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록빛 Feb 14. 2023

붙잡지 못하는시간


지금 이 순간, 소소하지만, 아이와의 대화가 이 아빠에겐 소중해요.


첫째아이는 다소 내성적이예요.

예전엔 학교 얘기를 많이 했었는데, 요즘은 그게 잦지 않아요.

근데, 오늘은 학교 체육시간에 달리기 00법을 했는데, 자기가 0등을 했다고 자랑을 해요. 

"아빠~, 강당을 왔다 갔다 하는 건데요. 00회를 했어요. 0등 했어요" 우쭐해 하며 좋아해요.

"와~ 대단한대. 우리 아들 운동 잘 하네. 잘했어.~" 칭찬해 줬어요.


둘째아이는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말 수가 줄어 내심 걱정했어요.

근데, 요즘 아이가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아빠에게 얘기하기 시작해요.

좋은현상 같아요다행이예요.

아이는 아빠와 교문에서 집에 올 때까지 학교에서 있었던 일, 기분 나빴던 일, 친구이야기를 해 줘요. 


"아빠~, 오늘 방과후수업에서 만들기를 했어요. 재밌었어요. 강아지얼굴을 만들었어요."

"아빠~, 방과후에 어떤 애가 있는데, 걔가 선생님한테 얘기도 안 하고 사라졌어요. 선생님이 걔 찾고 난리가 났었어요. 알고보니 엄마 보고싶어서, 친구들은 다 일찍 가는데, 혼자만 돌봄에 있는 게 싫어서, 그래서 혼자 집에 갔던 거래요."

"아빠~, 오늘은 그 애가 이상한 행동을 했어요. 00라고 말하며 자꾸 00행동을 해요."

"아빠~, 친구중에 00가 있는데.. 걔가 나한테 막 00라 00라 하고, 00를 자기한테 주면 안 되겠냐고 했어요. 00가 넘 좋아보인다고.."

"아빠~ 00는 나한테 직설적으로 얘기하고, 툭하면 나 너 싫어~ 하는데요. 근데, 다른애 00는 내 팔을 쓰다듬으며 00아~ 아까 미안했어~ 라고 얘기해요. 그 애는 참 착해요. 제가 좋아하는 애예요." 라고 해요.

"우리 딸~, 이렇게 아빠한테 이런저런 얘기해 줘서, 아빤 참 좋아."


예전 내 생각이 났어요. 

나와 동생은 학교에 갔다오면, 엄마 앞에 앉아서, 그날 학교에서 일어났었던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얘기를 했어요. 엄마한테 보고하듯이 말예요.

그러면, 엄마는 흐뭇한 얼굴로 우리 얘기를 끝까지 들어줬어요. 

지금 생각하면 그때가 참 행복했었던 것 같아요.

다 크고 나서, 엄마도 그때가 참 좋았었다고 가끔씩 얘기를 해 주곤 해요.

우리 아이가 이렇게 생활하고 이렇게 크고 있구나.. 알 수 있어 참 좋았다고.


아이가 맘을 터놓고 자기고민, 학교생활얘기를 아빠한테 해 줄 시기가 언제까지 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좀 더 크면 말수가 줄고 방문을 잠그고 고민이 있어도 친구하고만 얘기할 사춘기가 오겠죠. 

사춘기가 끝나면 다시 내 품으로 돌아오겠지... 했는데, 아이는 어느덧 훌쩍 커 버려 내 품 저 멀리 있겠죠. 

어제 있었던 소소한 일상, 고민, 불평을 터놓고 얘기할 기회란 게 없어지겠죠. 

그러면 '아~ 어릴 때 그때 더 눈을 맞추고 아이와 대화를 많이 할 걸...' 하고 붙잡지 못한 시간, 흘러간 시간을 후회 하겠죠. 

그런 생각이 드니, 맘이 짠 해 지면서 지금 아이와의 소소한 대화가 고맙고 소중하게 느껴지네요. 시간이란... 


끝.  


picture:pixabay,naver






매거진의 이전글 공부와 독서, 무엇이 더 중요한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