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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빛 Nov 30. 2022

스스로 생각하며 풀도록 시간을 주다

유연근무하는 아빠

스스로 생각하며 풀도록 시간을 주다.


아이가 어려운 문제를 만났을 때 인내심을 가지고 천천히 생각하며 풀도록 시간을 주어야 합니다. 

부모의 성급함이 우리의 고귀한 아이들을 망칩니다. 


요일은 아이와 정한 수학데이.

아빠는 수학공부하자는 말 대신 조용히 가방에서 책을 꺼냅다. 

식탁에 앉습니다. 

책을 폅니다. 

요즘 아빠가 읽는 책은 제1차 세계대전. 

조용히 읽습니다. 

책에 빠져듭니다. 

언제 왔는지, 두아이가 하나 둘 아빠 옆에 앉습니다. 

공책, 수학책을 펼칩니다.


둘째아이가 가만히 그림일기장을 폅니다. 

책 읽는 아빠에게 말을 건냅니다. 

그림일기 같이 봐 달랍니다. 

아빠는 보던 책을 덮고 그림일기를 같이 봐 줍니다. 

아이는 스스로 수학 문제지도 폅니다. 

덧셈뺄셈 부분입니다. 

"얘야, 오늘은 수학 안 해도 돼. 한글 한 문장 쓰기만 조금 하고, 수학은 다른 날 해도 돼~." 

근데, 아이가 오늘 하고 싶답니다. 

왜냐면 반대편에서 경쟁자인 오빠가 어느새 앉아 수학 문제지를 풀고 있었기 때문에.


하루하루 아이의 뇌가 발달해서인가 봅니다. 

4+7=(  ) , 6+8=(  ). 

오늘은 천천히 풀어냅니다. 

얼마전까진 아리송해 하더니. 

엉뚱한 답을 말하더니. 

모르겠다 하더니...


아빠는 아이에게 천천히 생각하며 풀도록 시간과 기회를 줍니다. 

믿고 기다려줍니다. 

포기하려 하면, 할수 있다며 찬찬히 문제를 다시 읽어보게 합니다. 

기다려줍니다. 

아이는  한참을 생각합니다. 

침묵의 시간이 흐릅니다. 

혹 딴 생각을 하고 있는건 아닌지 묻지 않습니다. 

답답해도 기다립니

성급한 부모 마음에 옆에서 조언을 해 주려 하지만 참습니다. 

지난번, 아이가 잔소리한다고 싫어했던 기억 때문. 

이 쉬운 걸 왜 모를까 하며 알려주고싶은 맘이 듭니다. 

목젖까지 올라옵니다. 

그치만 참습니다. 

기다립니다.


아이가 한참을 생각하더니 답을 말합니다. 

용케 맞춥니다. 

바로 폭풍칭찬을 해 줍니다

이런 식으로 한 문제씩 한 문제씩 천천히 혼자 골똘히 생각하며 풉니다. 

아이가 조금씩 나아지고 있습니다. 

"얘야~ 어떻게 이 문제를 풀었어? 아주 잘 했네~" 했더니, 한참을 생각해서 풀었다 합니다.


마음이 놓였습니다. 

"얘야~ 그래, 바로 그거야. 수학은 그렇게 푸는 거야. 누가 옆에서 빨리 풀라고 독촉해도, 흔들리지 말고... 천천히 생각하며 푸는 거야~ 빨리 푼다고 잘 하는 게 아니야~ 천천히 생각하면서 푸는 게 진짜로 잘 푸는 거야~ 친구들이 빨리빨리 풀고 논다고 부러워할 필요가 없단다~ 급하게 푸는 거 보다, 천천히 생각하며 풀다보면, 나중에 저절로 빨리질 때가 올 거야. 그게 진짜 실력이란다~" 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아빠~ 제가 그렇게 생각하면서 풀었어요. 아빠~ 반 친구중에 수학을 엄청 빨리 푸는 애들이 있는데요. 한 애는 진짜 빨리 풀고 거의 다 맞는 친구가 있구요, 어떤 애는 진짜 빨리 푸는데 많이 틀리는 애가 있어요~" 랍니다.

"00야~ 아빠도 예전에 빨리 푸는 애들 중 하나였는데... 그게 지나고 보니까 꼭 좋은 게 아니더라고. 천천히 생각하며 푸는 게 좋은 습관이었더라고."


아이가 아빠의 말을 유심히 듣습니다. 

그리고 아빠의 거듭된 칭찬에 기분이 업 됩니다.


무엇보다도 예전의 아빠와 달리, 아이가 어려운 수학문제를 접했을때 곰곰히 생각하고 생각하며 풀어내려고 하는 모습을 발견합니다. 

아빠의 가장 큰 수확이자 기쁨입니다.


얼마전에는 금방 전혀 엉뚱한 답을 말하거나, 모르겠다~며 짜증을 냈었습니다. 

지금은 한참을 한참을 생각하더니 답을 찾아갑니다. 

비록 틀려도 11을 12로 실수하는 정도로, 정답에 수렴해 가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아~ 이 맛이구나! 아이가 성장해 가는, 발전해 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기쁨이란 것이. 

무엇보다 천천히 가더라도, 과거 아빠의 전처를 밟지 않고, 생각하는 공부를 배워가는 그 모습이 기쁩니다.



1. 말없이 조용히 먼저 책을 펴면, 아이들이 따라합니다. 반드시. 책읽으라!, 공부하라! 라고 잔소리할 필요가 없습니다. 부모가 솔선수범하면 아이가 자연스레 따라옵니다.

2. 아이가 문제의 뜻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틀렸다고 해서, 핀잔을 주거나 화를 내지 않아야 합니다.

3. 쉬운문제를 빠른시간에 푼다고 칭찬하기 보다는, 어려운 문제를 만났을 때 인내심을 가지고 천천히 생각하며 풀도록 시간을 주어야 합니다. 그렇게 했을 때 칭찬을 해 주는 게 좋습니다. 또, 포기하려는 아이에게 "우리, 다시한번 천천히 읽어볼까?" "조금만 더 찬찬히 생각해 볼까?" 하며 더 생각하도록 시간을 주어야 합니다. 부모의 성급함은 아이에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건 이렇게 이렇게 풀어야 해~" 라고 개입하기보다는, 힌트만 주고 더 생각해 보도록, 그렇게 유도해야 합니다. 믿고 기다려 주면 언젠가는 아이는 반드시 하게 됩니다. 성급함이 우리의 고귀한 아이들을 망칩니다. 아이들은 참 신기합니다. 어른들이 그렇게 안 가르쳐서 그렇지, 그렇게 가르친다면 아이들은 해 냅니다. 아이들이 그렇게 안 되는 건 아이들의 재능문제가 아닙니다. 부모의 성급함 때문입니다.

4. 폭풍칭찬은 어렵다고 쉽게 포기하고 싶은 부정적 마음에 큰 자극이 됩니다. 칭찬은 '아~ 나도 반 친구처럼 잘 할 수 있구나!'하는 자신감을 불러옵니다.


실은, 아빠가 어렸을 때엔 깨우치지 못했던 것들. 그 시절 아빠는 융통성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끝.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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