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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빛 Nov 30. 2022

약속 지켜줘서 고마워

유연근무하는 아빠

수학데이, 약속 지켜줘서 고마워


아이 머리깎이고, 아이스크림가게서 작은 플렉스 하고서, 집에 와 샤워시키고. 그런 연후 오늘도 아이들과 수요일 수학데이~를 했습니다. 저녁식사 시간이 훌적 넘은 시간임에도, 티비나 유투0 만들기를 보고 싶음에도, 참고 인내하고 끈기로 끝까지 수학데이~를 지켜준 우리아이들. 고맙고 대견합니다. 반은 아빠의 이끎으로, 반은 아이의 자발적 의지로, 수학데이~를 아빠와 같이 해 준 우리아이들. 아빠와의 약속을 지켜준 우리아들우리딸~ 고마워~.


첫째아이는 5학년 수학을. 둘짼 PRE와 1학년 수학을. 아빠는 고등수학을 같이 풀었습니다. 항상 아이와 하는 신경전. "아빠, 오늘은 여기까지 풀래요~" / "아니야 여기까지만 풀어도 돼. 너무 많이 풀면 질려버려. 그러면 앞으로 하기 싫어져. 공부는 질리면 독이 돼. 더 풀고 싶을 때 그만두는 게 더 좋아."


첫째는 5학년 배열을 풀고나서 동생이 다 풀때까지 기다려주었습니다. 그때까지 4학년 복습부분을 더 풀겠다 합니다. 먼저 끝냈다고 해서 자기만 놀면 안 된다며 동생을 기다려주겠답니다. 기특합니다. 그새 컸나 봅니다.


둘째는 뺄셈 부분을 풀었습니다. 8-7=1 잘 하는데, 8-6=(  )가 어려운가 봅니다. 뺄셈과 덧셈이 헷갈린 듯. 아직은 8-6=14라고 풀기도 합니다. 아이~ 귀여운 것. 화를 내지 않고 조분조분 설명을 해 주었습니다. 아직은 옆에서 설명을 해 주면 잘 푸는데, 다른문제가 나오면 아직은 뺄셈이 덧셈으로 보이나 봅니다. 시간이 지나면 이 어려운 문제도 참 쉽게 느껴질 겁니다. 그래서 기다려줘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첫째아이는 죽~ 다 풀고서 나중에 한번에 확인을 받길 좋아하는 성격. 둘째는 아직은 같이 옆에서 아빠가 지켜봐 주었으면 하는 성격입니다. 오빠는 동생이 의존성이 커질까 싶어 그러면 안 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아빠는 생각이 좀 다릅니다. 아직은 어린나이. 모든 게 두렵고 무서울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묵묵히 지켜봐주고 옆에서 봐 주니, 못 풀던 문제도 풀어내는 모습. 그래, 사람 다 다르고, 나이마다 다 다르고.. 둘째아이의 두뇌도 다르고...

 

첫째아이도 앞에서 아빠 모습을 지켜보더니 동생에게... "00야, 지금은 어려워도 나중에 지나고 나면, 어~ 내가 왜 이런 쉬운 문제를 어려워했지? 할거야"라고 거듭니다. "내가 예전에 그랬어~"라며. 보통때면 그렇게 싸우고 동생을 이해 못하더니... 지금은 기분이 좋은가 봅니다. 수학데이~를, 공부하는 날이라기 보다 아빠와 함께하는 재밌는 놀이시간으로 보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아~ 다행이다, 감사하다~.


저녁 7시가 넘어섰습니다. 배가 많이 고픕니다. 하지만 둘째아이의 수학이 다소 덜 끝났습니다. 밥을 중간에 먹을까 하다가 계속 이어갔습니다. 아이들도 군말없이 끝까지 유종의 미를 거두려는 듯. 지금의 이 순간이 행복합니다. 무엇보다 두 아이가 대견하고 고맙습니다. 공부를 해 주어서가 아니라, 아빠와의 작은 약속을 지켜준 아이들이. 그렇게 티비, 유투0가 보고싶어도 약속을 지키고 보겠다고 노력하는 두 아이가 고맙습니다. 7시가 훌쩍 넘어 끝이 났습니다. "아빠, 밥 차리는 동안 유투0 종이접기 봐도 돼요?" 합니다. "그래~ 그래~ 그래~ 그럼 봐야지~ 지금부터 너희들은 자유야~ 그럼 봐야지~". 아이들도 기쁜 마음으로 유투0를 봅니다. 비번을 풀어달라고 쓱 내밉니다. 유투0를 보는 동안 나는 빨리 밥을 차렸습니다. 애 엄마가 미리 준비해 둔 저녁. 오늘은 아이엄마가 늦게 오는 날. 아이들 노는 모습을 찍어 아이엄마에거 보내줍니다.


아빠의 생각.

아이가 얼마나 배가 고팠을까? 내가 넘 심했나?.. 싶은 마음도 든다. 아이에게 너무 '가혹한 데이'가 아닐까 생각도 해 봅니다. 오히려 아이들이 잘 따라주니, 역으로 아빠는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듭니다. 공부가, 공부습관이 뭐라고... 무슨 큰 학자가 되겠다고... 내가 너무한 건 아닌가... 자문도 해 봅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 공부를 한다는 것, 훌륭한 사람이 된다는 것. 부자가 된다는 것.. 이들 간의 상관관계가 참 궁금합니다. 삶을 조금 먼저 산 나로서, 나는 진정 이 상관관계의 해답을 찾긴 했을까? 나조차 못 찾았으면서 아이에게, 실험도구가 아닌 아이에게 실험하듯 이를 적용해 본다는 게 맞는 걸까? 만약 아이들이 다른 길로 갈 경우 나는 이를 인정하는 넒은 아량의 부모가 될 수 있을까? 무엇을 위해 나는 이렇게 하고 있는 것일까? 이도 부모욕심이고 부모만족일까? 밥을 차리며 순간 이런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모르겠습니다. 그냥 오늘 이 묘한 기분을 그대로 받아들이렵니다.


2022-봄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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