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

천글자 에세이쓰기 13

by 따시

나는 겸손한 사람인가? 이 질문의 답을 하기엔 뭔가 어려움이 있다. 겸손이라는 단어를 풀이 해본다. ‘남을 존중하고 자기를 낮추는 태도가 있음’-네이버 어학사전-이라고 적혀있다. 나는 남을 존중하는 사람인가? 그렇다. 이 질문에는 답이 좀 쉽다. 나는 남을 언제나 존중하는 사람인가?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언제나 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그렇다’라고 답할 수 없다. 그럼에도 나는 남을 존중한다고 생각한다. 겸손한 사람은 100% 남을 존중하는 사람인가? 남을 존중한다는 것이 경우에 따른다면 이치에 맞는 것일까? 나는 어떤 경우에 남을 존중하지? 자기 일에 충실한 사람, 어떤 일에 큰소리 내지 않는 사람, 약속을 잘 이행하는 사람. 내게 패악을 부리지 않는 사람을 존중한다. 이 모든 것의 반대되는 사람은 존중하기 어렵다.

나는 언제 자기를 낮추는 태도를 보이지? 나보다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 앞에서, 나보다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듯한 사람 앞에서, 나이 든 사람 앞에서. 이 반대의 경우에도 나를 낮추는 태도를 가진 적이 있나? 물론 아래 직급의 사람들에게 명령하거나 강압적인 사람은 아니다. 지식이 모자란 사람을 만났다고 경멸하지는 않는다. 나이 적은 사람을 낮잡아 보지도 않는다. 그런데 나는 무조건 나를 낮추는 사람은 아니다. 때때로 내가 높아야 할 자리에서는 나를 높인다. 나는 남을 때에 따라 존중한다. 나는 가끔 나를 높이기도 한다. 겸손이라는 단어를 해부해 놓고 보니 무거운 단어다. 세상에 정말 이런 사람이 존재할지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늘 겸손한 사람은 아니다. 대체로 겸손한 사람이다.

겸손이 미덕이 되는 세상은 이제 아니다. 무한경쟁의 시대다. 타인에게 양보만 하고, 자신은 뒤에서 소리 없이 낮추고만 있으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타인을 짓밟고 앞으로 나가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지만 기회가 왔을 때조차 타인에게 양보하는 것은 바보짓이다. 적당한 자만심은 필요하다. 모든 것을 갖춘 사람이 겸손할 수 있다. 늘 겸손하기만 한 사람은 없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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