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7_고양이 살려, 둘째 고양이 이야기

by 홍홍

둘째 고양이 밀이 사람을 부른 사연은 정말이지 놀랍다. 묘생 1일차에 그렇게 큰 목청이 나오다니...

2021년 7월 19일은 밀이 생일이다. 밀이 구조하신 분이 전해주신 이야기를 바탕으로 내가 정했다. 뜨거운 여름날 저녁에 산책하시던 구조자님이 울고 있던 새끼고양이를 발견했다. 스티로폼 상자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고 한다. 산책 다니던 사람들 귀에 다 들릴 정도로 큰 소리로. 태어난 지 하루 정도 된 탯줄도 붙어있는 상태였다. 집에 와서 보니 똥꼬에서 구더기도 서너 마리 나왔단다. 하나씩 빼주고 보살폈다. 입양후 병원에서 이 이야기를 하니 굉장히 위급한 상황이었다고 한다. 애벌레가 고양이 몸속에서 장에 구멍을 뚫을 수도 있다고 한다. 뜨거운 태양 아래 버려졌던 밀은 한 따뜻한 인간의 도움으로 어려운 고비를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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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7월 28일에 아기 밀을 만났다. 구조자가 너무 어린 아기고양이를 집에 둘 수 없어 직장까지 데리고 와서 분유를 먹여가며 돌보고 있었다. 다 먹인 후엔 축축한 휴지로 엉덩이를 자극해서 오줌 뉘었다. 엄마 고양이가 그렇게 한단다. 여름이지만 따뜻한 물병을 케이지에 넣어주며 체온유지를 돕는 등 정성으로 보살폈다. 엄마 고양이가 없으니 물통이 엄마처럼 아기를 따뜻하게 보호한다. 구조자는 신기하다고 다가오는 사람들에게 아주 상냥하게 고양이 사연을 얘기하며 입양자도 물색했다. 홍이를 입양해 고양이집사 4개월차가 된 내가 가장 유력한 입양자 후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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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이 자라는 것을 보며 고양이가 언제 눈을 뜨는지, 귀가 어떻게 펴지는 지 알았다. 귀가 쫑긋하게 잘 펴졌다. 그런데... 어미 고양이가 임신 중에 너무 못 먹었는지 밀한테는 여러 문제가 있었다. 먼저 꼬리가 말려 있었다. 나는 완벽하게 예쁜 홍이만 보았기에 다른 고양이가 다 홍이 같은 줄 알았다. 그런데 어미의 영양상태에 따라 아기고양이의 건강 상태가 달라지는 것이다. 얼마나 영양이 부족했으면 꼬리뼈 발육 부진할까 싶어 안타까웠다. 여기까지 알게 되니 어미고양이가 밀을 낳아놓고 어디로 갔을지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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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문제에 비하며 꼬리는 귀여운 수준이었다. 말은 한쪽 눈이 작다. 그저 한쪽 눈만 작을 줄 알았는데 아이가 성장하면서 안구는 성장하지 않아서 눈 크기가 점점 차이가 났다. 게다가 입양 당시 진찰 결과 작은 눈은 보이지 않는다는 진단을 받았다. 모르는 사람끼리 고양이를 주고받았으면 입양사기라도 부를만했다. 이 사실만으로도 놀랬는데 우리 집에서 자라면서 눈 상태가 점점 안 좋아졌다. 세 군데의 병원을 전전하며 진찰했는데 하나같이 구조적인 문제라는 진단이었다. 작지만 앙증맞은 눈이었는데, 성장하면서 눈이 움푹 들어갔다. 눈곱도 생겼다. 여러 의견을 종합한 결과 피부가 자라는 만큼 안구가 자라지 않아 생긴 일이다. 밀의 안구는 자라지는 않지만 다른 증상은 없어서 안구적출까지는 가지 않았다. 이제 나는 고양이 안구함몰증까지 아는 사람이 되었다. 지금도 밀의 작은 눈은 눈곱이 껴서 매일 따뜻한 물수건을 만들어 닦아주고 있다. 한때 인공눈물을 넣어주었는데 큰 효과는 없었다. 한쪽 눈이 안 보이는 고양이를 보살피느라 나는 좀 더 세심한 사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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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밀이 높은 곳에 올라가서 못 내려올까 봐 집의 환경을 살폈다. 높은 데 올라갔다가 잘못 착지하면 크게 다칠 수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똑똑한 밀은 이미 자기 시력에 맞게 행동하고 있었다. 어릴 적에는 높은 곳에 잘 올라가더니 이제는 캣타워 꼭대기까지 올라가지는 않는다. 그래도 넓고 평평한 캣휠 꼭대기도 잘 올라가고 고양이다운 면모는 잃지 않았다. 또 한 가지 배려한 것은 늘 익숙한 환경을 제공해 주는 것이다. 밀이 화장실을 못 찾을까 봐 한 번 만든 고양이 관련 구조는 잘 바꾸지 않는다. 그리고 밀이 자주 가는 곳은 스크래쳐를 이용해 계단식으로 구성해서 갑자기 높이 차이가 생기지 않도록 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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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흘러 밀은 고양이 복막염도 앓았다. 그 후 건강을 회복했지만 눈 상태는 더 나빠졌다. 허약한 고양이를 입양하여 키우면서 나는 참 괜찮은 사람이라는 괜한 자부심이 생겼다. 지금 밀은 성한 눈마저 동공이 풀린 듯 보인다. 빛이 강하면 생기는 고양이 특유의 세로 동공이 언젠가부터는 생기지 않는다. 그래도 안전한 집에서 두 남동생을 거느린 누나로서, 사람 언니의 유일한 여동생으로서 하루하루 건재하고 있다. 묘생 1일차에 우렁찬 목소리를 사람을 부른 아기고양이, 사랑해주는 가족을 찾은 밀, 그녀의 용기를 생각하며 나는 뭐든 할 것 같다는 힘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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