 결국 초조한 마음으로 서둘러 앱에 접속하게 만들고 결재 버튼을 클릭하게 한다. 고밀도 카메라로 촬영된 상품들은 하나같이 내 눈을 유혹한다. 유혹에는 약간의 후회가 따른다. 방송 중 멋지게, 예쁘게, 꼭 필요하게 보였던 물품은 우리집에 당도하는 순간 전혀 다른 상품이 된다. 빠른 반품으로 정신 차리면 그나마 한 번 유혹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유튜브의 유혹은 가끔 나를 쥐어박게 만든다. 친구가 하는 말은 갸웃하면서도 유투버가 하는 말은 왜 그렇게 잘 믿는지. 근육 키우기에 좋다고 하는 운동은 이상한 동작을 해도 다 따라 해본다. 소개해 주는 다이어트 주스를 만들어 먹고 배탈로 고생한 날도 있다. SNS는 매 순간 나를 유혹한다. 어제는 치매에 절대 걸릴 염려가 없다는 건강식품을 덥석 구매했다. 치매 어머니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와중이다. 침실을 바꾸고 순면 이불 커버를 샀더니 핸드폰 화면 여기저기 순면 이불 커버가 뜬다. 소설 『1984』의 “빅브라더스가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라는 문장이 생각난다. 유혹은 역시 매혹적이다. 운 좋으면 피할 수도 있지만 웬만해선 피할 수 없다. 역시 나는 불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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