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4_고마워요, 콩순씨

by 홍홍

나는 홍이가 살던 집을 홍이 본가라고 부른다. 불암산 자락에 주택이 한 채 있는데, 그 주택의 입구에 고양이를 위한 가설물이 있다. 가설물 속에 고양이들 집이 여러 채가 들어 있다고 한다. 나는 한 번 들여다본 적이 있다. 여하튼, 홍이 본가에 홍이 일가친척이 지금도 살고 있다.

홍이의 엄마는 콩순씨다. 다들 콩순이라고 부르지만, 나에게 자식을 준 존재이기에 나는 예의를 다해 ‘콩순씨’라고 부른다. 홍이는 콩순씨가 첫 배로 낳은 자식이다. 홍이는 2020년 서리 내릴 때 존재가 확인되었다고 한다. 그 후로 콩순씨는 어디론지 가 버리고, 어린 고양이 홍이는 엄마도 없이 혼자서 약수터를 오가며 겨울을 나고 있었다. 내가 홍이를 입양할 때쯤(4월) 콩순씨가 다시 나타나서 나는 고민이 깊어졌다. 부모와 자식 간의 천륜을 끊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대부분 어미 고양이는 3-4개월 정도 새끼를 돌보다가 독립시킨다. 아마 콩순씨도 열심히 기르다 한겨울에 홍이를 독립시킨 것 같다. 그러고는 긴 외출을 하고 돌아왔다. 콩순씨가 홍이를 얼마나 열심히 키웠는지는 내가 지내면서 느꼈다. 홍이는 엄마한테 교육도 잘 받아서 집에 와서도 뛰어난 분별력을 보여주었다. 홍이를 잘 키워줘서 고마워요, 콩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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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순씨는 첫 출산으로 홍이와 다른 두 마리를 더 낳았다. 홍이도 미묘인데 다른 형제 고양이는 더 예뻐서 누군가 허락도 없이 몰래 집어 갔다. 상대적으로 덜 이쁜 홍이만 혼자 남았다가 나와 인연이 닿았다. 인간과 새로운 인연을 시작하려는 아들 앞에 나타난 엄마 콩순씨. 이제 긴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아들과 재회했지만 4월에 헤어지고 말았다. 그땐 이미 내가 오랜 고민을 마치고 홍이를 입양하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었다. 홍이는 거의 7개월령이 되가고 있어서 서둘러 중성화 수술도 받아야 했다. 미안해요, 콩순씨.

귀가한 콩순씨는 두 번째 출산을 했다. 2021년 5월은 유례없이 잦은 비로 농민들을 울렸다. 이때 콩순씨도 울었다. 번듯한 집이 있었지만, 새끼를 지키려는 본능으로 이소가 잦았던 그 시기에 내린 잦은 비에 새끼들이 모두 병에 걸려 죽었다. 홍이를 입양하고 한 달 정도 되는 시기였기에 집에서 홍이를 보살피느라 홍이 본가는 자주 가보지 못했다. 내가 갔더라도 상황이 달라졌을 것 같진 않지만 맛있는 사료라도 갖다줄 걸 하는 후회가 든다. 나도 엄마로서 마음이 아파요, 콩순씨.

다음 해에 콩순씨는 세 번째 출산했다. 이번엔 성공적으로 자랐다. 밝은 색 치즈 수컷 두 마리, 삼색이 암컷 한 마리이다. 카오스 아빠랑 치즈 엄마 콩순씨는 모범 가정이었다. 봄부터 같이 아이를 돌보고 잘 놀아주고 언제나 가족이 함께였다. 집앞 공터에서도 다섯이 놀고, 불암산 바위 밑 비밀 공간도 가족이 함께 넘나들었다. 콩순씨와 궁합이 좋은 이 수컷 카오스가 홍이 아빠일지도 모른다는 추측까지 하게 되었다. 그런가요, 콩순씨?

20220710_191509.jpg 앞쪽이 콩순씨

아빠가 누구든 홍이는 콩순씨의 클론이다. 몸에 있는 무늬와 그 비율까지 정말 똑 같다. 홍이가 조금 더 큰 정도이다. 치즈는 70%가 숫컷, 나머지가 암컷이라고 한다. 홍이 성격도 밝은데 이번에 태어난 아이들도 참 밝다. 약수터 가는 길에 가만히 서서 지켜보면 홍이 동생들 세 마리가 정말 발랄하게 잘 논다. 꼬리도 위로 똑바로 세우고, 같이 뒹굴고 뛰고, 도토리 나무밑에서 땅도 후빈다.. 홍이도 아기였을 때 그렇게 컷나요, 콩순씨?

그러던 어느 날 홍이 본가를 지나다가 뜻밖의 비보를 들었다. 콩순씨가 세상을 떠났다. 일주일쯤 되었다고 한다. 추석 전에 어떤 남성이 도둑고양이들은 다 죽어야 한다고 혐오 발언을 하고 지나갔는데 혹시 그 사람이 나쁜 것을 준 것이 아닌가도 의심이 되는 상황이었다. 입가에 토한 자국이 있었다고 한다. 발견 당시 콩순씨 옆에는 새끼 고양이가 혼자 앉아 있었다고 한다. 나도 몰랐는데 콩순씨가 네 번째 출산을 했다. 그 아이는 눈꼽이 끼고, 허피스에 감염된 듯 기침을 연발했다. 집앞에 앉았다 안으로 들어가는데 뼈가 앙상하게 드러났다. 이 댁에 사는 고양이들은 다 튼튼한데 이상했다. 사연을 들어보니 엄마없이 지내던 이 녀석이 그만 큰 고양이들을 따라나섰다가 집에 돌아오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닷새만에 돌아왔는데 굶어서 뼈만 앙상했다고 한다. 엄마 잃은 어린 아이가 밖에서 닷새나 떠돌다가 집으로 돌아온 것이다. 보살펴 주시는 이모님이 부랴부랴 죽을 구해서 먹이고 보살피셨지만 아이는 엄마를 따라 먼 여행을 떠났다. 콩순씨, 아기와 함께 잘 쉬어요. 홍이를 내게 보내주어 정말 고마워요.

20220816_165544.jpg 홍이의 두 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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