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쟁탈전]
아빠가 두 아이 숙제를 봐 주고 있어요. 근데, 문제는 자기 먼저 숙제를 봐 달라며 아빠 쟁탈전을 벌여요. 매번 참 쉽지않아요. 해결해야 할 아빠의 작은 과제예요. 그런데. 피곤해서 쉬고 싶지만, 달리 생각하니 그 시간이 기다려져요. 아이가 훌쩍 커 버리기 전에 아이와 교감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이 시간을 소중히 차곡차곡 기억속 어딘가에 저장해 두어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요즘 들어 아이의 학교숙제가 부쩍 많아진 느낌이예요. 다양한 독서에 시간을 써야 할 이 아까운 시간에, 숙제 하느라 이 시간을 써야 하다니. 얼마나 아까운지. 우리아이는 그나마 학원에 안 가서 그렇지. 국.영.수 학원 다니는 또래아이들은 학교숙제하랴 학원숙제하랴 저녁시간이 모자라겠다 싶어 안쓰런 생각이 들어요.
첫째아이는 5학년. 국사숙제, 수학익힘 등 뭐가 많네요. 먼저 국사숙제를 봐 주었어요. 5학년 2학기가 되면 사회교과 안에서 국사가 시작돼요. 이 아빠의 시선으로 봐도 국사숙제가 쉽지가 않아요. 어렵다기 보다는 한 학기(반년)만에 단군조선~현대까지 진도가 다 나가는 촉박한 일정이예요. 국사요약 노트라는 게 따로 있어 그것도 수시로 해서 제출을 해야해요. 실은 공부를 많이 한 어른도 이 요약하는 작업이란 게 참 쉬운 게 아니예요. 우선 내용을 100% 습득한 상태에서 요약의 묘가 나오는 것이지, 이제 첨 배우는 단계에서 요약은 그냥 배끼기 수준일 수 밖에 없어요. 그럼, 그냥 배끼면서 쓰면 자연 이해가 될까요? 일부 그럴 수도 있긴 해요. 그치만, 천천히 음미하며 머리에 당시의 상황을 그리며 독서하는 그 행위를 어떤 배낌행위도 이길 수는 없어요. 배우자마자 요약하는 것보단 초등시기엔 시대시대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책으로 많이 읽어주는 게 남는 것 같은 게 이 아빠의 생각인데. 학교도 진도라는 걸 나가야 하니 어쩔수가 없긴 해요.
둘째아이는 1학년. 받아쓰기, 일기쓰기, 수학익힘. 받아쓰기-일기쓰기는 사실 엄마아빠가 옆에서 봐 주는 게 필요해요. 고학년도 아니고 이제 1학년이니. 받아쓰기할 문장을 옆에서 읽어주고 또 반복하여 읽어주며 관리를 해 줘야 할 시기예요. 수학익힘도 마찬가지예요. 물론 첫째아이처럼 고학년이 되면 아이가 먼저 풀고 아빠가 나중에 체크만 해 주는 그런 시기가 오긴 해요. 하지만 1학년은 말만 학생이지 어린애예요. 둘째아이는 수학풀이도 옆에서 아빠가 보고 있어야 맘이 놓이는지, 아빠가 옆에 엾으면 안 하려고 해요. 오빠 봐 주기가 끝날때까지 기다려요.
더 아빠를 붙잡고 같이 숙제하고 싶은 첫째아이. 오빠순서가 끝날때까지 기다리는 둘째아이. 오늘도 아빠 쟁탈전을 벌이다 다투었어요. 테이블에 서로 마주보고 앉아 숙제하던 두 아이. 작은 말다툼이 큰 다툼으로 또 번졌어요. 두 아이 중 분을 못 이겨 화가 난 아이가 방으로 들어가 버려요. 예전에는 아빠도 감정이입이 되어 아이와 같이 화를 내고 언성도 높아졌었어요. 이젠 노하우가 생겨 이럴 땐 숙제/공부를 거기서 접어요. 다음날 숙제 제출이 있더라도 말이예요. 공부건 숙제건, 놀이건, 기분이 좋고 컨디션이 최상일 때 해야만 체득이 되는 거지, 안 좋은 기분에 하면 되려 독이 될 수 있어요. 오늘 숙제 봐 주기는 여기서 마무리되는 분위기.
아이의 숙제/공부 봐 주기.. 참 쉽지 않아요. 공부의 난이도 때문이 아녜요. 아빠가 같은시간에 두 아이와 공평하게 상호작용해야 한다는 게 제일 어려운 부분 같아요. 아이는 내가 먼저 아빠와 하고 싶고, 내가 동생/오빠보다 많은시간 아빠와 하고싶을 거예요. 곰곰히 생각해 보면 아이들의 아빠 쟁탈전은 어쩌면 이미 예견된 것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싶어요. 이 쟁탈전 그리고 다툼. 아빠가 해결해야 할 과제이기 해요. 답을 찾고 있는 중이예요. 모 책에 보면 아이가 다툴때 필요한 부모의 대처법이 있긴 해요. 사랑으로 감싸주며 그 아이의 입장에서 공감해 주라고. 논리적으론 이해가 되지만 실제 상황에선 그 실행이 참 쉽지가 않은 게 이 아빠의 마음이예요. 결국 자꾸 해 보고 시행착오를 겪어보고 하면서 실행으로 땅이 다져지고 노하우가 생기고... 그런 과정이 참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요. 아빠는 생각해요. 음, 그래. 다음엔, 한 아이는 화요일, 한 아이는 수요일. 이렇게 다른날 아빠와 시간 갖기를 해 보자~고 제안해 볼까 생각중이예요.
근데, 참 희한한 게요. 예전엔 두 아이가 숙제를 봐 달라고 하면 피곤하고 귀찮고 그랬어요. 근데 요즘은 그렇지가 않아요. 생각을 달리 먹은 이후로. 아이가 훌쩍 커 버리기 전에 아이와 교감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이 시간을 소중히 차곡차곡 기억속 어딘가에 저장해 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생각 이후로, 직장 갔다와서 빨래돌리고 아이 책 읽어주고 엄마가 해 놓은 밥 먹이고.. 피곤해서 쉬고 싶지만, 오히려 이젠 아이의 SOS가 기다려져요. 오늘도 두 아이가 아빠 쟁탈전을 하며 다투더라도 내 아이-아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까... 궁금하고 기대가 돼요.
끝.
사진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