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글자 에세이쓰기 14
새벽 5시에 눈이 떠졌다. 알람을 꺼버린 세계에 신체리듬이 대신 자리를 잡았다. 총 잠의 시간은 7시간이다. 깜깜한 바깥세상에 샛별 같은 십자가 불빛 하나 반짝거린다. 일어나서 맨 처음 하는 일. 침대 정리다. 알람 소리에 깜짝 놀라 후다닥 몸만 빠져나오던 때가 있었다. 그때 침상은 급하게 벗어놓은 허물의 모습이었다. 1분이면 되는 것이었다. 깔끔해진 침상을 바라보면 기분이 상쾌해진다. 다음 하는 일은 커튼을 여는 일이다. 밤새 갇혀있던 텁텁한 공기들이 와르르 탈출한다. 새로운 날, 세상과 만나는 첫 일이다. 이제 커피를 내린다. 은은한 커피향과 함께 책상에 앉는다. 노트를 펼치고 만년필 뚜껑을 연다. 오늘의 글쓰기를 시작한다. 명상, 다짐, 반성이기도 한 나를 향한 글쓰기다. 벌써 2년째 매일하고 있는 일이니 이젠 습관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습관이 나의 아침을 재촉한다. 침대 속에서 뭉그적거리지 말라 한다. 이른 외출이 있을 때는 평소보다 더 이른 시간에 하루를 시작한다. 여행지에서도 마찬가지다. 글쓰기를 해서 확실한 근거자료가 남겨지니 하루라도 건너뛸 수 없다.
꼭 하려고 하는데 아직 습관으로 되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 산책 습관이다. 시간이 문제다. 하루 2시간의 산책 시간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처음 얼마간을 시작하다가 자꾸 핑계가 생겼다. 외출, 날씨, 집안일. 핑계가 없는 날은 마음이 없다. 산책은 습관보다는 그저 어쩌다 하는 특별활동 같은 것이다. 너무나 정확하여 동네 사람들의 시계가 되었다는 어느 철학자의 산책 습관을 훔쳐 오고 싶다.
습관은 한순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누군가는 30일만 하면 저절로 되는 것이 습관이라고 했는데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기 어렵다. 좋은 습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의식을 가지고 억지로라도 실행해야 한다. 나쁜 습관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도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한다. 습관이 만들어졌어도 저절로 굴러가지는 않는다. 그냥 두면 금방 없어져 버린다.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것이 좋은 습관이다. 산책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