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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20_거대한 행운의 아이콘

후추 그랜저 stx 브런치 홍

by 홍홍

후추 그랜저 stx 브런치 홍. 길고도 긴 이름의 주인공은 바로 막내 후추다. 동네사람들이 부르던 이름인 후추를 그대로 부르기로 했고, 그랜저 stx 브런치는 순서대로 후추가 불러온 행운이다. 그리고 홍은 우리 집 성이다. 홍씨 집안 첫째 고양이 홍이의 정식 이름은 홍홍이다. 후추를 구조하여 입양을 홍보하던 중에 너무 빨리 자라서 입양 문의가 뚝 끊겨 우리가 입양했다. 합사하느라 고양이들끼리 고생은 했지만, 자식 하나가 더 생겨서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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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추는 구조 당시 8개월령, 5kg에 육박했다. 고양이 입양을 많이 해보니 입양자분들이 외모를 중요시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작고 귀엽고, 예쁜 고양이를 선호한다. 기왕이면 아기 시절을 같이 보내고 싶어 하는 분이 많다. 후추는 집에도 잘 적응하고, 밥도 잘 먹더니 입양 추진 중 7kg이 되었다. 공고를 올리자마자 부산에서 연락이 왔었는데 너무 멀어서 데려다 줄 여력도 없고, 근방에서도 곧 연락이 올 것 같은 자신감도 있어서 안 보냈다. 내가 구조해서가 아니라 후추는 덩치는 커도 귀여운 구석이 있기에 자신 있었다. 그 후 인천에 강아지 두 마리 있는 가정의 막내 자리가 났는데 후추가 힘들까 봐 고사했다. 그러는 사이 후추는 커지고 아무리 새로운 사진을 올려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사진을 덜 커 보이게 찍어 올려 봤지만, 입양 문의가 뚝 끊겼다. 어쩔 수 없이 우리가 길러야겠다고 남편과 상의했다. 탐탁지 않아 했지만, 남편도 금방 동의했다. 우리 고양이가 되자마자 후추가 행운을 불러오기 시작했다.

20240617_194736.jpg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후추의상처

입양 결정 며칠 뒤에 남편 회사차가 그랜저로 바뀌었다. 이때 후추가 그랜저를 몰고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곧이어 막내가 아주 좋은 장학금 프로그램에 선발되었다. 물론 우리 아이도 열심히 준비했지만, 난 이상하게도, 내가 고양이를 돕는 만큼, 누군가가 우리를 돕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추를 입양할 무렵 동네 썬글이 밥도 주게 되었다. 사실 고양이 한 마리씩 더 돌보는 것이 내 노력과 내 돈이 드는 일이다. 하지만, 왜 그런지, 고양이한테 쓰는 내 노력과 돈이 하.나.도. 아깝지가 않다. 그저 인간 때문에 더욱 힘들게 살게 된 동물들을 돕자는 마음이다. 그래서 그런가, 누가 도와주는 게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일이 잘 풀렸다. 어떤 따뜻한 시선이 우리를 감싸고 있는 것 같다. 이웃을 도우면 그만큼 내게 돌아온다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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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뿐만 아니라 다른 존재를 돕는 사람도 돕는다. 후추와 가족이 된 뒤 연달아 찾아온 행운과 내 노력이 더해져 내가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후추를 구조한 이야기, 잡으려고 노력하면서도 안 잡혔으면 하는 내 마음을 담은 이야기가 첫 글이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작가가 되겠다는 마음으로 고양이와 맺은 인연을 연재하고 있으니 얼마나 큰 성장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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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첫 여름을 집에서 에어컨과 함께 보낸 후추. 지난 겨울을 집에서 보낸 후추. 추워질 때면 밖에 사는 고양이 생각이 잠이 안 오는데, 후추마저 구조하지 않았다면, 잠도 못 잘 뻔했다. 아는 고양이가 밖에 있으니 말이다. 거대한 행운의 아이콘 후추는 자신의 행운도 꽉 잡고 있는 게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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