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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빛 Feb 24. 2023

<그것>

질문(質問)


몸 속에 누가 산다.


내 몸이 내 것이 아닌 것 같다고 느낄 때가 많다.

내 몸이 내 것인가, 누군가의 것인가 생각할 때가 많다.

내가 생각한 대로 내 몸이 움직이지 않을때,

다른 길을 가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할때,

문득 내가 아닌 것 같다고 느낀다.

누구일까?

나는 누구일까?


한 선지지가 얘기했다.

내 몸의 주인은 나다. 

나 생각하기 나름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를 움직일 땐 내가 주인인 듯 했다.

근데,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나를 문득문득 발견할 때면 생각한다.

내 안에 누군가가 있다.

태고적, 누군가가 내 속에 자리를 잡고 산 것 같다.

나를 움직이는 건 내 몸 속의 '그것' 같다.

그것은 누구일까?


또 그 꿈을 꾸었다.

갑자기 하늘이 열리고 저 멀리 하늘에서

뿌연 먼지, 가스가 뭉게뭉게 인간세상으로 내려와

우리를 뒤덮어 버리는 꿈.

나, 내아내, 내아이, 내이웃이

그 희뿌연 먼지와 가스로 뒤덮힌 하늘을 

경악과 공포와 놀라움으로 쳐다보다

그 가스가 눈처럼, 먼지처럼, 화산재처럼 인간세상에 내려앉아

우리들 코로, 입으로, 피부로 녹아 스며드는 꿈.

처음엔 공포와 경악으로

아~ 이 세상은 이제 멸망하는구나, 이제 끝이구나 생각했다.

그 다음엔 포기의 마음으로

아~ 이 세상은 결국 희뿌연 가스, 재, 먼지와 하나가 되었구나 생각했다.

우리 몸이 그것과 하나가 되었구나.


들어가 볼 수 없고 알 수 없는 곳. 미지의 세계.

넓고 신비한 은하계, 태양계, 지구를 품은 우주처럼,

인간의 몸 속 깊은 어딘가에

그것이 살고 있다.


그것이 시기, 질투, 다툼, 전쟁,  병, 상처, 희망을 말하면,

내가 시기, 질투로 다투고, 병으로 고생하고, 상처 받고,

그러다 후회하며 뒤늦게 행복을, 희망을 찾으려 고뇌하고.  


묻고 싶습니다. 그것에게.

이제 그만 나를 본연의 모습 그대로 내버려 두면 안 되겠는지.

시기질투, 다툼, 병, 전쟁을 그만 멈추고,

나를 태초의 모습 그대로 그냥 두어 주면 안 되겠는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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