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

천글자 에세이쓰기 2

by 따시

차가운 도시 여자, 차가운 도시 남자가 대세를 이루던 시절이 있었다. 남들에게 좋은 성격이라고 칭찬받던 나는 나의 그런 성격이 싫었다. 윗사람이 시키는 일에 ‘아니오’를 할 줄 모르는 사람. 아랫사람의 잘못을 따끔하게 지적하지 못하는 사람. 시어머니의 부당한 꾸짖음에도 눈물만 뚝뚝 흘리면서 할말을 하지 못하는 사람. 누군가와 큰 소리로 싸움 한번 해보지 못한 사람. 착한 성격이라는 것은 다르게 보면 이렇게 답답한 성격이다.

“축하드립니다. 임신입니다.”라는 의사의 말이 감격스러웠던 날은 풀냄새가 싱그러운 5월이었다. 당시로서는 늦은 결혼에 늦은 임신이라 신경이 많이 쓰였다. 태중 아이가 그저 건강한 육신으로 잘 자라다가 우리 곁으로 와 주기를 기도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저의 아기는 똑 부러지는 성격, 까칠한 성격, 남들에게 밟히지 않는 성격. 요즘 말로 차가운 도시 여자(남자)의 성격을 가지고 태어나게 해주셔요.”라고 간절하게 기도했다.

예정일보다 일찍 세상으로 온 아기는 염려와는 다르게 둥글둥글 잘 자랐다. 통잠을 잤고, 투정이 심하지 않았고, 친구를 때리거나 꼬집지 않았다. 초등학교 시절 처음 간 소풍에서 돈을 달라고 말하는 아이에게 선뜻 건네주는 숙맥이었다. 하나님은 내 기도 시간에 주무셨는지 딸아이는 나보다 더 착한 성격이었다. 퉁퉁한 어미를 닮지 않고 길쭉하고 홀쭉하게 성인이 되었다. 혼자 독립을 해서 살기로 계획했을 때 걱정이 많았다. ‘이 험한 세상을 착해빠진 성격으로 어떻게….’

어느 날, 내가 생각했던 우유부단한 성격의 딸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앙칼진 목소리로 조목조목 따지는 아이를 보며 소름이 돋았다. 제 어미는 하지 못했던 일을 아이는 하는구나. 싫을 때는 싫다고 말하고 좋을 때는 좋다고 말하는구나. 아이의 성격이 칼같아서, 차도녀 같아서 안심되었다. ‘하나님은 졸지도 주무시지도 않으신다’는 성경 말씀을 믿었어야 했다. 사람들은 성격 좋은 사람을 좋아한다. 그러나 정작 그 본인은 성깔 있는 사람을 좋아한다는 걸 알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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