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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21_비건이 되고 싶은 고양이 엄마

육식동물 엄마가 외칩니다

by 홍홍

홍이와 함께 살며 동물권에 대해 더 생각하게 되고, 고기를 줄여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도 고기를 먹던 습성이 있어 쉽게 줄이지는 못하고, 불편한 마음을 갖고 먹고 있다. 아이들이 한창 클 때는 반찬 하느라 고기를 자주, 많이 샀다. 퇴근하고 집에 들어서자마자 방문 열고 나오며 ‘밥, 밥, 밥!’ 외치는 아이에게 얼른 고기를 구워주면 서로 만족했다. 고기가 제일 빠르게 조리되고, 실패도 없다며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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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아이들도 모두 성인이 되고, 나도 고양이 엄마가 되다 보니 고기를 줄여도 되지 않을까 싶다. 따뜻한 생명과 함께 지내다 보니 다른 생명을 죽여서 먹는다는 것이 참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렇게 예쁘게 눈 뜨고, 달리고, 자기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는 동물을 인간의 완력으로 사육하고 어린 나이에 죽이니 말이다. 아예 안 먹고 싶지만 오십대 중반에 고기를 안 먹으면 근육이 사라져서 큰일 난다고 옆에서 모두 만류한다. 그래서 고기를 사되, 이것도 따지고 보면 말이 안 되지만, 되도록 국거리를 사서 국을 끓여 먹거나 소량만 사려고 노력한다. 그래도 점점 고기를 사며 내 마음이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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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도 운동을 마치고 장 보러 갔다가 돼지고기 수육이라도 하려고 고기를 보다가 발길을 돌렸다. 언제부턴가 진열된 고기가 식품이 아니라 생명을 잃은 어린 동물의 사체처럼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닭볶음용 닭고기 한 팩엔 한 마리 닭의 생명이 고스란히 담겼다. 결국 고민하다 달걀을 사 왔다. 목초를 먹고 자랐으면 좀 더 좋은 환경에 살고 있나 싶어 조금 더 비싸게 샀다. 하지만 어떤 기사를 보니 목초먹는다고 광고하는 닭도 별반 더 좋은 환경에서 살지는 않는다고 하였다. 동물복지 운운하지만 아직 먼 얘기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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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을 고민하다 내 나름대로 주변 분들을 설득할 만한 의견 몇 가지를 정리해보았다. 먼저, 성인이 되면 고기를 줄이자는 생각이다. 우리 몸이 더 성장하지 않아 청소년기처럼 많은 단백질이 필요하지 않다. 우유도 같은 이유로 줄일 수 있다. 부족한 단백질은 식물 단백질로 채운다. 나는 콩을 매일 먹는다. 피부과 치료 중일 때는 풍부한 단백질 섭취가 필요할 것 같아 두유를 해 먹었다. 콩을 불리고, 고소한 냄새가 날 때까지 삶고, 믹서에 갈면 간단히 만들 수 있다. 꾸준히 먹으니 콩의 효능이 어마어마했다. 같이 치료받은 20대 아들보다 더 빨리 피부가 재생되었다. 특히 검은콩을 먹는다면 단백질 섭취, 시력, 머리카락, 혈압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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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이외의 생명에 관심을 주고, 그들의 고단한 삶에 공감해 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인간의 영역이 넓어질수록 동물들은 살 곳이 줄고, 환경도 척박해졌다. 우리가 원인을 제공했으니 책임져야 한다. 사육되는 동물들의 비참한 삶, 자유롭게 살지만 여러 위기에 처한 삶을 헤아려보자. 그러면 고기를 줄여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아직도 회식하면 고깃집에 많이 가는데 그때마다 얼마나 많은 동물이 죽었을까 탄식한다. 대형 고깃집에서 7~80명이 먹다 보면 소비하는 고기양에 깜짝 놀라게 된다. 흥청망청 먹다 보면 배부르다고 구워놓은 고기를 남기기도 한다. 이상한 소리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고기를 먹게 된다면 남기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분은 고기 먹지 말자면서 싹싹 다 먹자는 것은 모순되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고기반찬을 먹게 된다면 생명이 주고 간 찬이니 버리지 말자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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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고양이 네 마리가 발랄하게 노는 모습을 보면 얼마나 행복할까 생각한다. 동시에 우리에서 사육되는 많은 초식동물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저렇게 밝고, 따뜻하고, 예쁜 생명이 우리에 갇혀 살다가 햇빛 한 번 보는 날이 죽는 날이라니 이런 비극이 어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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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사랑하니 고기를 줄이자는 생각이 들었고, 웬만하면 비건이 돼보자고 다짐해 본다. 그러다가 퍼뜩 떠올랐다. 우리 고양이들은 육식동물이라 고기만 먹잖아?! 저 녀석들이 해치우는 닭이며, 연어며, 참치도 생명인 것을! 육식동물을 보고 고기를 먹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이 잠시 우스웠다. 하지만 한층 더 생각해 보았다. 사료를 선택할 때 닭 대신 물고기를 고르는 것이 좋겠다. 왜냐하면 닭은 평생 우리에 갇혀 살지만, 적어도 연어나 참치는 대양에서 마음껏 헤엄치며 살지 않던가! 게다가 닭의 평생이라는 것은 6개월 미만이다. 고양이에게 육식기반 사료를 공급한다면 사육되는 동물은 줄여주자. 그나마 사는 동안이라도 자유로웠던 참치와 연어에게 조금 양해를 구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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